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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히틀러에게 이름을 빼앗기다
천개의바람 | 청소년 | 2016.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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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바람청소년문고 시리즈 6권. 2010 온타리오 도서관협회 올해의 청소년도서 선정, 2010 리소스링크 최고의 도서상 수상작. 나치가 전쟁에서 패한 뒤, 난민 캠프에서 지내던 나디아는 마루시아 아줌마와 이반 아저씨와 함께 캐나다 브랜트퍼드에 살게 된다. 그리고 진짜 엄마, 아빠는 아니지만 자신을 전쟁의 상처로부터 벗어나게 해 주려는 아줌마와 아저씨, 새롭게 만난 두 친구, 언제든 마음 편히 책을 볼 수 있는 도서관이 있어 조금씩 전쟁을 잊어 간다.

하지만 과거의 기억 속에서 나디아는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히틀러를 만나는 그레첸 힘멜을, 가슴에 전쟁 포로 배지를 달고 자신을 라리사라고 부르는 여자아이를 만난다. 자신의 진짜 이름은 ‘나디아’인지, ‘그레첸’인지, ‘라리사’인지 혼란스럽기만 나디아. 불쑥불쑥 떠오르는 기억의 퍼즐 조각을 맞추며 자신의 진짜 이름이 무엇인지,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아 가는데….

  출판사 리뷰

히틀러는 나에게 분홍색 원피스를 입히고
손목에 검은 점을 찍었다. 그리고 나의 이름을 빼앗았다!

★2012 CCBC 최고의 어린이 도서상 수상
★2011 아메리카 어린이책작가협회 황금연상 수상
★2011 마니토바 어린이 독자상 수상
★2010 온타리오 도서관협회 올해의 청소년도서 선정
★2010 리소스링크 최고의 도서상 수상

■ 나치의 인종 실험, 레벤스보른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는 게르만 족인 자신들이 아리아 인의 후손이며, 아리아 인은 지배자 민족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아리아 인의 숫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기를 원했다. 히틀러의 비밀경찰(게슈타포)과 SS(나치 친위대)는 '생명의 샘'이라는 뜻의 레벤스보른 프로그램을 만들어 어린이 아리아 인의 숫자를 늘리는 데 힘을 쏟았다.
아이들을 모으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첫째는 마을에서 아이들을 모두 잡아다가 죽일지, 노예로 보낼지, 나치 가족에게 입양 보낼지를 결정했다. 둘째는 특수 훈련을 받은 비밀 여경 브라운 시스터즈가 아리아 인을 닮은 아이들에게 사탕을 주면서 이런저런 질문을 한 뒤 한밤중에 쳐들어가서 아이들을 납치했다.
리다와 라리사 자매도 브라운 시스터즈에게 사탕 세 개에 넘어가 납치당했다. 두 자매는 신체를 62군데로 나누어 인종 검사를 받았다. 금발 머리에 눈이 파란 동생 라리사는 손목에 검은 점을 찍고 레벤스보른이 되었고, 갈색 머리인 언니 라리사는 강제 수용소로 보내져 히틀러를 위해 폭탄을 만들어야 했다([소녀, 히틀러의 폭탄을 만들다]). 마지막 인종 테스트까지 통과한 라리사는 자신이 독일인이며 진짜 부모는 독일인이라는 혹독한 세뇌 교육을 받았다. 말도 생각도 독일인으로 해야 했다. 그리고 독일 장교 부모에게 보내졌다. 전쟁 동안 우크라이나 소녀 '라리사'는 죽고 독일인 소녀 '그레첸 힘멜'이 태어났다. 가끔씩 기억 속에 떠오르는 라일락 향기와 엄마의 따듯한 품과 가슴에 전쟁 포로 배지를 단 소녀들의 모습이 혼란스럽긴 했지만…….
실제로 히틀러의 레벤스보른 프로그램은 대단히 성공적이고 혹독했다. 전쟁 이후 많은 아이들이 진짜 부모가 살아 있는데도 독일인 부모를 떠나 되돌아가기를 거부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독일이 전쟁에서 패한 뒤, 많은 아이들이 독일인 가족에게 버림받았다. '그레첸' 역시 독일 장교 가족에게 버림받고 죽었다.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하는 '나디아'라는 소녀로 다시 태어났다.

그레첸 힘멜.
드디어 생각이 났다. 나는 그레첸 힘멜로 살아갈 것을 강요받았다.
처음에는 내가 독일인이라고 믿는 척만 했다.
하지만 점점 현실과 뒤죽박죽 뒤섞였다.
벌을 받지 않으려고 독일어로 말하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독일어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다른 아이들과 함께 행진을 하고 히틀러를 찬양하는 시와 노래를 배웠다.
선생님은 우리가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했다. 나는 선택받은 아이로 태어난 것이 자랑스러웠다.
라리사는 죽었고, 그레첸이 새로 태어났다.
-본문 중에서

■ 전쟁의 아픔을 치유해 가는 기억 찾기
캐나다로 이민을 가서 이반 아저씨와 마루시아 아줌마와 함께 살고 있는 나디아는 조금씩 마음의 평화를 찾아 간다. 그토록 살고 싶었던 평범한 소녀의 삶을 시작하는 듯했다.
하지만 가족을 빼앗고, 고향을 빼앗고, 꿈과 희망을 빼앗았던 전쟁은 이제 그 모든 사실을 떠올릴 수 조차 없게 나디아의 '기억'을 빼앗아 버렸다. 전쟁 속에서 끈질기게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소녀 나디아는 어이없게도 전쟁을 기억하지 못한다. 나디아이기 전에 자신이 누구였는지, 어떻게 마루시아 아줌마를 만났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수많은 기억들은 뒤섞인 퍼즐 조각이 되어 일상 생활 속에서 불쑥불쑥 떠오르고, 나디아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자동차 그림을 보면서 나디아는 나치 깃발을 매단 나치 장교의 검은색 자동차를 떠올리고 그 안에 앉아서 환호하는 관중을 쳐다보던 자신을 떠올린다. 도서관의 책들을 보면서 나치 장교인 아빠가 읽으라고 주었던 유태인을 죽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독버섯]이라는 책을 떠올린다. 노란색 페인트를 보며 가슴에 노란색 별을 단 유태인 포로 소녀를 떠올리고, 오래된 성을 보면서 자신이 갇혔던 하얀 저택을 떠올린다. 새로 만든 원피스를 입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서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자신을 떠올린다. 연보라색 벽을 보면서 행복했던 시절의 라일락 나무와 꽃향기를 떠올린다.
기억은 나디아에게 슬픔이고, 미움이고, 혼란이고, 때로는 그리움이다. 떠올릴수록 자신의 정체성이 두렵고 전쟁이 무섭지만 나디아는 스스로 기억을 떠올려야 한다.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라리사도, 그레첸도, 나디아도.
나디아가 하나씩 맞춰 가는 기억의 퍼즐은 단순히 한 소녀의 과거만이 아니다. 퍼즐이 완성되어 가면서 우리는 한 우크라이나 소녀가 고스란히 겪어낸 전쟁의 모습을 알게 된다. 기억의 퍼즐이 다 맞춰져 갈 때쯤 나디아는 전쟁으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아빠는 탁자 위에 상자를 올려놓는다. 엄마는 아빠 맞은편에 등을 꼿꼿하게 세우고 앉아
옆자리를 손으로 탁탁 두드린다. 에바가 그곳에 앉는다. 나는 에바 옆에 앉는다.
"이건 그레첸 선물이다."
나는 신이 나서 갈색 포장지를 만진다.
"열어 봐!"
에바는 잔뜩 기대하는 얼굴이다.
나는 상자를 무릎에 올려놓고 포장지를 찢는다. 아름다운 분홍색 원피스다.
한 번도 입어 보지 못한 옷이다. 기뻐야 마땅하지만 왠지 마음이 무거워진다.
하지만 아빠를 향해 기쁜 얼굴로 말한다.
"고맙습니다."
"이제 힘멜 가족 모두가 멋진 모습으로 집회에 갈 수 있겠구나."
나는 원피스를 방으로 가져가 어깨에 대고 거울을 본다. 내가 다른 아이처럼 보인다.
-본문 중에서

■ 전쟁이 만든 또 다른 가족
전쟁 속에서 누구도 안전한 사람은 없다. 전쟁을 일으킨 가해자이든, 전쟁을 당한 피해자이든, 전쟁 가까이에 있든, 먼 곳에 떨어져 있든 전쟁은 모든 사람들을 피폐하게 만든다. 불행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반 아저씨는 소련군에게 아버지를 잃었고, 나치에게 어머니와 여동생을 잃었다. 마루시아 아줌마도 자신이 지켜야 할 여동생 나디아를 나치에게 빼앗겼다. 나디아의 기억 속 아빠였던 나치 장교 역시 전쟁에서 아들을 잃었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훌륭한 아들이었다고 칭송하지만, 가족의 얼굴에는 항상 우울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나디아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매킨토시 선생님은 약혼자를 잃었다. 전쟁은 캐나다까지 땅을 넘어오지는 않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앗아갔다. 그래서 나치의 전쟁은 세계대전이었다. 세계의 사람들을 아프게 하고 다치게 하고 죽게 한 전쟁이었으니까.
하지만 사람들은 전쟁 앞에 쉽게 무릎을 꿇지 않았다. 꿈과 희망을 쉽게 놓지 않았다. 사람들은 서로를 다독이며 상처를 치유하기 시작했다. 이반 아저씨와 마루시아 아줌마는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으로 결혼을 했고, 잃어버린 여동생을 떠올리며 기억을 잃어버린 나디아를 딸로 받아들였다. 희망을 의미하는 동생의 이름을 기억을 잃어버린 소녀에게 주었다. 그리고 한 발 한 발 자신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함께 걸어 준다. 셋은 그렇게 낯선 곳 캐나다에서 가족이 되었다. 나디아가 기억을 되찾은 그날, 마루시아 아줌마와 이반 아저씨는 나디아 기억 속의 언니, 리다를 찾기로 한다. 희망은 늘 곁에 있다고 믿으며, 그들은 또 새로운 가족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내가 노래 불러 줄까요?"
요리사 아줌마가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다시 나만의 엉터리 노래를 부른다. 요리사 아줌마가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울먹이는 소리로 함께 부른다. 노래가 끝날 때까지.
"나만 아는 자장가를 알고 있네요."
요리사 아줌마가 나를 안으려고 하자 밀쳐 버린다. 엄마가 노예들 가까이 가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요리사 아줌마가 눈물을 삼키고는 독일어로 또박또박 말한다.
"이곳은 너의 집이 아니야."
그리고 따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내가 너를 지켜 줄게."

  작가 소개

저자 : 마샤 포르추크 스크리푸치
우크라이나계 캐나다 이민자의 후손으로,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으며 자랐다. 웨스턴온타리오대학교에서 도서관학을 공부하였고, 출판사로부터 100회 이상 작품을 거절당한 뒤 1996년에 <은실>이 출판되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아르메니아 대학살을 다룬 <누구의 자식도 아닌 아이>는 레드 메이플상, 앨버타 록키 마운틴 북상, 브리티시 콜롬비아 스텔라상 후보에 올랐다. 다른 작품으로 <소녀, 히틀러에게 이름을 빼앗기다> <그러나 삶은 지속된다> <아람의 선택> <희망의 전쟁> <최고의 선물> 들이 있다.

  목차

1장 1950년, 출발 7 2장 악몽 24 3장 영어 선생님 30 4장 나의 정체 46
5장 분홍색 원피스 56 6장 라일락 빛깔 74 7장 학교 83 8장 아리아 소녀의 표본 90
9장 실수 105 10장 뜻밖의 초대 120 11장 의문의 소녀 131 12장 붉은 잉크 142
13장 예이츠 성 151 14장 납치된 아이들 162 15장 사탕 178 16장 검은 점 186
17장 희망의 이름 197 18장 사랑하는 나의 언니 207 작가의 말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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