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졸업으로 좋든 싫든 어른의 세계로 떠밀려야 하는 초등학교 6학년 소년의 심리를 그려낸 창작 동화다. 이 책은 인터넷으로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아빠를 걱정하기보다는 자신의 모습이 남들 눈에 비정상적으로 보일까봐 고민하는 요즘 아이들의 모습을 실감있게 풀어 놓는다.
주인공 '상우'는 자신만이 집에서 유일하게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빠가 삼 년 전에 집을 나갔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생활하는 엄마와 누나가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장난도 잘 치고, 수학 문제 푸는 것을 즐기던 상우는 아빠의 부재로 점점 학교생활도 비정상적으로 흘러가는 느낌을 받는다.
아빠가 없기 때문에 자기 집이 비정상적이고, 자신이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비칠지 모른다는 생각에 상우는 겉으로는 밝게 지내지만 속으로는 늘 전전긍긍해한다. 한 편으로는 개성이 강한 현대 가족의 모습을 비추면서, 다른 한축으로는 열세 살 소년의 학교생활을 엮어낸 성장동화.
출판사 리뷰
흔히 청소년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한다. 그러면 아이에서 청소년으로 넘어가는 열세 살, 딱 그 지점에 있는 아이들은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아마도 ‘폭풍 전야’로 표현해야 할 듯하다. 곧 폭풍이 몰아칠 것을 아는 상황에서 긴장되고 숨막히게 보내는 시간처럼 열세 살 아이들은 곧 어른이 될 것을 아는 상황에서 자기도 모르게 긴장하게 된다. 딱히 어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른의 세계로 좋든 싫든 떠밀리는 시기가 졸업을 앞둔 초등학교 6학년 시기이기 때문이다. 동화작가 최나미의 『걱정쟁이 열세 살』은 그런 폭풍 전야에 있는 주인공 소년의 심리를 현실의 모습 그대로 실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걱정쟁이 소년의 세상 나기
초등 6학년 정상우는 자신만이 집에서 유일하게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빠가 삼 년 전에 집을 나갔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생활하는 엄마와 누나가 이해가 안 되기 때문이다. 아빠가 집을 나간 후 엄마의 고집으로 감나무가 있는 집으로 이사를 왔지만, 감은 전 주인이 키웠던 것처럼 주렁주렁 열리지 않고 씨알만한 감만 듬성듬성 달릴 뿐이다. 상우는 이런 보잘것없는 감나무를 애지중지 키우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한다. 또한 상우 누나 정상은은 자신은 현실주의자라고 우기지만 상우가 보기엔 이기적인 사람일 뿐이다. 집안 상황이야 어떻든 자신이 원하는 것은 확실하게 요구하고, 아빠가 집을 나갔다는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동네 아줌마나 친구한테 말하는 그런 철부지 누나다.
상우는 학교에서 가장 친한 친구인 석재한테도 이 사실을 비밀로 하고 지낸다. 석재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와 형이랑 사는데, 정작 상우는 그런 석재를 동정하고 연민을 느끼지만 자신의 이야기는 하지 못한다. 상우는 아빠의 부재 때문에 자기 집이 비정상적이고, 자신이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비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겉으로는 밝게 지내지만 속으로는 늘 전전긍긍해한다. 이것만 빼면 학교생활에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장난도 잘 치고, 수학 문제 푸는 것을 즐기는 상우는 아빠의 부재로 점점 학교생활도 비정상적으로 흘러가는 느낌을 받게 된다.
거짓은 거짓을 낳고
첫 번째 난관은 아빠와 함께 하는 야영. 겨울방학을 앞두고 아빠와 함께하는 아영에 아빠를 참석케 하라는 선생님의 말에 상우는 할아버지 제사를 거짓으로 꾸며대고 그 자리를 물러 나온다. 유일하게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아이는 ‘오폭별’이다. 오폭별은 상우가 별똥별의 다른 이름인 ‘유성우’라는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알게 된 아이인데, ‘오백 년 전에 폭발한 별에서 온 외계인’이란 뜻이다. 오폭별은 상우가 올린, 별이 폭발하는 장면에 꽂혀 상우의 홈페이지를 들락날락하게 된 것이다. 인터넷으로 대화를 하면서 상우는 자신의 문제들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상우가 가족 문제를 털어놓는 것은 순전히 오폭별이 누군지 모르기 때문이다. 오폭별은 그런 상우에게 이렇게 충고를 한다.
“별이 폭발했어. 그리고 지구인들이 그 광경을 직접 봤단 말이지. 그런데 진짜 폭발은 사백 년 전에 일어난 일이라잖아. 사백 년 만에 우리 눈에 보였다구. (……) 그건 결국 이 우주가 무지무지하게 넓고 크다는 거 아냐? 그러니 끽해야 백 년도 못사는 유성우, 이 좁은 지구에서 들들 끓을 일도 흥분할 일도 없다 이거지. 사실 우리가 말하는 진실이라는 것도 우주적 시각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 얼마나 많겠어?” (27쪽)
우주적 시각을 들먹이며 거창하게 말하는 오폭별이란 아이에 대해 궁금해하는 속에 상우는 두 번째 난관에 부딪힌다. 여름방학 숙제로 거짓으로 꾸며 쓴, 아빠와 함께 한 체험학습이 상을 받게 되면서, 그것이 액자에 끼워져 교무실 복도에 걸린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오폭별이 같은 학교 아이이며, 늘상 집에서 맞고 다니고, 학교도 나오다 말다 하는 이른바 ‘문제아’라는 사실로 확인되면서 상우는 또다시 걱정에 휩싸인다.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이 지내온 학교생활이 오폭별의 존재로 엉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다를까, 며칠 후 반 아이들은 상우의 보고서에 얽힌 사연을 알게 된다. 상우는 얼굴도 모르는 오폭별이라는 아이를 찾아가 그 앞에서 액자를 깨부수고 학교를 뛰쳐나온다. 죄지은 사람처럼 골목을 배회하다 피시방에 들어가 자신의 홈페이지를 열어본 상우는 자신의 비밀이 오폭별 때문이 아니라 누나 친구가 보낸 쪽지 때문에 알려진 것임을 깨닫고는 오폭별과 대화를 시도하며 같이 가출할 것을 제안한다.
감나무 밑에서 얻은 깨달음
가출을 결심하고서도 엄마와 누나가 걱정이 되는 상우는 엄마와 감나무 밑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깨닫는다. 감나무에 스스로 매달린 씨알만한 감들처럼 엄마가 원하는 것은 자기 힘으로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었음을. 그래서 일부러 밝은 척, 아무 문제 없는 척하는 자신을 걱정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요구하고, 아빠가 집을 나갔다는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다니는 철부지 누나는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했음을. 사실 상우는 두려웠던 것이다. “겨우 열세 살인데 어른들 세상으로 등 떠밀리는 것 같아 겁이 났”던 것이다. 걱정스런 엄마와 누나를 보면서 자신이라도 “아빠가 비워놓은 자리를 지켜야 할 것 같아 숨이 찼”던 것인데, 오히려 그런 자신을 집에서는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상우는 빈 나뭇가지만 남게 된 감나무를 보며 자신이 “정상적이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동안 엄마는 감나무를 보면서 즐거워하고, 누나는 세상에 태어나 사는 것 자체를 좋아”했음을 깨닫는다.(152~153쪽) 그러면서 자신도 엄마나 누나처럼 걱정 대신 씨알만한 희망을 품고 싶어한다. 그리고 오폭별이 말한 우주적 시각이 뭔지 느끼기 시작한다.
‘지금 여기’의 아이들
이 작품은 한축으로는 각자 개성이 강한 현대 가족의 생활 모습을 비춰주면서, 다른 한축으로는 열세 살 정상우의 학교생활과 친구들 모습을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하게 엮어놓았다.
요즘 아이들답게 인터넷으로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아빠를 걱정한다기보다는 자신의 모습이 남들 눈에 비정상적으로 보일까봐 고민하는 모습이 실감있게 다가온다. 상우를 둘러싼 아이들도 빛나는 조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상우의 가장 친한 친구 석재는 능청스러운 캐릭터답게 상우의 비밀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면서도 상우를 위해 모르는 척해준다. 실제의 모습보다는 인터넷 대화창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오폭별이라는 아이는 아빠한테 매를 맞는다는 사실보다는 멍자국 때문에 남들이 그런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더 싫은 아이다. 그래서 우주적 시각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만들며 지금 자신의 눈에 보이는 세상이 전부는 아니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70년대와 80년대 동화들에 반영된 아이들의 모습이 ‘일하는 아이들’이었고, 90년대 채인선 등을 통해 재발견된 아이들이 ‘아이로서, 아이답게 노는 아이들’이었다면, 2천년대 들어 최나미가 새롭게 인식한 아이들은 인터넷과 여러 정보매체를 통해 어른들과 의식을 공유하고, 나름의 세계관으로 세상을 볼 줄 아는 ‘철든 아이’이다. 이것이 실제 요즘 아이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작가는 톡톡 튀는 문장과 생생한 인물들로 요즘 아이들의 생활패턴이나 사고방식 등을 생생하게 전달하면서도, 감나무와 별똥별로 상징되는 문학적 세계를 아이들 눈으로 구체적으로 풀어 놓는다. 실제 ‘외계인’으로 불리기도 하는 요즘 아이들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 우리 주변의 아이들이 살아서 움직이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나는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정상적인 사람이다. 정상적인 사람은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다 이해해 주어야 한다. 즉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나 누나가 저지르는 비정상적인 일들을 다 참아 내야 한다는 뜻이다. -본문 16쪽에서
작가 소개
저자 : 최나미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아동학을 공부했다. 지은 책으로 《고래가 뛰는 이유》 《진실 게임》 《천사를 미워 해도 되나요?》 《옹주의 결혼식》 《학교 영웅 전설》 《움 직이는 섬》 《단어장》 《셋 둘 하나》 《걱정쟁이 열세 살》 《엄마의 마흔 번째 생일》 《진휘 바이러스》 《바람이 울다 잠든 숲》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