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당신 생각에는 책이 언제쯤 사라질 것 같습니까?”
독재 사회, 소통과 관용, 첨단 기술, 장애,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과 용기!
고전의 향기 속에 상징과 비유로 완성한 미래 소설
현실에서 한발 나아간 발상의 전환,
영상과 문자, 어느 쪽으로든 치우침에 대한 강렬한 경고!
컴퓨터가 유일한 소통 수단인 알리스가 컴족을 고발할 수 있을까? 하지만 알리스가 백신을 찾지 못한다면 세상의 책들은 모두 영원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때는 21세기 말, 유럽은 작가, 철학자, 지식인 들로 구성된 아카데미 정부가 통치한다. 이 온건한 독재 체제는 텔레비전과 컴퓨터와 인터넷의 사용을 금지한다. 국민의 대다수는 열심히 독서하고 글쓰기를 즐기는 ‘문자족’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저항 세력이 있었으니, 금지된 영상과 게임, 기술을 추종하며 인터넷으로 비밀리에 소통하는 ‘컴족’이다. 이들은 책을 읽으면 책의 글자가 지워지는 가공할 바이러스를 개발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책은 그 책을 읽는 독자를 감염시키고, 감염된 독자는 다시 다른 책에 바이러스를 전하고…….
젊은 작가, 알리스는 매일 인터넷 대화방에 접속하는, 오래 전부터 컴족 기술을 겁내지 않고 사용해 온 아주 드문 문자족이다. 사실 알리스는 농아이다. 그래서 컴퓨터를 사용하든가 수첩을 사용해야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다. 알리스는 자신의 특수한 상황 때문에 컴족 문화에 더 가깝게 동질감을 느껴 온 것이다.
그런 알리스에게 아카데미 정부 위원들이 찾아와 컴족이 만들어 낸 책바이러스 LIV3를 막을 임무를 맡아 달라고 부탁한다. 알리스를 뽑은 이유는 단 하나, 알리스가 컴족의 우두머리와 협상해 백신을 얻어 오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책바이러스의 놀랍고도 매혹적인 효과를 직접 경험한 알리스는 컴족을 찾아 나서고 마침내 그들의 대장인 런드를 만나게 된다. 알리스가 말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런드 역시 눈이 보이지 않는 심각한 장애가 있다. 그렇지만 농아와 맹인은 화면 인간 타불을 통해 서로 소통한다.
종이 책의 미래, 화해와 공생으로의 초대텔레비전, 인터넷, 컴퓨터의 수많은 동영상들, 눈이 휘둥그레지는 새로운 기술 앞에서 종이책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투리 시간의 활용에서도 책은 이미 스마트폰에 자릴 내준 지 오래다. 이렇게 문자의 영향력 축소를 심각히 고민하는 이 시대에, 사람의 생각을 단순화시키는 모든 영상을 금지하고 오로지 책만을 읽게 하는 사회라니!
처음엔 작가의 바람이 투영된, 나름 이상적인 사회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곧 현실과는 반대이면서 기계적이고 강압적인 사회에 정신이 번쩍 든다. 막상 책 이외에 다른 것들을 완전히 금지하면서 발생하는 반작용은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다. 왜 책과 영상이 대척점에 서야 할까? 아니, 그 이전에 과연 인터넷이나 컴퓨터 같은 영상이 없는 생활이 가능하기나 할까?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서도 인터넷으로 얼마나 많은 자료를 찾고 수차례 메일을 주고받으며 소통하는데…….
사람들이 책과 멀어지는 원인을 영상에 돌린다면 이는 잘못된 진단이다. 이 책을 읽을수록 그 점이 확실해진다. 화면이나 컴퓨터는 책의 경쟁자가 아니라 오히려 동지라는 점, 책을 좋아할수록 영화를 즐겨 보고 인터넷에서 유익한 자료를 찾으며 얼마든지 서로 보완이 가능하다는 점,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을 배척하기보다는 각자의 장단점을 살려 보충하는 방향을 찾아야 모두에게 유익하다는 점.
작가 크리스티앙 그르니에는 종이 책의 미래를 걱정하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싶어서 이 책을 구상했다고 한다. 자신은 화면이나 인터넷, 더구나 이북과 책의 경쟁에 대해서는 별로 걱정하지 않으며, 자신이 책을 사랑하는 만큼 책이 오래 살아남으리라고 굳게 믿기에.
책 속으로 들어가다, 앞서가는 상상력 모든 일에는 반작용이 있는 법, 컴족은 탄압당하지만 문자족이 그토록 아끼는 책을 백지로 만들어 버린다. 이것은 그저 책이 사라지는 것 이상으로 책을 죽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에는 놀라운 점이 있으니, 바로 독자를 작품 속에 들어가게 하여 이야기를 3차원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독자는 작품 속으로 들어가 소설 속 인물과 대화를 나눌 수도, 줄거리에 개입해 이야기의 결말을 바꿀 수도 있다! 이를 통해서라면 더 많은 사람이, 심지어 컴족까지도 책에 가까워질 수 있게 된다.
책을 읽는 동안 우리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상상을 기술로 구현해 낸 그야말로 공상 과학 작품다운 발랄한 발상이 아닌가! 여기에 책과 도서관, 컴퓨터, ‘채팅’이 나오고, 사용 코드나 신상을 공개하지 않는 웹 이용, 정부 시스템 등등 여러 가지 세부적인 내용들이 얼마든지 현실감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하며 독자들을 어느덧 먼 미래 사람들의 상실과 고통, 사랑과 분노에 푹 빠져들게 한다.
책 속의 책, 영원한 고전의 향기이 작품은 가상 세계에 대한 어떤 가치 평가를 내리기 전에(우민화를 막는다는 지식인 정부에서 이루어지는 권위적인 조치나 고압적인 경찰을 떠올려 보라! 독재 체제에 대한 평가는 독자의 몫이다.) 문학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선언한 작품이다.(장르의 구별 없이, 주인공은 연애 소설인 《불같은 열정》 덕에 구출된다!) 작가는 공상 과학 소설이라는 경이로운 도구를 통해 미래 사회의 온갖 복잡한 것들을 단순하게 서술하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독자들의 지성을 믿고 힘 있게 밀고 나간다.
우선 이 작품은 미국 환상 문학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레이 브래드버리에게 헌정된 작품으로, 영상을 통치에 이용하기 위해 책을 금지하는 브래드버리의 《화씨 451》과는 모든 것이 정반대다. 작가는 현실을 한참 앞서 나가, 책의 파괴와 책 읽는 사람들이 나오는 주제를 영상을 금지한 문자족 정부와 책바이러스를 개발한 컴족의 두 집단을 대립시키는 것으로 오늘날 독자들의 기호에 맞게 바꿨다.
주인공의 이름 역시 고전 문학 작품에서 따왔다. 알리스 L.C. 원더라는 이름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따온 것으로 루이스 캐럴의 주인공처럼, 알리스도 다른 작중 인물들이 말하고, 행동하고 이야기하는 데에 영향을 미쳐 책의 내용을 바꿀 수 있는 ‘이상한 나라’에 들어간다.
결국 책 속의 책, 《해저 2만 리》의 바닷속 도서관 같이 책이 가득한 배경에서 바이러스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찾아냄으로써 그토록 두려워하던 책의 종말은 오지 않는다.
플라톤, 루소, 쥘 베른 등 여러 철학자와 작가가 나오고 《변신》, 《페스트》, 《화씨 451》 등 수많은 문학 작품이 인용되며 한 권의 책을 읽는 동안 다양한 작품에 대한 인상을 갖게 된다. 본문에 언급된 작품들은 모두 우리 청소년들이 한 번쯤 읽어 보면 좋을 고전으로 나중에라도 찾아본다면 그때는 텍스트가 또 다르게 훨씬 풍부하게 다가올 것이다.
사랑과 이해로 독자들을 관용으로 이끈다문자족의 시각에서 책바이러스는 통치 체제를 흔드는 없애야 할 적이지만 바로 그 책바이러스 덕분에 알리스와 에마는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적대 관계인 컴족의 기술이 결정적인 순간에 도움을 준 것이다. 작가는 일관되게 문자와 영상의 화해와 공존, 영상 애호가들에게 독서를 권하는 것만큼이나 책 절대 추종자들에게 새로운 기술에도 마음을 열 것을 호소한다. 바로 이 책은 민주 사회의 중요한 가치인 관용(tolerance)에 관한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나와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누군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을 다른 누군가 실현할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아무도 감히 생각지 못했던 내일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