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첫 장을 열면 하얀 바탕에 "도대체 그 동안...."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무슨 말이야? 하고 종이를 뚫어지게 쳐다보니 세 개의 둥근 포물선이 그려져 있다. 세 개의 선들은 서로 연결된 것은 아니지만, 마치 무슨 움직임을 나타낸 것 같은 그런 선들이다. 색연필로 그린 듯한..
다시 다음 장을 연다. 아하! 그 포물선들은 연결, 연결되어 토끼의 뒷모습으로 안내하는 거였구나. 그 밑에 떨어져 있는 작은 토끼똥 하나. 그리고 앞 장에 연결된 문장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성급한 마음에 다음 장을 넘겨본다. 이런 이런!!
아파트 베란다에 조용히 앉아 있던 토끼. 분명 애완용 토끼의 모습이다. 그런데 다음 장에서는 그 토끼가 슬그머니 일어서더니, 사람들처럼 베란다 문을 열고 '아무도 없는 집 안'으로 들어온다. 맙소사. 게다가 토끼의 행동은 점점 가관이다. 냉장고 문을 열고 먹을 것을 챙겨서는
사람처럼식탁에 앉아 밤참을 먹고, 과자를 들고 비디오도 보고, 아아..아주머니의 화장대에 올라가서 화장도 한다. 입술 빨간 토끼가 이렇게 이쁘다니!
토끼는 마치 집안에 홀로 남아 평소 해보고 싶었던 모든 것을 해보려는 아이처럼 집안 구석구석을 깡충깡충 뛰어다니며 예쁜 새옷을 입기도 하고, 롤러 블레이드도 타고 침대 위에서 곤하게 잠을 잔다. 그리고는 가족들이 올 시간에 맞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베란다로 나가 얌전히 앉아 있는다. 집안에는?
보았는지 모르겠다. 토끼가 새로운 일을 할 때마다 하나씩 떨어져 있던 토끼똥들을. 다시 앞으로 가서 그림만 본다. 이곳 저곳에 토끼똥들이 어김없이 떨어져있다. 토끼의 행동을 나타내는 유일한 증거물. 그리고 현실과 환상을 연결시켜주는 매개체.
집에 돌아온 사람들은 갸우뚱 갸우뚱. "도대체 그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야?" 라고 외칠 수밖에.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
<뽀끼뽀끼 숲의 도깨비> 등 재미난 글을 썼던
이호백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