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비나리'는 경상도 산골의 조그만 마을 이름이라고 해요. 달이는 여섯 살인가 일곱 살인가 나이도 자세히 알 수 없는 쪼꼬만 강아지구요. 달이는 비나리에서 신부님과 함께 살아요. 신부님과 달이는 자주 이렇게 대화를 한대요.
"달아, 사람 다리가 몇 갠지 아니?"
"두 개."
"개 다리는 몇 개?"
"네 개."
"그럼 달이 다리는?"
"세 개."
"에구, 달이는 사람도 짐승도 아닌 도깨비구나. 아니면 무시무시한 괴물이고."
"아니야, 달이는 그냥 달이야."
강아지가 말을 한다니, 정말 이상하다구요? 그러게요. 하지만 신부님이 그렇다고 하시는데, 누가 반박을 하겠어요? 사실 신부님 이외에는 아무도 들은 사람이 없지만요.
그런데 달이에게 슬픈 일이 있었어요. 산에 놀러 갔다가 사람들이 놓은 덫에 치여 달이는 다리 하나를 잃었어요. 예, 원래 다리 네 개였던 달이가 신부님과 대화할 때 '다리 세 개'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지요.
하지만 달이는 그다지 슬퍼하지도 않고 그냥 가끔 달을 보고 생각하거나 눈물을 흘린다고 해요. 달이와 신부님의 이야기가 소박하게 담긴 이 이야기는 작가 권정생 아저씨의 꿈이 담겨 있다고 해요. 그래서 전쟁으로 가슴 아팠던 기억들, 평화와 사랑보다는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으로 상처받은 동물들의 모습이 이 이야기에 담겨 있지만, 아주 절망적이지는 않거든요.
휘영청 빛나는 달과 푸른 풀밭에서 네 개의 다리로 맘껏 뛰어 노는 달이의 모습, 그리고 가진 것을 모두 버리고 힘들지만 열심히 사시는 신부님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거든요.
<메아리>의 그림을 보신 분들, 기억하세요? 그 섬세하면서도 동양화풍의 은은함을요. 그 그림을 그렸던 김동성 화가가 이 책에도 정말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주었어요. 가슴 아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를 더욱 아름답게 하는 그림들을요.
작가 소개
지은이 : 권정생
193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광복 직후 우리나라로 돌아왔습니다. 1969년 기독교아동문학상에 〈강아지똥〉이, 197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무명 저고리와 엄마〉가 당선되면서 작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07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굴곡 많은 역사를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보듬는 진솔한 이야기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 동화 《강아지똥》, 《몽실 언니》, 《사과나무 밭 달님》, 《점득이네》, 《밥데기 죽데기》, 소설 《한티재 하늘》, 시집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등이 있습니다.*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홈페이지(http://www.kcfc.or.kr)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