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감물 빛 은은한 1930년대, 그 아스라한 시절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월북 작가 이태준의 단편동화에 그림작가 김동성의 그림이 만나, 여백이 가득한 아름다운 한편의 그림이 되었습니다. 하루 끼니를 위해 어디론가 일거리를 찾아나선 것이 분명한 엄마와, 하루종일 전차 거리를 서성이며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하루를 통해 그 아득했던 시절의 정취를 잘 살려내고 있습니다.
추워서 코가 새빨간 아가가 아장아장 전차 정류장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짧은 다리로 낑, 안전 지대를 올라서지만 엄마는 보이지 않습니다. 전차가 올 때마다 아가는 갸웃하고 차장더러 묻습니다. '우리 엄마 안 와요?' 차장은 퉁명스럽게 대답합니다. '너희 엄마를 내가 아니?' 또 전차가 왔습니다. 아가는 또 갸웃하고 차장더러 물었습니다. '우리 엄마 안 와요?' 차장이 말했습니다. '다칠라, 너희 엄마 오시도록 한군데 가만히 섰거라, 응?' 아가는 그때부터 한 자리에 붙박이 처럼 서서, 엄마를 기다립니다. 어느덧 땅거미가 지고 바람이 불었습니다. 하지만 아가는 꼼짝 하지 않습니다. 전차가 와도 묻지 않고, 코가 새빨개져서 가만히 서 있습니다. 하늘에 잔뜩 눈발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전신주와 지붕위로 하얀 눈이 쌓입니다... 하지만 엄마는 오지 않습니다. 아가는 기다리고 또 기다립니다...
아기를 등에 업은 소녀, 봇짐을 잔뜩 등에 진 아저씨, 책보퉁이를 끼고 어디론가 내달리는 까까머리 중학생 등 1930년대 거리의 풍경이 흑백사진 속 풍경처럼 아름답습니다. 아가는 끝내 엄마를 만나지 못한 것일까요? 하얀 눈으로 뒤덮인 마지막 명장면을 놓치지 마세요.
작가 소개
저자 : 이태준
1904년 강원도 철원에서 출생하여 1925년 처녀작으로 \'조선문단\'에 입선하였다. 일본 유학 도중 굶주림과 병고의 어려움을 끝내 극복치 못하고 돌아와 \'학생\', \'신생\'등의 편집에 관여하면서, <어린이>지에 수필과 소년물을 발표하였다. 1931년 \'중앙일보\'기자로 근무하여 어느 정도 생활의 안정을 얻어 활발한 창작활동을 전개하여 훗날 대표작으로 평가되는 <달밤>, <복덕방>, <가마귀> 단편과 여러 장편을 집필하였다. 또한 \'구인회\' 모임에 참가하였다. 1943년 이광수에 이어 제2회 \'조선예술상\'을 수상하였다. 1946년 조선문학자대회의 의장단의 한 사람으로 참가했다가 월북하였다.
그림 : 김동성
1970년 부산 출생. 1995년에 홍익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영문판 한국 전래 동화집 (1998, 한림), <삼촌과 함께 자전거 여행>, <북치는 곰과 이주홍 동화나라>, <안내견 탄실이>, <비나리 달이네 집>, <하늘길> 등에 그림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