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전래동요를 가사대로 연출한 사진과 합성하여 만든 사진그림책. 사람들이 모두 잠든 밤 12시, 아이 방 안의 앉은뱅이 책상 위에서는 전래동요 '길로길로 가다가'의 세계가 펼쳐진다. 책상 구석에 앉아 있던 영감님이 벌떡 일어나 떡을 사러 가고, 떡 먹을 장소를 찾아 책상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주물과 나무, 석고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 입체물이 평면 공간에 깊이감을 주는 연출 방식과 노래의 호흡에 따라 긴박하게 움직이는 카메라 각도를 통해서 생동감을 얻었다. '물귀신이 야암냠'하는 구절에서 시선과 글과 피사체의 조화는 상당히 유쾌하다. 첫 페이지에서 밤 12시의 할아버지와 마지막 페이지 새벽 5시의 할아버지 사진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우리시그림책' 시리즈의 다섯번째 권이다.
출판사 리뷰
책상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시공간 어릴 적 누구나 한번쯤 ‘내가 잠든 사이에 방 안에서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해 보았을 것입니다. 그림책 『길로 길로 가다가』는 이런 상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전래동요를 텍스트로 책상 위에 또 다른 공간과 시간을 펼치면서 이야기를 구성한 것은 우리 그림책에서 전에 없던 새롭고 독특한 시도입니다. 밤 12시가 되자 책상 위에서 한바탕 즐거운 소동이 벌어졌다가 동이 틀 무렵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해지는 모습은 언제 어디서나 무엇이든 꿈꾸며 놀 수 있는 어린이들의 놀이 세계와 닮았습니다.
시각적으로 되살린 전래동요의 해학과 신명전래동요 ‘길로 길로 가다가’는 전국에서 널리 불렸는데 이 그림책의 텍스트가 된 것은 황해도 해주에서 불리던 해학적 요소가 강한 놀이노래입니다. 길을 가다 우연히 주운 돈으로 떡 두 개를 산 영감님은 혼자 먹을 생각에 신이 나서 개천으로 갑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물귀신이 나타나 빼앗아 먹으려 합니다. 외양간에 가니 송아지가, 안방에 가니 처자식이, 부엌에 가니 귀뚜라미까지 입맛을 다십니다. 뒤뜰에 가서 겨우 맘 놓고 보자기를 풀어 떡을 먹으려는 데 쥐 두 마리가 ‘날롬’ 빼앗아 먹고 맙니다. 주인공 영감님은 얌체 같아 얄밉기도 하지만 떡을 살까 엿을 살까 고민하는 표정이나 몰래 떡을 먹으려다가 들켜서 놀라는 모습 들을 보면 웃음이 터져 미워할 수가 없는 캐릭터입니다. ‘야암냠’ 하면서 떡을 향해 달려드는 물귀신이나 송아지의 모습 또한 흉내 내고 싶을 만큼 유쾌합니다. 여기에 더해 전래동요 운율에 따라 연출된 생동감 있는 화면은 신명이 절로 나게 합니다.
깎고 붙이고 칠하고… 이 년여에 걸친 작업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뿐 아니라 집, 나무, 꽃, 새 등 여러 소품들에도 작가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담겨 있습니다. 주물과 나무, 석고, 금속, 옥(玉) 등 다양한 재료로 깎고 붙이고 칠하기를 거듭한 이 년 넘게 걸린 작업의 결과입니다. 작가는 이 그림책을 위해 수없이 많은 캐릭터들과 소품들을 만들었는데 아쉽게도 무대에 등장하지 못한 것들도 많습니다. 작가와 기획자 ‘달.리’는 필요에 닿는 옛날 물건 찾기 위해 황학동 시장과 인사동을 샅샅이 뒤졌으며 옛날 물건 수집가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효과적인 장면 연출을 위해 세 평 남짓한 좁은 작업실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수없이 실험을 거쳤음에도 실제 촬영 때는 삼일에 걸친 밤샘 촬영을 해야 했습니다.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책상 마을 여행이 그림책에서 단연 돋보이는 캐릭터는 머리 풀고 소복 입은 ‘물귀신’일 것입니다. 마녀나 드라큘라가 아닌 이런 모습의 귀신은 우리 창작 그림책에서나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캐릭터입니다. 이렇게 부모 세대의 환상과 요즘 아이의 상상력을 연결지어 소통시키려는 노력이 이 그림책의 장점입니다. 시와 그림, 전통과 현대, 아이와 어른의 교감을 추구하는 ‘우리시그림책’의 특색이 이 책에서도 잘 드러났습니다. 작가 인강을 통해 살아난 작은 책상 마을을 부모와 아이가 같이 여행하면서 세대를 뛰어넘어 친구로서 함께 어울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여행에서 주된 이야기의 흐름뿐 아니라 똥 밟은 아이, 짝사랑에 가슴 앓는 아이 등 길 가는 조연들의 사연을 들어 보는 즐거움과 옛 물건들과 시간의 흐름을 보여 주는 상징을 찾는 재미도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시와 그림이 만나 그림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준 ‘우리시그림책’ 완간 ‘우리시그림책’은 시와 그림의 독특한 결합 방식으로 그림책의 새 가능성을 보여 준 시리즈입니다. 어린이들을 위해 엄선한 전래동요, 현대시, 어린이 시를 토대로 우리 시문학 고유의 운율과 이미지, 삶에 대한 성찰을 개성 있는 형식으로 표현했습니다. 2003년 『시리동동 거미동동』(제주도 꼬리따기 노래, 권윤덕 고쳐 쓰고 그림)으로 첫선을 보인 후 10여 년간 『넉 점 반』(윤석중 시, 이영경 그림), 『준치 가시』(백석 시, 김세현 그림), 『영이의 비닐 우산』(윤동재 시, 김재홍 그림) 등 국내 최고의 그림 작가들이 참여하여 새롭고 깊이 있는 해석으로 우리 그림책의 지평을 넓혀 왔습니다. 매 작품마다 독창적인 캐릭터, 아름답고 전통적인 색감, 다양한 기법이 펼쳐진 그림책들로 빛납니다. ‘우리시그림책’의 성과는 해외에서도 인정받아 각종 해외 전시에 초청받았으며 프랑스, 일본, 스위스, 중국 등으로 수출되어 세계 어린이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나누고 싶은 우리의 자연과 전통과 문화를 담아낸 이 시리즈가 전세계 어린이들을 이어 주고,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보며 세대를 넘어 정감을 나눌 수 있는 그림책으로 오랫동안 독자 곁에 남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