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누구나 잊고 싶어하더라도, 역사에 있어 아프고 고통스러운 기억이란 반드시 볼 필요가 있다. 그 상처와 고통의 원인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역사는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올바른 역사 동화를 읽어야 하는 것도 그 까닭이다.
이 책은 가슴 아픈 노근리 실화를 토대로 쓰여졌다. 1950년 7월, 한국 전쟁 당시 미군은 '흰 옷을 입은 사람은 무조건 사격하라'는 작전 명령에 따라 충북 영동군 노근리 일대에 사는 주민 400여 명을 노근리 쌍굴 다리 밑으로 몰아넣고 무차별 사격했다.
소설은 평생 잊지 못할 상처를 안게 된 소녀 은실이의 눈으로, 고난의 세월을 겪어 온 우리 민족의 역사를 담담하고 객관적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보다 사실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뼈아픈 근현대사의 비극. 이 책이 환기시키는 것은 엄청난 사건을 겪고도 냉가슴을 앓으며 속 시원한 대답도, 보상도 받지 못한 우리 핏줄의 존재다.따따따따따.총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눈 앞에서 불빛이 번쩍거리고 사방에서 총알이 어지럽게 핑핑 날아다녔다. 은실이는 총알을 피해 도망치려고 했지만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안간힘을 쓰면서 몸을 비틀다가 문득 잠에서 깨어났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악몽이었다.목이 말랐다. 사위는 불빛 한 점 없이 캄캄하고, 금방이라도 어둠을 부스러뜨릴 듯 개구리와 풀벌레가 드세게 울었다. 그 소리에 묻혀 포탄 터지는 소리만 아주 멀리서 아득히 들려왔다. 은실이는 집 뒤란에 있는 우물에 가서 두레박으로 물을 퍼 마셨다. 정신이 번쩍 들자 불안감에 가슴이 콩콩 뛰었다."엄마!"엄마를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본문 94, 95쪽에서
작가 소개
저자 : 김정희
경상북도 하양에서 태어나 한양여자대학에서 도자기 공예를 공부했습니다. 역사에 관심이 많아 『국화』, 『야시골 미륵이』, 『노근리 그 해 여름』, 『대추리 아이들』 등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다룬 작품들을 꾸준히 써 왔습니다. 이 밖에도 『먼저 온 미래』, 『겁쟁이 하늘이』, 『내 친구 야야』, 『지옥에 떨어진 두 악당』, 『빨간 집게다리가 최고야!』, 『아홉 살은 괴로워』, 『별이네 옥수수밭 손님들』, 『학교 다니기 싫어!』 등의 책을 썼습니다.
목차
1 뻐꾹새 우는 마을
2 남쪽 도시를 꿈꾸며
3 피난 떠나는 사람들
4 죽음의 굴
5 산 사람, 죽은 사람
6 살아남은 슬픔
7 돌아온 금실언니
8 또다른 세상에서
9 엄마 밥! 인국이 밥! 홍이 밥!
10 백마산의 들국화
11 산에도 들에도 봄은 왔지만
12 허공에 맴도는 자장가
13 다섯 눈사람
글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