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1960년 12월 일본 후쿠이 현 츠루가에 살고 있는 가즈는 재일 한국인 2세다. 아빠는 세계2차대전이 끝나고 바로 조선으로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고향으로 돌아갈 길이 막혀 일본에 그대로 눌러 살게 된다. 막노동을 하는 아빠, 한복을 만드는 엄마와 함께 가즈는 허름한 마을에서 살아간다.
가즈는 조선인이지만, 그것을 같은 조선인인 친구 스나짱 외에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가즈가 아는 조선인들은 모두 가난하게 산다. 친구들은 그런 조선인들을 '조센진'이라고 부르며 멸시한다. 언니 역시 머리는 좋지만, 조선인이기에 변호사의 꿈을 접어야 한다.
'나는 한국인일까 일본인일까?' 열두 살 가즈의 제일 큰 고민은 바로 이 문제이다. 일본말을 하고 일본 학교에 다니지만, 일본은 가즈와 식구들을 모두 외국인으로 취급한다. 그리고, 아버지의 고향 역시 가즈 네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2003년 제36회 일본아동문학자협회 신인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재일한국인으로 일본에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정감있는 문체로 차분히 서술하고 있다. 재일 한국인 문제의 핵심을 건드리면서도, '평범한 소녀의 일상과 성장'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제발 부탁입니다. 정말입니다. 그러니 이번 한번만은..."엄마는 허리가 꺾일 정도로 굽실굽실 머리를 조아렸다."당신네 조선인들은 뭐든 그렇게 일을 저지르고 사과하면 용서받을 거라고 생각해. 세무서를 얕보면 안돼. 당신네 봐 주면 막걸리 만드는 데, 몽땅 봐줘야 하잖아?"남자들은 병을 집 옆 강가로 가져가더니 뚜껑을 열고 막걸리를 버렸다.강물이 뿌옇게 흐려졌다. 아빠를 위해 만든 막걸리가 빠르게 흘러간다.비 오고 눈 오는 날만 빼고 아빠는 하루 종일 곡괭이로 도로를 파고 있다. 그런 아빠의 단 하나의 위안이 눈깜짝할 새에 사라져 갔다.-본문 p.86 중에서
작가 소개
저자 : 이경자
1950년 일본 후쿠이 현에서 태어났고 테즈까야마가꾸인 단기대학을 졸업했다. 현재 오사카 사카이 시에 살고 있고, 테즈카야마 가쿠인 단기 대학을 졸업했다. 지은 책으로 <바이바이>, <꽃신>, <김철 따윈 싫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