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평생 섬진강 가에 살며 시를 써 온 김용택 시인. 그가 할머니의 상례를 치르며 떠오른 서정을 옮긴 장시 '섬진강24 - 맑은 날'에, 한국적 조형세계를 개척해 온 일러스트레이터 전갑배의 그림을 붙여 만든 '시 그림책'이다.
작품 속에는 아흔넷을 일기로 세상을 떠난 할머니에 대한 기억과, 고인을 떠나보내는 사람들의 슬픔, 그리고 명복을 비는 마음, 할머니를 보내고 난 뒤의 애틋하고 허허로운 시인의 마음이 아름다운 시어와 이미지로 담겨 있다.
출판사 리뷰
전통 상례의 풍속과 서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우리문화그림책', 『맑은 날』
『맑은 날』은 또한, 어린이들에게 우리 문화에 대한 지식과 자부심, 그리고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마음을 심어주기 위해 기획된 '우리문화그림책' 시리즈의 한 권으로서, 전통 상례의 절차와 그것이
진행되는 초상마당의 풍속과 서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우리 상례문화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작품은 이를 테면, 고인의 죽음을 지켜보는 '임종'에서부터, 망자의 저고리를 지붕 위로 던지며 그 이름을 부르는 '초혼'이라든가, 온 가족이 모여 주검을 관에 넣는 '입관', 상여에 주검을 태워
무덤자리로 옮기는 '운구', 주검을 묻고 무덤을 짓는 '성분'에 이르기까지 상례의 과정과, 초상 마당을 차려 그 과정을 함께 치르는 마을 공동체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어, 우리의 전통적인 상례풍속과 거기에
담긴 마음을 잘 보여 주고 있지요.
특히 발인 전날 밤,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울고 웃고 춤추고 노래하며 죽은 이의 명복을 기원할 뿐만 아니라, 산 사람들의 설움과 애환까지 한껏 드러내는 '빈 상여놀이'를 묘사하는 부분은, 죽음까지도
삶의 일부로 끌어안으며 죽은 이 못지않게 산 사람을 위하는 우리 상례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이 작품의 눈대목입니다.
'상례'는 사람이 겪는 다른 어떤 일들보다도 중요하고 심각한 사건인 '죽음'에 관한 의례입니다. 그런 만큼 한 공동체의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 그리고 철학이 담긴 문화적 양상의 한 고갱이라
할 수 있을 테지요.
그러한 문화의 고갱이로서 상례풍속을 고스란히 형상화하여 높은 문학적 성취를 거두고 있는 작품을 어린 독자들에게 건네는 일은, 도시화로만 치달아가며 죽음의 의례조차도 요식화해 버리는 이 속도의 시대에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되리라 믿습니다.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보는 아름다운 '그림책', 『맑은 날』
흔히, 그림책은 취학 전의 유아들만이 보는 책이라는 생각들을 합니다. 하지만 그림책은 문학과 회화가 어우러진 새로운 표현양식이며, 매우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담아낼 수 있는 품이 넓은 그릇입니다. 잘
만든 그림책은 글이나 그림 각각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이야기나 생각, 감정들을 매우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이 작품은 원래 성인 독자를 위한 시집에 실린 시를 그림책으로 만든 것입니다. 그 문학성과 감동, 거기 담겨 있는 풍속과 서정을 세대를 뛰어넘어 폭넓게 나누고자 다시 만든 것이지요.
그렇게 만든 이 작품이 진정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보며 문학과 회화가 어우러져 자아내는 예술적 감흥을 함께 느끼고, 그 속에 담긴 우리의 풍속과 서정을 체험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그림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 소개
저자 : 김용택
1948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나 순창 농림고등학교를 나왔다. 스물한 살에 모교인 덕치초등학교 교사가 되었다. 1982년 창작과비평사에서 펴낸 ‘21인 신작시집’ 『꺼지지 않는 횃불로』에 「섬진강」 외 8편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시집 『섬진강』 『맑은 날』『그 여자네 집』 『나무』 『연애시집』『그래서 당신』 『수양버들』 『속눈썹』 『키스를 원하지 않는 입술』『울고 들어온 너에게』 등과 산문집 『김용택의 섬진강 이야기』(전8권)『내 곁에 모로 누운 사람』『아들 마음 아버지 마음』, 자신이 사랑한 시를 묶어 평한 『시가 내게로 왔다』(전5권), 동시집 『콩, 너는 죽었다』 『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등이 있다. 태어나고 자란 고향 아이들 앞에 서 있는 것을 일생의 가장 아름다운 일로 여겨온 그는 2008년 38년 몸담은 교단에서 내려온 뒤 글쓰기와 강연을 하면서 지낸다. 김수영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윤동주문학대상 등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