도서 소개
일제 말인 1940년대 초와 해방공간을 배경으로 밤나무정 마을에 사는 '복이'라는 여자아이를 중심으로 일어난 6편의 이야기를 담았다. 일반 단편보다 조금은 긴 중편들로 이루어진 이 동화집은 섬세한 묘사와 동화에서 보기힘든 소설적인 문체로 쓰여졌다. 또한 걸출한 전라도 사투리와 당시의 생활상을 표현하여 당시의 시대배경을 생생하게 살려낸다.
이야기를 회상의 어조로 풀어가는 복이는 6편의 이야기 모두에 등장하지만 항상 주인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복이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동생 덕이 등의 가족들과 이삐 언니, 광암 아저씨 등의 친척들, 달섭이 아저씨, 행화촌 할아버지 등의 이웃들까지 다채로운 인물들이 등장해 이야기들을 더욱 풍요롭고 정겹게 풀어간다.
표제작 '이삐 언니'는 초등학교 2학년인 복이가 다른 동네 사는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가, 길에 이끌려 멀리 시집간 이뻐언니네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처음에는 '저기 저 모퉁이까지만' 하던 충동에서 점차 길이 지니는 신비한 매력에 빠져 삼십리 밖에 있는 친척언니인 이삐 언니네까지 가게 된 것. 복이는 그 과정에서 이삐 언니와의 소중한 추억들, 넉넉했던 언니의 모습과 '진정 행복하고 열심히 산다는 것'의 의미를 어렴풋이 깨닫고 집으로 온다.
이 밖에 너무 어려서 일본에 나라를 잃은 것이 무엇인지도, 태극기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복이와 여동생 덕이의 가슴벅찬 대화가 담긴 '날아라 태극기', 이승에서 비참하게 살다 죽은 것이 한이 되어 '어시'가 된 귀신들에게 집을 양보해주는 광암아저씨의 이야기인 '안개 골짜기', 먼 친척집까지 따라온 개, 월이가 하루밤 사이에 다섯 마리의 새끼를 낳고는 그 밤에 다섯번이나 왕복하여 새끼들을 한 마리씩 물어 나른 이야기 '봄이 오는 날에' 등 깊이있으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았다.
만 63세라는 나이로 늦깍이 문단에 나온 저자의 약력도 기이하지만, 기존 동화의 틀을 벗어난 문체를 과감히 사용하고, 한 이야기 속에 여러 이미지와 비유를 담아 섬세하면서도 암시적인 삶의 비밀을 담은 동화들은 그 자체로도 놀랍다.그 때 나는 그러한 것을 모두 이해하지는 못했었다. 다만 그 순간 전류 같은 한 줄의 가느다란 교감의 선이 기적처럼 어머니의 가슴에 가 닿았다고나 할까? 그 날 나는 학교 입학을 위한 적응 훈련에 들어갔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첫 발을 떼어 놓기도 전에 주저앉고 말았다. -본문 89쪽에서
작가 소개
저자 : 강정님
1937년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영산강의 아름다운 물줄기를 보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89년 '아동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어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으며, 63세라는 늦은 나이에 펴낸 첫 작품집 『이삐 언니』로 제20회 한국아동문예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이삐 언니』와 『송이』가 있다.
목차
지은이의 말
1. 이삐 언니
2. 안개 골짜기
3. 봄이 오는 날에
4. 월이의 귀가
5. 날아라, 태극기
6. 광암 아저씨의 섬
책 읽는 가족 여러분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