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봄을 물어다주는 반가운 새 제비의 이야기를 담았다. 새끼 제비의 보드라운 솜털까지 느껴지는 세밀한 그림과 원경으로 펼쳐지는 푸근한 봄들판이 따뜻한 봄냄새를 맡게 한다. 남쪽으로부터 찾아와 집을 짓고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다 다시 남쪽으로 돌아가는 철새 제비의 생태를 어린이들에게 알려준다.
제비와 제비의 생태를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정보적인 내용이 주로 펼쳐지지만 제비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입말투의 글과 봄풍경이 딱딱하고 지루할 수 있는 정보그림책의 단점을 덮어준다. 직접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생생한 세밀화풍 그림은 도감 그림과 달리 온기가 느껴져 좋다.
집을 짓는 모습, 둥지에 깃털과 마른 풀잎을 깔고, 알을 낳은 모습, 갓 태어난 제비 새끼의 모습, 어느 정도 자라서 먹이를 달라고 부리를 쫙쫙 벌리는 모습, 전깃줄 위에 나란히 앉아 날기 연습을 하는 모습까지 다양한 제비의 모습을 잡아낸 그림만으로도 제비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알 수 있다.
글은 제비가 우리에게 어떤 좋은 점을 하는지, 그리고 왜 제비가 점점 우리 나라로 돌아올 수 없는지를 담담하게 전해준다.
출판사 리뷰
'제비'의 한살이를 담은 세밀화 그림책[나야, 제비야]는 제비의 삶과 생활을 담은 그림책으로는 국내에서 처음 나왔다. 1년 반 동안 새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료를 모으고 취재해 글을 쓰고, 세밀화로 정성껏 그렸다. 봄에 돌아와 공들여 집을 짓고
알을 낳아 품는 모습, 어린 제비를 먹여 키우는 암수 제비의 애틋한 사랑, 그리고 갓 태어난 어린 제비가 커 가는 낱낱의 과정들이 마치 살아있는 듯 실감나게 다가온다. 제비라는 목숨이 어떻게 태어나 어떻게 사는지,
사람과 어떤 인연을 맺으며 살아왔는지가 정겨우면서도 밀도 있는 그림 속에 오롯이 녹아들어 있다. 제비가 오는 봄부터 먼 길을 떠나는 가을까지 모두 열다섯 장면으로 나누어 배치했다.
제비는 여름 철새이다. 추위를 피해 대만,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같은 따뜻한 나라에서 겨울을 보내고 봄이 되면 다시 우리나라, 일본, 중국, 몽골 등지에 돌아와 산다. 수만 리가 넘는 먼 길을
오가기 때문에 꽤 많은 제비가 도중에 다치거나 죽기도 한다.
제비가 돌아와 맨 먼저 하는 일을 집을 짓는 일이다. 제비는 오직 집을 지을 때만 진흙과 마른풀을 가지러 땅에 내려와 앉는다. 몸놀림이 날쌘 데 비해 다른 새들보다 다리가 약한 까닭이 거기에 있다.
그리고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다. 암수 동색인데다가 크기도 비슷해서 눈으로 암수를 구별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알은 보통 3~5개 정도 낳는데, 일년에 두 번 새끼를 낳아 기른다. 처음 낳아 기른 새끼들이 자라
집을 나가면 곧 둥지를 수리해서 두 번째 알을 낳아 품는 것이다.
새끼를 낳으면 암수 제비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 하루에도 4백 번 이상 먹이를 잡아다 먹여야 한다. 그러니 메뚜기, 잠자리, 모기, 벼멸구처럼 먹이가 되는 벌레가 없으면 제비는 도저히 살 길이
없다. 알에서 깬 새끼 제비는 약 3주 정도 지나면 둥지를 떠난다. 둥지를 떠나더라도 1주 정도는 어미의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 그 뒤에도 멀리 가지 않고 어미곁에서 함께 생활한다. 책 표지에서 보듯, 새끼 제비는
어미에 비해 꽁지깃이 짧고 목덜미가 연한 갈색이다.
산과 들에 가을빛이 돌고 구절초가 필 무렵이면 제비는 떠날 준비를 시작한다. 먼 길을 가야 하기 때문에 많이 먹고 깃털도 잘 가꿔야 한다. 높고 푸른 하늘 아래 줄지어 늘어선 전신주들, 그 위에 새카맣게
앉아있는 제비 떼가 보이면 사람들은 비로소 제비가 먼 길을 떠나는 상징으로 받아들인다.
4월 11일은 음력 3월 3일 삼짇날, 올해는 제비를 볼 수 있을까?예로부터 제비는 우리 겨레와 함께 살아왔다. 해마다 봄이 오고, 제비꽃이 필 무렵이면 왠지 기다려지는 친구가 바로 제비였다. 생김새가 예쁘기도 하지만, 제비가 와서 처마 밑에 집을 짓고 새끼를 많이 치면
풍년이 들 거라며 반가워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제비 보기가 힘들어졌다. 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시골에도 좀처럼 오지 않는다고 한다. 안타깝고 슬픈 일이지만, 제비는 더 이상 우리나라에는 살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집 지을
흙도 모자라고, 농약이나 제초제 때문에 먹이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기 ?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아마 제비를 기억하는 사람도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우리 어린이들 가운데 제비를 본 친구가 과연 얼마나 될지, 이
땅이 제비가 마음 놓고 돌아와 살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을 보고 자랄 아이들에게 희망을 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