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이런 선생님이 어디에 있을까? 꾀병 부리는 아이를 양호실로 순순히 보내주고, 가정방문을 할 때, 약속 시간을 어기며, 맡고 있는 학생의 엄마에게 "자녀분이 아빠를 닮아 정말 다행이군요."라고 말하며, 쫑알쫑알 여자 아이들의 고자질에는 "쓸데없는 참견이야!"라고 말하는 닥스 선생님.
반 아이들은 처음에는 어이가 없다가, 기가 막히다가 마지막으로는 진정으로 선생님과 자신의 친구들을 사랑하게 된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지식을 가르치지 않는다. 서로 상냥하게 대할 것, 그리고 서로 이해해 보려고 애쓸 것. 이 두 가지가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가르친 것의 전부다.
선생님은 말로 가르치지 않는다. 다만 보여 줄 뿐이다. 아이들은 이런 닥스 선생님 밑에서 훌쩍 성장한다. 왕따와 같은 교실문제는 왕따를 당하는 아이보다는 왕따를 시키는 아이가, 왕따를 시키는 아이보다는 방조하는 아이가 더 문제가 있다는 것이 닥스 선생님의 생각이다.
고베 시의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가시마 가즈오 선생님의 실화를 동화로 담았다. 어른보다 더 어른스럽게 이해타산을 따지는 아이들이 닥스 선생님을 통해 '진짜 어린이'가 되는 과정을 읽노라면, 학원과 성적을 강요하는 교육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빼앗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출판사 리뷰
겐지로는 1978년 안데르센 상 특별상을 받았으며 국내 교사들 사이에서도 필독서로 자리 잡은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를 비롯해 『큰고추 작은 고추』,『태양의 아이』,『모래밭 아이들』 등으로 국내에서도 어른아이 할 것 없는 사랑받고 있는 동화작가이다. 현실 동화의 손꼽히는 작가답게 이번에 출간된 동화집에서도 각기 다른 소재와 배경을 가져와 삶에서 아이들이 처한 어려움과 고통을 현실적으로 냉철하게 그려낸다. 농어촌소외 현상 속에서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섬마을 바닷가 아이들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려낸 『바다는 눈물이 필요 없다』, 강아지 닥스훈트를 닮아 '닥스 선생님'이라 불리는 괴짜 선생님과 그런 선생님을 무시하던 반아이들이 선생님에게 점점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코믹하게 담은 『너는 닥슨 선생님이 싫으냐?』, 장애아, 가난한 집 아이에서부터 부모의 별거로 고통받는 아이, 소심해 친구도 제대로 사귀지 못하는 아이 등 저마다다른 인생을 사는 현대 아이들이 겪는 외로움과 불안을 아이들의 눈에 맞춰 그려낸 단편 동화 5편을 묶은 『외톨이 동물원』까지, 각 작품은 특별한 과장 없이 아이들의 모습과 세계를 생생하게 담아냈다.특히 겐지로의 오랜 친구이자 일본 고베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했던 가시마 가즈오라는 선생님을 실제 모델로 삼은 『너는 닥스 선생님이 싫으냐?』는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 어떻게 신뢰 관계를 만들어 가는지를보여 주는 수작으로, 학생과 교사 서로간의 불신이 골이 깊은 요즘 우리 교육 현실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겐지로는 이 책의 작가 후기에서 "어린이들이 산다는 것이 무엇보다 신이 나고 행복하며 삶 자체가 즐거움으로가득한 세상이라는 것과 아이들이 그런 세상에서 살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것"을 독자들이 깨닫게 될 수 있을 거라고 얘기한다. 겐지로 역시 실제로 17년 간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그 경험을 고스란히 살린 이세 동화집에서 그는 어려운 현실에 처한 아이들에게 희망을 가지라고 '충고'하는 대신, 오히려 그 아이들이 지닌 해맑은 희망을 '그대로 그려내고 보여 줌'으로써 감동을 준다.
"내 몸무게는 74킬로그램, 키는 162센티미터, 별명은 닥스훈트, 스타이니, 하마, 그밖에도 많습니다. 내 버릇은 예쁜 여자랑 이야기할 때 눈을 끔뻑거리는 것이죠. 내가 좋아하는 가수는 모모데, 준코, 마사코, 이상."
그렇게 말하고 그 선생님은 단상을 쿵쿵쿵 내려갔다.
다들 와하하 웃자, 다시 단상을 쿵쿵쿵 올라왔다.
"깜빡 잊은 게 있네요. 내 이름은 사이옹지 야스타카입니다."
옛날 무사나 벼슬아치 같은 이름이었다.
"뭐야, 저 선생님." 시게루가 말했다.
"부디 저 선생님이 우리 담임이 되지 않기를..."
요코는 그렇게 말하고 가슴에 십자가를 그었다.
-본문 pp.8~9 중에서
작가 소개
저자 : 하이타니 겐지로
1934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나 가난과 전쟁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7년 동안 교사로 지내며 아이들과 시 쓰고 글을 썼다. 학교를 그만두고 오키나와 방랑 생활을 하면서 생명과 죽음, 상냥함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얻는다. 방랑을 끝내고 돌아와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태양의 아이》를 발표하면서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다. 수백만 부가 넘게 팔려 받은 인세로 동무들과 함께 '태양의 아이' 유치원을 만들었다. 아이들에게서 받은 것이니 아이들에게 돌려주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에서였다. 1980년 도시 생활을 접고 아와지 섬으로 가서 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 생활을 했다. 집에 딸린 작은 논과 밭에서 쌀과 밀, 콩, 갖가지 채소를 기르고 닭을 키우며,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고 점점 더 오만해지는 현실을 우려하는 글을 남겼다. 섬이 관광지로 개발되자, 1991년에는 오키나와에 있는 도카시키 섬으로 옮겨 가서 어부의 삶을 살았다. 인생의 마지막까지 아이들을 만났고, 생명의 상냥함과 오키나와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을 쓰다가 2006년 세상을 떠났다. 하이타니 겐지로의 작품 속에 담긴 아름다움은 결코 현실을 떠나 있지 않다. 오직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내는 관계 안에 깃들어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은 살면서 만났던 아이와 어른이다. 그들이 빚어내는 이야기에는 한없이 따뜻한 온기가 있고, 눈물과 미소가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