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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막대 파란 상자
사계절 | 3-4학년 | 2004.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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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아빠의 아빠,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엄마의 엄마, 할머니의 할머니……. 먼 옛날부터 집안에 전해 내려오는 특별한 선물을 받은 에릭과 클라라는 그 선물에서 무엇을 발견했을까요? 세대를 거치며 전해진 파란 상자와 파란 막대, 그 선물에 담긴 아이들의 모습을 낡은 공책 한 권으로 들여다봅니다. 앞장과 뒷장에서 에릭과 클라라의 이야기가 시작되어 가운데에서 만나는 구성입니다. 정교하고 독특한 무늬와 담백하고 고급스러운 색채가 돋보이는 콜라주 기법의 그림책입니다.

클라라는 아홉 살 생일에 파란 막대를 선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막대를 가지고 놀았던 아이들의 글이 적혀 있는 낡은 공책도 한 권 받았지요. 그 공책 속에는 많은 아이들이 막대를 어떻게 가지고 놀았는지가 담겨 있었지요. 클레멘티나는 생쥐 키치아를 훈련시키는 데, 로잘리아는 연극놀이를 할 때, 테클라는 완벽한 원을 그릴 때 이 파란 막대를 사용했지요. 그렇다면 클라라는 파란 막대를 어떻게 가지고 놀까요?

에릭은 아홉 살 생일에 파란 상자를 선물 받았습니다. 그 상자를 가지고 놀았던 아이들의 글이 적힌 낡은 공책도 받았지요. 그 공책 속의 아이들은 파란 상자를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가지고 놀았습니다. 레오나르도는 상자 속에 거울을 붙여서 놀고, 빈첸티는 상자에 튤립을 키웠습니다. 티모테우스는 상자 안에서 달걀을 부화시키고, 판크라치는 바퀴 네 개를 붙여 상자를 수레로 썼습니다. 그렇다면 에릭은 파란 상자를 어떻게 가지고 놀까요?

그런데 클라라의 파란 막대와 에릭의 파란 상자는 어떤 관계일까요? 파란 막대가 파란 상자에 꼭 맞는다는 것을 알면 여러분은 어떤 상상을 펼치게 될까요? 단순한 물건 하나를 각자의 개성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하고 다양한 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상상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각 세대의 손때가 묻은 파란 막대·파란 상자를 통해 핏줄을 따라, 역사를 따라 이어지고 또 이어지는 그 무엇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출판사 리뷰

초등학생은 물론 어른들도 즐겨 볼만한 깊이 있고 수준 높은 그림책들을 골라 펴내는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시리즈 5권『파란 막대·파란 상자』가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의 작가인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정치·경제 체제의 변화 이후 ‘디즈니 류’의 상업출판물이 휩쓸고 있는 폴란드의 어린이책 출판 상황 속에서도, 예술성 높은 작가주의 일러스트레이션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소수의 일러스트레이터 가운데 하나로,『생각』『발가락』(이상 논장) 등의 그림책으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는 ‘폴란드 최고의 현역 그림책 작가’입니다.

『파란 막대·파란 상자』는 외국 작가의 그림책이지만, 기존의 그림책을 번역 출간한 것이 아니라 기획에서 출간까지 작가와 사계절출판사의 편집진이 함께 만들어 처음으로 펴내고 국제 판권을 보유하는 ‘사계절출판사의 그림책’으로, 국제교류를 통한 그림책 출판의 한 성과이자 시금석이 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더불어, 이 책『파란 막대·파란 상자』의 출간에 즈음하여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그림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2004.12.23∼2005.1.15 / 문화일보 갤러리) 한·폴 수교 15 주년을 기념하여 주한 폴란드 대사관이 주최하는 기념전 형식의 이번 전시에는, 그림책『파란 막대·파란 상자』의 우아한 꼴라쥬 원화들을 비롯하여, 작가의 예술적 역량을 엿볼 수 있는 여러 그림책과 동화 일러스트들이 전시됩니다.

짧지만 의미심장한 이 이야기는 여러 겹의 의미를 은유하고 있습니다. 생각하기에 따라 독자들은 이야기 속에 감춰진 여러 가지 생각과 상징들을 발견할 수 있겠지요. 발견의 길을 찾는 실마리는 이 책의 곳곳에 놓여 있습니다.

가령, 어떤 이에게는 창의적인 생각을 북돋는 이야기로 이해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낡은 공책 속의 아이들은 똑같은 막대, 똑같은 상자를 저마다의 새로운 놀잇감으로 만들고야 맙니다. 그 기록들을 보면서 독자들은 이야기 속 클라라와 에릭처럼 ‘그런 방법도 있었군!’, ‘이런 절묘한 쓰임새가 있다니!’ 하며 감탄하기도 하고, ‘나라면 이런 놀이를 할 테야.’, ‘나는 공책 속에 어떤 이야기를 적어 놓을까?’ 하며 상상하기도 할 테니까요.

또 다른 어떤 이에게는 사람과 사물의 다양성을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로 읽힐 수도 있을 겁니다. 똑같은 아홉 살 아이들이 막대와 상자를 매개로 저마다의 개성을 마음껏 드러내고, 그것들의 다양한 측면을 읽어내는 다채로운 모습들이 그려져 있으니까요.

나아가 어떤 이에게는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막대로 자기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팻말을 만들었던 이모할머니의 기록을 보고 ‘이것도 괜찮은 생각인 걸.’ 하며 빙긋 웃는 클라라나, 상자 속에 얼음을 얼려 코끼리 인형의 전용 스케이트장을 만들었던 아버지의 기록을 보고 ‘우리 아빠처럼 심각한 사람이 이런 장난을 치다니……!’ 하며 웃음을 참지 못하는 에릭처럼, 이 이야기 속에는 막대와 상자를 통하여 앞선 세대들의 생각을 읽어내고 그들과 교감하며 그들을 이해하는 사례들이 담겨 있으니까요.

더욱 주의 깊게 이 책을 들여다본다면, 그 밖에도 더 많은 이야기들을 읽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왜 이 책은 앞뒤가 없이 똑같은 비중의 이야기를 양방향에서 시작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지, 왜 여자아이들에게 전해지는 선물은 막대이고 남자아이들에게 전해지는 선물은 상자인지, 왜 그것들은 아홉 살 생일에 선물로 건네지는지, 막대를 가지고 노는 여자아이들의 행동과 상자를 가지고 노는 남자아이들의 행동에는 어떤 다른 점이 있는지, 막대와 상자가 책의 한가운데서 만나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지 하는 점들이 모두 나름의 의미를 지니고 있을 테니까요.

그림 하나하나에서도 그것은 마찬가지일겁니다. 여자아이 테클라의 세계를 가득 채우고 있는 동그라미들은 무얼 의미하는지, 남자아이 판크라치가 수레를 끌고 떠날 때 꽃이 피어 있던 사과나무에, 돌아올 땐 주렁주렁 열매가 열린 까닭은 무엇인지…….

그러나 그 모든 의미들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독자 스스로 저마다에게 열려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깨닫는 일일 테지요. 그토록 많은 일을 겪었으면서도 여전히 파랗고 예쁜 막대와 상자처럼,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공책을 앞에 두고 ‘나도 멋진 이야기들을 적어 놓을 테야.’ 하고 다짐하는 클라라와 에릭처럼…….

  작가 소개

저자 :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Iwona Chmielewska)
1960년 폴란드의 작은 중세 도시인 토루인에서 태어났습니다. 1984년 토루인의 코페르니쿠스 대학 미술학부를 졸업한 후,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면서 30권이 넘는 어른과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네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작가는 자기 아이들에게 읽어 줄 책을 직접 만들면서 그림책 창작을 시작했습니다. 흐미엘레프스카의 그림책은 질감과 문양이 다른 종이와 천을 이용한 콜라주와 다양한 채색 기법을 사용하여 기발한 아이디어가 넘치며, 철학적인 사색의 깊이를 보여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작가는 그림책 창작을 위한 영감의 원천을 르네상스와 중세의 작품 속에서 주로 찾습니다. 때론 낯설면서도 친밀함을 주는 과거를 돌아보는 일은 그림책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에게 항상 중요한 주제입니다. 2000년에『아저씨와 고양이』로 프로 볼로냐상을, 2003년에 야스노젬스카의『시화집』으로 바르샤바 국제 책 예술제에서 ‘책예술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역자 : 이지원
한국외국어대 폴란드어과를 졸업하고 폴란드의 야기엘로인스키 대학과 아담 미츠키에비츠 대학에서 어린이 책 일러스트레이션의 역사를 공부했습니다. 지금은 학생을 가르치며 어린이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옮긴 책으로『발가락』『생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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