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여기 한 마리 늑대가 있다. 동물원에 갇혀서 자기를 지켜보는 사람들을 무심히 쳐다보지도 않는 늑대 한 마리가 있다. 그는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싶지도, 가질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는 눈을 다쳐 외눈으로 세상을 본다.
여기 한 아이가 있다. 날씨도 궂은 것도, 동물원이 쉬는 날도 상관하지 않고 늑대 우리 앞에 우뚝 서서, 짝을 잃고 우리 안을 무심히 걸어다니는 외눈박이 늑대를 쉼없이 쳐다보는 한 아이가 있다. 아이는 늑대를 제대로 보기 위해 한 눈을 감았다.
늑대는 아이의 오랜 관심에 드디어 몸을 움직였고, 서로는 서로의 눈을 통해 자신들의 지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늑대의 이름은 '푸른 늑대', 아이의 이름은 '아프리카 은비아'.
황금빛의 아름다운 털을 가졌던 누이동생을 구하기 위해 '푸른 늑대'는 모험을 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인간에게 잡혀서 동물원에 팔려왔다. 고향에 대한 애틋함과 사람에 대한 경멸감으로 그는 죽지 못해 동물원에서 살고 있었다.
아이는 푸른 늑대의 눈을 통해 그의 과거를 보면서, 마침내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백인들의 방화로 어렸을 때 상인에게 맡겨져 온갖 고생을 하던 일들, 양치기로 팔려 치타, 하이에나와 함께 양과 염소를 돌보던 기억, 그리고 지금의 양부모를 만나기까지의 과정들. 아이가 그 시절을 견뎌올 수 있었던 것은 동물들과의 교감과 아이의 마음 속에서 끊임없이 떠오르는 아름다운 울림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울림을 아이가 이야기로 해주면, 그 속에서 기쁨을 찾던 사람들 때문이었다.
아이와 늑대는 서로의 상처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늑대는 마침내 세상과 사람에 대한 저주를 누그러뜨리고, 감고 있던 한 눈을 뜬다. 늑대의 눈을 지켜보던 아이도 감았던 눈을 뜬다. "짜잔!"
늑대의 눈과 아이의 눈을 통해 서로가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하고, 교감한다는 이 이야기는 한 편의 아름다운 시의 느낌을 준다. 또 소년 아프리카가 관계를 맺었던 낙타, 하이에나, 치타, 염소들의 마지막 행방과 소년의 마음이 확인되는 대목에서는 아주 은근한 기쁨과 미소가 샘솟듯 솟아 오를 것이다.
<까보 까보슈>,
<까모는 어떻게 영어를 잘하게 되었나?>의 다니엘 페낙이 썼다.
작가 소개
저자 : 다니엘 페나크
본명은 다니엘 페나키오니. 1944년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 태어나,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아프리카.아시아.유럽 등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학창 시절에는 열등생이었으나, 그 시기에 독서에 대한 남다른 흥미를 갖게 되었다. 프랑스 니스에서 문학 석사학위를 받고 26여 년간 중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1973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는데, ‘말로센 시리즈’와 어린이 책 ‘까모 시리즈’에서 보여준 기발한 상상력과 재치 넘치는 표현으로 대중성과 문학성을 두루 인정받으며 작가로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 밖에 강압적인 독서 교육을 비판하고 책읽기의 즐거움을 깨우치는 『소설처럼』,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담은 『학교의 슬픔』 등의 에세이와 소설, 시나리오를 발표했으며, 한 남자가 10대부터 80대까지 몸에 관해 쓴 일기 형식의 소설 『몸의 일기』는 2012년에 발표되자마자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화제작으로 떠올랐다.1995년부터 교직에서 물러나 집필 활동에 전념하고 있지만, 정기적으로 교실을 찾아다니며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미스터리 비평상(1988년), 리브르앵테르 상(1990년), 르노도 상(2007년)을 수상했다.
목차
그들의 만남
늑대의 눈
사람의 눈
다른 세계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