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주말에 있었던 일에 대한 짧은 글쓰기가 오늘 숙제다."
아이들이 우스꽝스러운 질문들을 쏟아 냈어요.
"숙제 안 해 와도 된다는데 말들이 왜 이렇게 많아?"
콩가면 선생님은 웃지 않아요.
콩가면 선생님은 친절하지도 않아요.
콩가면 선생님은 다정하지도 않아요.
그런데도 왜 콩가면 선생님한테 끌리는 걸까요?
왜 콩가면이 활짝 웃는 모습을 보고 싶은 걸까요?
▣ 작품의 특징
■ 진심은 표정이 아니라 마음으로 통하는 것초동 초등학교 3학년 나반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선생님과 즐겁게 웃고, 이야기하고, 사랑을 듬뿍 받고 싶어한다. 하지만 담임 선생님이 이상하다. 아이들이 아무리 재미있는 말을 해도, 행동을 해도 웃지 않는다. 숙제를 반이 넘게 안 해 와도 화내지 않는다. 항상 웃지도 화내지도 찡그리지도 않는 무덤덤하고 무뚝뚝한 얼굴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3학년 나반 아이들은 선생님을 싫어하지 않는다. 까만 콩 가면을 쓴 것 같다고 '콩가면 선생님'이라고 별명을 지어 주며 이상한 선생님이라고 놀릴 뿐. 아이들은 콩가면 선생님이 절대 웃지 않지만, 말투도 무뚝뚝하지만 자기들을 싫어하지 않는다는 걸 마음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자기들을 싫어한다면 집에서 키우는 빨간 점 구피 이야기에, 잔소리쟁이 할머니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맞장구 쳐 주고, 한 명 한 명 같이 앉아서 수학 문제를 풀어 줄 리 없기 때문이다. 급식 수저를 씻어 오지 않고 친구들 반찬을 마음대로 집어 먹는 왕따 성인이를 대신해서 날마다 수저를 가져다 놓고 자기 반찬을 조용히 바꿔 줄 리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웃지 않는 선생님이 처음엔 무서웠다가, 이상했다가, 이제는 몹시 궁금해졌다. 그 어떤 선생님보다 자기들을 잘 알고, 좋아하는 것 같은데, 왜 선생님은 웃지 않는 것일까. 선생님은 콩가면 속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선생님은 왜 안 웃어요?"
"웃을 일이 있어야 웃지."
"우리 보면 안 좋아요?
"뭐가 좋아, 말썽쟁이들."
"치." 아이들은 입을 비죽였어요.
"속으로는 우리 좋아하는 거 다 안다, 뭐."
"알긴 뭘 알아. 그리고 선생님한테 반말하지 마라."
"선생님은 사랑을 못 받고 자랐죠? 사랑 못 받고 자란 애는 커서 잘 웃질 않는대요."
"나 사랑 듬뿍 받고 자랐거든?" "그럼 선생님 근육에 문제가 있나? 어디서 봤는데요, 웃음 근육에 문제가 생기면 못 웃는대요."
"아니야, 나도 웃어. 너희도 언젠가 내가 웃는 걸 보게 될 거야."
-본문 중에서
■ 스스로 성장해 가는 3학년 나반 아이들콩가면 선생님은 누구보다 아이들을 좋아한다. 한 명 한 명 빠트리지 않고 열심히 살핀다. 누구보다 아이들과 수다를 떨고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왜 아이들에게 표정을 보여 주지 않는 가면을 썼을까. 선생님에게 가면의 의미는 무엇일까. 책에 실린 여섯 편의 단편들을 통해 3학년 나반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늘 아이들 뒤에서 묵묵히 바라보는 콩가면 선생님의 따듯한 시선과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가면 속에서 짓고 있을 누구보다 인간적인 선생님의 다양한 표정들도.
<숙제병> 스스로 하는 아이들숙제를 하려고 앉기만 하면 엉덩이가 간지러운 동구. 콩가면 선생님은 동구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숙제는 매일 내 주지만 원하는 사람만 해 오라고 한다.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지만, 숙제를 해 왔을 때 함께 이야기하고 고민해 주는 선생님의 모습에 하나둘 숙제를 해 오기 시작한다. 결국 엉덩이 대신에 가슴 안쪽이 간지럽기 시작한 동구도 스스로 숙제를 하기 시작한다. 숙제를 해 오지 않는 동구에게 콩가면 선생님은 한 번도 눈치를 주거나 꾸중을 한 적이 없다. 숙제를 해 온 친구들에게 칭찬하는 적도 없다. 콩가면 선생님은 그저 아이들 스스로 숙제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를 원했고, 아이들이 숙제를 통해 또 다른 재미 찾을 수 있도록 징검다리가 되었을 뿐이다. 숙제병에 걸린 동구와 누구도 못 말리는 성인이가 숙제를 온 날, 콩가면 선생님은 아마 가면 속에서 아이들을 한껏 칭찬해 주었을 것이다.
<같은 옷 다른 느낌> 자신을 사랑하는 아이들사촌 언니 신발에 엄마 친구 딸 점퍼를 물려 입는 아린이는 알뜰하다는 친구들의 칭찬 아닌 칭찬에 상처를 받는다. 결국 아린이는 고민 끝에 다른 헌 옷에서 무늬를 오려 점퍼 얼룩에 오려 붙이는 리폼을 생각해 낸다. 무지갯빛 구름을 점퍼에 붙이고 학교에 가던 날, 아무도 아린이 점퍼의 변신을 알아채지 못한다. 얼룩은 잘 찾던 친구들조차도. 하지만 콩가면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구름을 설명하면서 아린이 가슴에 달린 무지갯빛 구름을 알려 준다. 가면 속에 숨어서 안 보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아이들 옷에 묻은 얼룩 하나, 작은 상처 하나까지도 알고 있었던 것. 콩가면 선생님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아린이의 모습에 가면 속에서 기특하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것이다.
<미녀와 야수> 친구의 가치를 아는 아이들반에서 가장 크고 뚱뚱한 지국이와 반에서 가장 예쁘고 작은 새침한 가빈이가 짝꿍이 되었다. 가빈이는 바보처럼 웃기 잘하는 지국이가 싫어 짝꿍을 바꿔 달라고 선생님을 찾아온다. 하지만 콩가면 선생님은 한 번에 "안 돼."라고 잘라 말한다. 가빈이를 설득하지도 달래지도 않는다. 가빈이는 그런 선생님이 밉다. 하지만 방귀를 뀐 자기를 대신해서 친구들에게 자기가 뀌었다며 웃으며 사과하는 지국이를 보며 외모 때문에 친구를 싫어했던 자신을 반성한다. 콩가면 선생님의 바람대로 가빈이 스스로 지국이의 매력을 찾은 것이다. 콩가면 선생님은 가면 속에서 미녀와 야수 짝꿍을 보며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을 것이다.
<비밀 탐사대의 탄생> 어울릴 줄 아는 아이들서로 으르렁대는 준혁, 지훈, 예준이와 은솔, 여경이. 방과 후 정면 대결을 위해 귀신이 나온다는 학교 별관에 모였다. 담력 내기 대표가 된 준혁이와 은솔이는 귀신이 나온다는 별관 지하로 향했다가 벽장에서 튀어나온 이상한 형체들에 놀라 도망을 친다. 그때 앞을 가로막은 건 콩가면 선생님. 콩가면 선생님은 위험한 곳에서 뭐 하는 거냐는 잔소리와 함께, 별관 지하실에 얽힌 동물 귀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콩가면 선생님은 다섯 개구쟁이들이 대결을 위해 몰래 지하로 내려간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 아이들이 묻기도 전에 선생님은 무뚝뚝한 얼굴로 말한다. "너희들, 원수처럼 굴더니 친해졌구나." 콩가면 선생님은 가면 속에서 원수에서 친구가 된 아이들을 보며 활짝 웃고 있을 것이다.
<선물> 마음을 표현하는 아이들 선생님들도, 친구들도 자기를 싫어한다고 믿는 성인이. 성인이는 자기도 선생님들이 싫고 아이들이 싫다. 그냥 혼자가 좋다. 집에서도 늘 혼자니까. 모든 것에 심통이 난 성인이는 화가 나면 아이들 치마를 자르고, 머리를 자르고, 밀치고, 욕을 한다. 그런 성인이에게 콩가면 선생님은 혼을 내고 잔소리를 하는 대신에 수업에 쓸 색지를 자르게 하고, 말없이 수저를 가져다 놓고, 처음 숙제를 해 온 날 까만 콩 한 줌을 쥐어 준다. 모든 게 싫기만 하던 성인이 마음에 선생님한테 선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싹 트고, 성인이는 색지 자투리를 모아 종이접기를 시작한다. 스승의날 콩가면 선생님 책상에 놓여 있는 낡은 상자. 콩가면 선생님은 아마도 가면 속에서 감동의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생일에> 서로에게 다가가는 아이들늘 교실에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기만 한 슬하, 세영이, 서연이. 학교에 오갈 때도 늘 혼자이고 쉬는 시간에도 각자 혼자다. 슬하의 생일날. 콩가면 선생님이 슬하에겐 옆 반 심부름을, 세영이에겐 쓰레기봉투 심부름을, 서연이에겐 편지 심부름을 보낸 그 시간, 아이들은 심부름을 마치고 운동장 한가운데서 만난다. 세 아이는 서로를 향해 손을 내밀고 대화를 하며 하굣길을 함께 걷는다. 아마도 콩가면 선생님은 교실 창문으로 친구가 된 세 아이를 내려다보며 가면 속에서 흐뭇하게 웃고 있을 것이다.
■ 편견 없이 아이들을 바라보고픈 콩가면 선생님여섯 편의 단편들을 통해 3학년 나반의 개구쟁이, 말썽쟁이, 소심쟁이 들을 모두 만나고 나면 콩가면 선생님이 왜 가면을 썼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그 가면 속에서 콩가면 선생님이 지었을 여러 가지 표정들과 마음들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콩가면 선생님은 어떤 편견이나 기준에 치우치지 않고 3학년 나반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오롯이 보고 싶었던 것이다. 동구는 왜 숙제병에 걸렸는지, 성인이는 왜 삐뚤어져 가는지, 슬하는 왜 외로운지……. 그리고 아이들 스스로 그 벽을 깨고 성장해 가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 길을 함께 걸어 주는 그림자처럼. 1학기가 끝나는 여름방학 날. 아이들이 아무리 웃으라고 장난을 치고 졸라도 끄떡도 하지 않던 콩가면 선생님이 드디어 콩가면을 벗었다. 콩가면 선생님은 누구보다 즐거워하며 하얀 이를 활짝 드러내며 웃는다. 발까지 동동 구르며. 그 동안 아이들을 묵묵히 지켜보고, 말 없이 응원하고, 무뚝뚝하게 칭찬하던 콩가면 선생님도 아마 방학 날만은 아이들에게 친근하고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 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리고 1학기 동안 무럭무럭 건강하게 잘 자라 준 3학년 나반 아이들에 대한 기쁨의 표현이 아닐까. 여름방학이 끝나고 콩가면 선생님은 다시 가면을 쓸지 모른다. 하지만 이미 아이들은 알고 있다. 콩가면 선생님의 가면 속에 숨겨진 사랑을.
"와, 콩가면 선생님이 웃는다!" 아이들이 깜짝 놀랐어요.
"왜들 놀라? 내가 웃는 거 보게 될 거라고 했잖아.
"콩가면 선생님이 싱글싱글 웃으며 말했어요.
"선생님, 오늘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콩가면 선생님의 대답을 기다렸어요.
"오늘 방학식 하잖아. 내일부터 여름방학이고. 신난다!"
아이들은 기가 막혔어요.
"무슨 선생님이 아이처럼 방학이라고 좋아해요?"
"선생님이니까 방학을 좋아하지. 말썽꾸러기 녀석들도 안 보고 얼마나 좋아?"
콩가면 선생님이 방글방글 웃으며 좋아하는 모습에 아이들이 하나둘 픽픽 웃기 시작했어요.
결국 3학년 나반 아이들 모두 하하 웃었어요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