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1970년대 서울의 어느 산동네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한 소녀와 그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모두가 가난한 시절, 천장에서 비가 새 물이 뚝뚝 떨어져도, 장판이 구석구석 썩어 들어가도 거기에 익숙해져야 했던 시절, 산동네에서 살아가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오십 권짜리 '소년 소녀 세계 문학 전집'을 방안에 틀어박혀 있고 있는 아이 혜진이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 목탄으로 그린 크로키 그림 같은 이웃들의 이야기가 혜진이의 눈을 통해 전해진다. 경마장에 사는 경미, 새우젓 파는 만수 엄마, 얼굴값을 치른 효선이 아버지, 학교를 떠난 미숙이, 부잣집 딸 송미... 혜진이의 이야기는 산동네를 떠나 목욕탕과 큰 방 세 개가 있는 집으로 이사가면서 끝이 난다.
삶의 밑바닥까지 곤두박질치는 순간에도 서로에게 기대고 끌어안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강인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재발견할 수 있다. 1970년대 이야기지만, 세상 살아가는 이치가 그리 많이 변하지 않은 것처럼, 오늘 날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도 깊은 공감을 끌어낸다.명철이의 목소리는 아주 편안했다. 고생 같은 것은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유복한 집 아이의 소리처럼 들렸다. 건방진 놈, 괜찮긴 뭐가 괜찮아. 복도 지지리도 없는 놈이. 이제 그나마 버팀목이 되어 주던 할머니도 안 계신데.넌 이제 겨우 열네 살이라고, 스물네 살이 아니라고. 게다가 3학년짜리 명식이는 아직 철도 없는데. 넌 중학교도 못가고 그 엉터리 같은 야학에 다니면서 뭘 잘 해. 뭘 잘 할 수가 있느냐고.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다가 그만두었다. 그걸 모르는 명철이가 아니었다. 자신의 불리한 조건을 명철이가 나보다 더 잘 알면 알았지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철이는 잘 할 수 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었다.-본문 pp.136~137 중에서
작가 소개
저자 : 임정진
서울에서 딸 부자집 맏딸로 태어나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한 후 잡지 기자, 방송국 어린이 프로그램 구성 작가와 스토리 작가, 카피라이터, 사보 편집자 등의 일을 하며 청소년소설과 동화를 써 왔습니다. 여러 가지 공연을 구경 다니는 걸 좋아하며 지금은 공연 기획을 하기도 하고 스 토리텔링 공연을 하기도 합니다. 강아지 콩순이와 왕달팽이 팽팽이를 키우고 서울디지털대에서 아동문학을 강의하며 재미난 일이 있으면 당장 달려갑니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나보다 작은 형》, 《맛있는 구름콩》,《있잖아요 비밀이에요》, 《지붕 낮은 집》, 《상어를 사랑한 인어공주》, 《바우덕이》, 《우리우리 설날은》, 《연탄길》 등이 있습니다.
목차
프롤로그
지루함 ㅣ 경마장에 사는 경미
쓸쓸함 ㅣ 천국에는 가지 않은 강희 언니
기다림 ㅣ 뺨 맞고 나타난 브리사댁
질김 ㅣ 새우젓 파는 만수 엄마
놀라움 ㅣ 도둑년의 달, 희숙이
비껴감 ㅣ 눈물 마른 명철이 1
무너짐 ㅣ 가시가 있던 장미 미장원 아줌마
서투름 ㅣ 천사를 놓친 명철이
회오리 바람 ㅣ 얼굴값을 치른 효선이 아버지
마중물 ㅣ 펌프 물 속에 여름을 담근 외삼촌
떠남 ㅣ 형제만 남은 명철이 3
무거움 ㅣ 팔자에 없는 남동생
설레임 ㅣ 이마가 반듯한 민재 오빠
울렁거림 ㅣ 한 살 더 먹은 나
어지러움 ㅣ 부잣집 딸, 송미
씁쓸함 ㅣ 학교를 떠난 미숙이
벗어남 ㅣ 산동네를 떠나는 우리 가족
그 후의 이야기
에필로그
추천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