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두려움을 새로운 상상으로 어루만지다아이들에게 집 안 곳곳은 상상의 공간이다. 집은 아이들이 주로 생활하는 공간이라 상상력이 한창 풍부한 유아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에 더없이 좋다. 집에서 키우는 애완동물이 자기 몰래 말을 한다고 여기기도 하고, 인형의 위치가 살짝 바뀐 것 같으면 자기가 없는 사이에 인형이 살아 움직이는 거라 생각하기도 한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상상력을 동원해 추측해 보고 사실처럼 믿기도 한다.
상상을 통해 유아는 무한한 즐거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가 상상으로 만들어 낸 두려움에 부닥쳤을 때 현명하게 대처할 방법을 찾는다.
『초록고양이』는 그런 부모의 고민을 단숨에 덜어주면서 아이의 상상력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준다. 작가는 아이들의 상상을 실제로 일어나는 일처럼 동화 속에 그대로 옮겨 놓았다. 마치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듯 ‘네 생각이 맞아.’라고 공감해 준다. 꽃담이라는 주인공을 내세워 아이 곁에는 언제나 아이를 지켜주는 가족이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주고, 아이가 상상 속에서 두려워했던 존재가 사실은 정말 별것이 아니란 걸 알려 준다. 처음 보는 초록색 고양이가 들고 있는 빨간 우산은 무언가 특별한 물건일 것 같지만, 다른 우산과 마찬가지로 “그냥…… 비 올 때” 쓰는 우산일 뿐이다. 상상으로 만들어진 두려움을 새로운 상상으로 안심시키면서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동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노란 장화 신고 빨간 우산 쓴 초록고양이 보았니?
어린이의 상상에 생명을 불어넣는 세 가지 이야기표제작 「초록고양이」는 꽃담이 엄마가 욕실에 들어갔다가 감쪽같이 사라지면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살며시 욕실 문을 열어 보니 온몸이 초록색 털로 뒤덮인 고양이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웃고 있다.
그때 낄낄낄 웃음소리가 들렸어요.
“너희 엄마는 내가 데려갔어.”
초록고양이가 말했어요. 빨간 우산을 쓰고 노란 장화를 신고 있었어요.
꽃담이가 말했어요.
“우리 엄마를 돌려줘!”
초록고양이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어요.
“쉽게 돌려줄 수는 없어. 엄마를 찾고 싶으면 나를 따라와.”
(본문 8쪽)
초록고양이가 빨간 우산을 빙글 돌리자 순식간에 욕실은 커다란 동굴로 바뀐다. 동굴 안에는 하얀 항아리가 가득 있다. 초록고양이는 그중에서 하나의 항아리에 엄마를 숨겨 놓았다. 엄마를 찾기 위해 꽃담이에게 주어진 기회는 한 번뿐! 초록고양이는 자신이 가진 빨간 우산을 걸고 꽃담이와 내기를 한다. 그런데 고양이의 예상과 달리 꽃담이의 표정은 자신만만하다. 꽃담이만 알고 있는 엄마 냄새로 손쉽게 엄마를 구출해 내고 빨간 우산을 얻은 꽃담이는 엄마와 함께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다.
며칠 뒤, 이번엔 꽃담이가 사라졌다. 꽃담이 엄마가 욕실 문을 빼꼼 열어 보니 초록고양이가 나타나 엄마를 동굴로 데려가고 똑같은 수수께끼를 낸다. 꽃담이 엄마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항아리를 깨뜨린 끝에 꽃담이를 찾아낸다. 뜻대로 되지 않아 심통 난 초록고양이에게 꽃담이와 엄마는 함께 집에 가자고 제안한다. 가족도 없이 홀로 남을 초록고양이에게 꽃담이는 누나가 되어 주기로 약속한다.
「꼬마 도둑」은 꽃담이와 엄마 아빠가 모두 집을 비운 사이 꼬마 도둑이 몰래 들어온 이야기다. 다람쥐처럼 조그마한 꼬마 도둑은 자기 몸만 한 가죽 자루를 내려놓더니 이상한 노래를 부른다.
누룽지 바가지 망아지 핫바지
아빠는 파랗고, 엄마는 노랗고
삿갓 쓴 할머니가 어흥!
꼬마 도둑이 손가락으로 텔레비전을 가리켰어요.
커다란 텔레비전이 조그만 가죽 자루에 쏙 들어갔어요.
소파도 탁자도 전등도 화분도 가죽 자루에 쏙쏙 들어갔어요.
꽃담이네 거실이 금세 텅 비었어요.
(본문 28-29쪽)
거실의 물건을 몽땅 챙긴 꼬마 도둑은 꽃담이 방으로 향한다. 이번에도 방 안의 모든 물건을 자루 안으로 빨아들이는데 인형 하나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 인형은 다름 아닌 꽃담이네 새 가족, 초록고양이다. 초록고양이는 빠른 몸짓을 이용해 꼬마 도둑을 잡고 물건까지 모두 되돌려받는다.
세 번째 작품 「빨간 모자를 쓴 괴물」은 꽃담이의 꿈속에 자꾸만 나타나 꽃담이를 괴롭히는 괴물 이야기다. 빨간 모자로 얼굴을 가린 괴물은 딸깍딸깍하는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달려오는데, 금방이라도 날카로운 손톱으로 꽃담이를 낚아챌 듯하다. 다음 날 꽃담이가 엄마에게 꿈 얘기를 털어놓자 엄마는 꽃담이에게 괴물을 물리칠 비법을 알려준다.
“엄마도 어렸을 때 꿈속에서 그런 괴물을 만난 적이 있었어. 정말 무서운 괴물이었지.”
“그 괴물도 엄마 뒤를 쫓아왔어?”
“쫓아왔지. 엄마는 잡히지 않으려고 막 달아나고…….”
“그래서 어떻게 했어?”
“괴물을 물리쳤어.”
꽃담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엄마를 쳐다봤어요.
(본문 46쪽)
엄마에게 비법을 전수받은 꽃담이는 괴물을 물리치리라 다짐하며 다시 잠이 든다. 꿈에서 괴물을 다시 만난 꽃담이. 용감하게 괴물의 모자를 벗기려고 다가들자 이번엔 반대로 괴물이 도망가기 시작한다. 꽃담이와 친구가 되고 싶었다는 괴물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꽃담이는 빨간 모자를 쓴 괴물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위기철 동화엔 아주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노래하듯 그림 그리듯, 동화 읽는 재미란 바로 이런 것!이 책에는 다양한 감각을 동원하며 읽는 재미가 숨어 있다. 우선, 다른 동화에서 느낄 수 없는 리듬감이 있다. 노래의 1절과 2절처럼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의성어와 의태어가 두루 쓰여서 읽다 보면 저절로 어깨를 들썩여진다. 꼬마 도둑이 주문을 외듯 노래 부른 뒤, 초록고양이가 맞받아치며 노래하는 장면에서는 음악적인 리듬감이 풍부하게 드러난다. (도둑질 장난질 하질 말지 / 우산은 빨갛고, 장화는 노랗고 / 잠자던 고양이가 야옹! -본문 33쪽)
글과 그림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신경 쓴 작가의 노력 덕분에 『초록고양이』는 여러 번 불러도 질리지 않는 노래처럼 몇 번을 읽어도 질릴 틈이 없는 매력적인 동화로 탄생했다. 이 책의 신비한 리듬감은 그림에서도 느낄 수 있다. 세 번째 이야기 「빨간 모자를 쓴 괴물」은 글에서 초록고양이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마치 고양이가 꽃담이 곁에 있는 것처럼 그림을 통해 초록고양이를 자연스럽게 불러냈다.
알록달록한 색채감 또한 책 읽는 즐거움에 빠지게 하는 요소다. ‘빨간 우산’, ‘노란 장화’, ‘파란 공’, ‘초록고양이’ 등의 선명한 원색 표현은 독자로 하여금 그림을 그리는 듯한 느낌을 주고, 이야기에 더욱 집중하게 한다. 책 속의 삽화를 보지 않고 부모가 옆에서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동화 속 장면을 쉽게 이미지화할 수 있다.
이제 막 그림책에서 읽기 책으로 넘어가는 7-8세 아이들에게 책 읽는 재미를 키워 주고 우리말의 감각을 자연스레 익히게 해 주는 더없이 좋은 책이다. 위기철 작가의 동화에서 특별히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마음껏 맛보며 읽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