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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것은 복근이 없다
사계절 | 청소년 | 201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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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사계절 1318 문고 시리즈 98권. 제6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열일곱 살의 털>로 ‘소설 읽는 맛’을 보여준 김해원 작가가 7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청소년소설이다. 독창적인 캐릭터와 은근한 유머로 버무린 단편들은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 속에서도 사람을 향한 따뜻한 이해를 견지하고 있다. 삶의 부조리를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받아치는 작가의 글쓰기는 우리 모두에게 용기와 희망을 준다. 무엇보다도 ‘사람’에 대한 깊고도 따뜻한 이해와 믿음은 여전히 우리 모두가 이 세상의 일부임을 각인시킨다.

삼성 반도체 백혈병 소녀 이야기를 다룬 「최후 진술」, 오리배를 타고 한강을 표류하게 된 소녀의 비일상적 모험을 다룬 「표류」, 실제로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시’는 상황을 겪게 된 소년의 사연을 담은 「가방에」, 욕으로 학교를 장악한 ‘껌딱지’의 비참한 몰락을 코믹하면서도 인간적으로 조명한 「추락하는 것은 복근이 없다」 등 7편이 실려 있다.

  출판사 리뷰

우리를 자꾸 아래로 잡아끄는 세상에서 멋지게 뛰어오르기

제6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열일곱 살의 털』로 ‘소설 읽는 맛’을 보여준 김해원 작가가 7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청소년소설.
삼성 반도체 백혈병 소녀 이야기를 다룬 「최후 진술」, 오리배를 타고 한강을 표류하게 된 소녀의 비일상적 모험을 다룬 「표류」, 실제로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시’는 상황을 겪게 된 소년의 사연을 담은 「가방에」, 욕으로 학교를 장악한 ‘껌딱지’의 비참한 몰락을 코믹하면서도 인간적으로 조명한 「추락하는 것은 복근이 없다」 등 7편이 실려 있다. 독창적인 캐릭터와 은근한 유머로 버무린 단편들은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 속에서도 사람을 향한 따뜻한 이해를 견지하고 있다.

『열일곱 살의 털』 김해원 작가가 7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청소년소설
제6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열일곱 살의 털』로 2008년 첫 청소년소설을 출간한 김해원 작가가 7년 만에 두 번째 청소년소설을 펴냈다. 머리카락 이야기 하나로 학교 두발 규제와 관련한 청소년 인권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와 역사까지 되돌아보게 한 『열일곱 살의 털』은 심사를 맡았던 소설가 오정희 김중혁이 ‘소설 읽는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며 극찬한 작품이다. 다채로운 일곱 편의 단편이 실린 『추락하는 것은 복근이 없다』는 작가의 새로운 작품을 오래 기다린 만큼 그 기대감이 완벽하게 충족되는 기쁨을 맛보게 한다.
그렇다고 작가가 7년 동안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2013년 출간한 동화『오월의 달리기』로 ‘창원아동문학상’을 받기도 했고, 여러 작가들과 함께 펴내는 청소년소설 모음집에 꾸준히 작품을 싣기도 했다. 그 작품들만 모아도 책 한 권은 족히 나오는데도 작가는 서두르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모았다. 7년의 세월 동안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더욱 날카로워졌고, 은근한 유머로 버무려 낸 독특한 이야기들은 더 견고하고 단단해졌다.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사람’을 향한 따뜻한 이해와 깊은 믿음이다. 돈이 곧 모든 것인 이 시대, 귀와 입과 눈을 최첨단 IT기기로 막은 채 살아가는 우리에게 누군가와 소통한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낯설고 생경한 일이 되어 버렸다.『추락하는 것은 복근이 없다』는 ‘여기, 내 옆에 사람이 있다’고 조용히 일깨우는 반갑고 고마운 책이다.

독특한 캐릭터와 탄탄한 서사가 빚어내는 우리 사는 세상 이야기
국어 선생님이 띄어쓰기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이미 수십 년 동안 활용된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를 예로 들 때 경준이는 자신의 아버지를 생각한다. 아버지는 진짜로 커다란 여행용 가방에 종종 들어가시기 때문이다.「가방에」는 사기 행각으로 집에 빚 받으러 오는 사람들을 피해 요령껏 몸을 접어 가방에 들어가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위해 가방 안이 보이지 않게 하면서 최소한의 공기가 드나들 수 있게 기술적으로 가방 지퍼를 올리는 아들의 이야기이다. 「표류」에는 반 소풍에서 홀로 오리배를 타고 한강을 표류하게 된 소녀가 등장한다. 소녀는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망망대해에서 스티로폼 몇 개를 붙여 만든 배에 몸을 싣고 태평양을 횡단하겠다는 남자와 잠수복을 입고 철인5종 경기에 출전 중인 여자를 만난다. 그런가 하면 사흘에 한번 꼴로 온몸에 주판알 자국을 문신처럼 달고 다니는 소년도 있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학원에서 한때 초등학생들의 수학 실력 증진을 위해 사용된 이십 년 묵은 주판은 훌륭한 체벌 도구다. 그러나 「붉은 브래지어」의 소년은 자신이 왜 매를 맞아야 하는지 모른다. 자신은 결코 아버지 지갑이나 친척들 지갑에 손을 댄 적이 없는데 아버지의 의심은 항상 소년을 향해 있다. 「추락하는 것은 복근이 없다」는 학교 무림 서열 1위를 지키던 ‘껌딱지’가 하루 아침에 서열 2위로 강등당하면서 겪게 되는 수모를 코믹하게 그렸다. 듣는 순간 오장육부가 확 뒤집어질 만큼 상스럽고 거칠고 선정적인 욕으로 상대를 제압해 몸싸움보다는 입으로 학교를 평정한 껌딱지는 아장아장 걷기 시작할 때부터 ‘시발’을 입에 달고 살았을 정도의 욕 신동이었다. 껌딱지의 몰락을 현대판 무협소설로 감칠맛 나게 빚어낸 이 작품은 추락하는 자신의 명예를 다시 세우고자 껌딱지 스스로 벌이는 해프닝이 결국엔 자신의 발목을 잡는 큰 화근으로 작용함을 보여 준다.
이렇게 비일상적이고 독특한 캐릭터들이 빚어내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뉴스나 신문에서 접하던 심각한 이야기가 심장을 톡 건드리기도 한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삼성 반도체 노동자 이야기를 다룬「최후 진술」에는 두 명의 ‘나’가 등장한다. 나는 반도체 사업장 산재 자문의 협의회의 산재 신청자로 의사들의 질문에 답하며 내 죽음을 증명해야 한다. 언니보다 네 살 어린 동생으로 언니의 수술비와 병원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후반부의 ‘나’는 언니의 장례식을 치른 뒤 남은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구토」는 자살, 왕따, 왕따로 인한 자살이 일상이 되어 버린 대한민국 학생들의 이야기이다. 수학여행에서 한 아이가 숙소에서 추락사한 사고로 성아네 학교 아이들은 부랴부랴 학교로 되돌아간다. 버스와 휴게소에서 듣게 된 죽은 아이의 사연은 반 아이들의 따돌림으로 자살한 것이다. 성아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꾸 누군가를 떠올린다. 「을지로 순환선을 타고」에는 을지로 순환선 막차를 타는 것이 취미인 버마 소년 뚜라가 나온다. 이 시각 을지로 순환선은 친구들과 재미 삼아 타던 랑군 순환선이 되어 준다. 랑군 순환선을 타고 고향과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려고 전철을 기다리던 뚜라는 맞은편 선로에 열차가 들어서는 순간 몸을 던진 여학생을 목격한다. 열차는 급정거했지만 시뻘건 피로 물든 소녀의 가냘픈 두 발목은 뚜라가 열일곱 살에 겪은 버마, 2007년 9월 버마 민주화항쟁 현장에서 꽃다운 나이에 스러진 친구 써베를 불러온다.

인생은 마라톤이 아니라 표류다
「표류」의 소녀는 오리배를 타고 표류하다 죽은 소녀로 신문에 기사가 나고, 평범한 인생조차 누려보지 못하고 죽을 자신의 운명을 걱정한다. 소녀가 생각하는 평범한 인생이란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변두리 대학에 들어가 비싼 등록금을 지불하며 학과 공부와 상관없이 스펙을 쌓다가 88만원 세대니 잉여인간이니 자기 비하를 일삼다 2년 비정규직으로 취직해 일하면서 자신과 똑같은 처지의 남자를 만나 연애하고 결혼하고 늙는 것이다. 그러나 스티로폼 배에 앉아 신문 낱말 퍼즐을 맞추며 태평양 횡단을 감행하는 청년이야말로 소녀가 꿈꾸는 평범한 인생대로 살다 이렇게 무모한 도전에 뛰어들었다.

“네, 학생도 지금까지 정해진 시간표대로 살았잖아요. 이왕 이렇게 된 거 규격화된 삶에서 일탈해 보는 거죠. 우리 사회에서는 한번 일탈하면 인생 뭐 되어 버린다고 주입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우리 삶에서 정상 궤도라는 게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 대학 나오고 대기업 취업하고 결혼해서 서울시민이 되려고 기를 쓰고 달리는 게 우습지 않아요? 나는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는 건 틀렸다고 생각해요. 마라톤은 정해진 노선을 무작정 빨리 달리는 거잖아요. 인생은 마라톤이 아니라 표류죠. 스스로 항로를 개척해서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다 때로는 원하지 않는 항구에 닿아 닻을 내리는 것! 그게 인생인 거죠.”-「표류」, 144?145쪽

청년은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것 없이 세상에 부유하는 것이야말로 정말 위험하다며 인생은 마라톤이 아니라 표류라는, 자신이 깨달은 인생 철학을 늘어놓는다. 또 역시나 소녀처럼 평범한 왕따로 학교에 다니다 평범한 회사 왕따로 지내는 잠수부 언니는 왕따 시키는 사람들 역시 이 사회의 왕따라며 회사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자신이 쾨쾨한 사무실 한구석에 놓인 녹슨 서류함처럼 느껴져 수영을 배우고, 철인오종경기에 나가고, 지금은 수영해서 태평양을 횡단하는 중이란다.
「최후 진술」의 ‘나’는 고작 스물두 살의 나이에,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회사에 들어가 웨이퍼를 닦은 일밖에 한 게 없는데, 아직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나이인데, 죽음 앞에 내몰린 청춘은 자신의 병이 산업 재해임을 증명하다 생을 마감했다.

세상에서 영원히 소멸한 언니의 흔적을 담은 작은 항아리를 품에 안고도 굳세게 버티던 엄마는 집 대문 앞에서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녹이 슬어 뻑뻑한 대문이 잘 열리지 않자 엄마는 늘 하던 대로 발로 뻥 차지 않고 주먹으로 대문을 두드리면서 악을 썼다.
“이눔의 망할 눔의 대문, 우리 선혜가 이 문 열려다 앞으로 고꾸라져서……. 징글징글하게 이걸 여태 안 고치고! 이제 우리 선혜는 이 대문을 다시는 못 넘을 텐데, 우리 딸 선혜는 이제 다시는……. -「최후 진술」, 59쪽

반도체 디퓨전 공정에서 온갖 화학약품으로 가득한 액체에 웨이퍼를 담갔다 뺐다 하면서 죽어가는 딸의 병명을 알았을 때부터 엄마는 싸움꾼이 되어 용감하게 버텼다. 장례식 때 엄마가 태연할 수 있었던 것은 딸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아서였는데, 엄마는 이제 하루하루 자식의 부재를 깨달으며 고통스러워한다. 동정하는 척 관심을 보이지만 대기업을 상대로 이길 수 없다는 편의점 사장, 합의금 액수를 궁금해하는 친척들 때문에 남은 가족들은 더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엄마는 이 싸움을 끝내지 않기로 결심한다. 죽은 딸의 옷을 정리하다 발견한 “나는 살고 싶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정말 살고 싶습니다.”(68쪽) 라는 딸아이의 마지막 진술 때문이다. 상황은 다르지만 지금 거리로 내몰린 엄마들의 아픔과 고통을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극적인 구성과 빼어난 문학성으로 작가의 저력을 보여 준다.

삶이 우리를 끌어 내린다 할지라도
「추락하는 것은 복근이 없다」의 껌딱지는 평민 이고수한테 일방적으로 당한 것을 어떻게든 설욕해 보려고 기회만 엿본다. 껌딱지는 피자 배달해서 모아 둔 돈으로 친구들에게 선심을 쓰고자 삼겹살 집으로 아이들을 불러낸다. 그 자리에서 온갖 허세를 부리던 껌딱지는 옆 자리 학생들에게 시끄럽다며 갈고닦은 욕 실력을 당당하게 선보인다. 그러다 화장실에서 옆 테이블에 앉았던 같은 학교 3학년 선배와 결투를 벌인다. 결과만 놓고 보면 껌딱지의 승. 껌딱지는 화장실 어퍼컷 사건을 무용담처럼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그 소문은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는다. 코뼈가 부러진 학생네 쪽에서 들고 나서는 바람에 껌딱지는 어마어마한 합의금과 부모님을 학교에 모셔 와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놓인다. 더는 추락할 데가 없는 껌딱지는 과연 화장실 어퍼컷 사건의 전말을 고백해야 하는 걸까?
「구토」의 성아는 죽은 아이의 마지막 모습을 자신이 봤다는 사실을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한다. 학교에서는 면학 분위기를 흐리고 학교 명예가 훼손된다며 죽은 애와 관련한 일은 일절 발설하지 말 것을 학생들에게 강요한다. 아침마다 교문 앞에는 죽은 애 엄마가 진상을 밝혀 달라는 피켓을 들고 서 있고, 학교로는 비난과 항의 전화가 빗발치는 가운데, 그 아이의 빈 자리는 사라지고, 그 애는 이름도 없이 죽은 애로 불리다 흔적도 없이 세상에서 잊히고 있다. 성아는 베란다에 서 있던 그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 속에서 자신을 발견한다. 초등학교 6학년 수학여행에서 차멀미로 토하는 바람에 아이들한테 따돌림을 받고, 중학교 내내 왕따의 시간을 거치다 간신히 한 무리에 끼게 되면서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으로 몰리는 상황에서도 모른 체하며 살아남은 자신의 모습을.

내가 걔를 봤다고요. 그날, 베란다 앞에 서 있는 아이를 봤어요. 그 아이가 뒤를 흘낏 돌아봤는데 나하고 눈이 마주쳤다고요. 아이는 울고 있었어요. 그때 내가 그 아이에게 알은체를 했으면, 그 아이는 살았을지 몰라요. -「구토」, 94쪽

「붉은 브래지어」의 소년은 아버지의 지갑에서 돈을 빼 가고 친척들의 지갑을 교묘하게 노리고, 친척 결혼식장에서까지 돈을 빼 간 사람이 누나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혼 서류에 도장이 마르기도 전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등진 어머니와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무심한 새어머니 때문에 누나가 세상의 전부이던 소년. 소년은 어릴 적 한 여자아이가 감당해야 했을 삶의 비의를 떠올리며 누나를 위해 자신이 그 짐을 지기로 한다.

“저기요, 저 속옷 사야 하는데요.”
“뭐?”
“저기, 그게…….”
여자아이는 끝내 말하지 못했고, 앞장서 걷던 부부는 속옷 매장을 지나쳤다. 부부의 뒤꽁무니를 선뜻 따르지 못한 여자아이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쳐다보던 건 작고 흰 브래지어였다.-「붉은 브래지어」, 177?178쪽

「을지로 순환선을 타고」에 나오는 뚜라의 한국 생활은 순탄할 리 없다. 동남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를 대하는 우리의 시선이나 그들이 일하는 환경에 대해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열일곱 살 나이를 고쳐 신분증을 만들고 브로커에게 돈을 줘 가며 도망치듯 버마를 떠나 한국으로 와 제본소에서 일하는 뚜라에게 고향과 친구, 가족은 현재 진행형의 상처다. 또 한국에서 뚜라가 목격하는 죽음들은 상황은 달라도 똑같이 지옥이다. 뚜라는 지난번 여학생이 서 있던 그 자리에 서 있는 소년을 본다. 설마, 하며 마음 졸이는 순간 뚜라는 모든 것을 이해한다.

그것은 흰 꽃이었다. 꽃잎 몇 장이 바람을 타고 사뿐히 바닥에 내려앉았다. 남학생은 손에 든 꽃을 한참 바라보다가 철로에 툭 던졌다.
뚜라는 꽃이 떨어진 자리가 어떤 곳인지 알고 있었다. 여학생의 작은 두 발이 걸쳐져 있던 자리. 흰 양말이 붉은 꽃처럼 피어나던 곳. 꽃이 그 자리에 닿는 순간, 뚜라의 가슴에 고여 있던 물이 힘없이 터져 버렸다. 한번 터져 나온 눈물은 쉬 그치지 않았다. -「을지로 순환선을 타고」, 199쪽

상처와 고통과 죽음은 끊임없이 우리를 힘들게 하고, 삶의 순간순간 우리를 추락하게 만들지만 순환하는 열차처럼 계속 돌고 돌아 지옥 같은 세상일지라도 살아 내고 기억하고 우리끼리 서로 위로해야 함을 뚜라는 그 짧은 순간을 통해 알게 된다.
과거의 사건이 누군가에게는 현재 진행형이고, 우리 가까이에 있든 멀리 있든 기억 속에 아직도 머물러 있는 사람들은 우리를 바라본다.?『추락하는 것은 복근이 없다』에 실린 일곱 편의 단편은 여전히 누군가의 현실이자 꿈이고, 소망이고 불편함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네 세상이고 인생이다. 삶의 부조리를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받아치는 작가의 글쓰기는 우리 모두에게 용기와 희망을 준다. 무엇보다도 ‘사람’에 대한 깊고도 따뜻한 이해와 믿음은 여전히 우리 모두가 이 세상의 일부임을 각인시킨다.

  작가 소개

저자 : 김해원
200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기차역 긴 의자 이야기〉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쓴 책으로 제11회 MBC 창작동화 대상을 받은 《거미마을 까치여관》, 제6회 사계절문학상 대상을 받은 《열일곱 살의 털》, 제4회 창원아동문학상을 받은 《오월의 달리기》를 비롯해 《추락하는 것은 복근이 없다》, 《고래 벽화》, 《나는 그냥 나예요》 등이 있고, 함께 쓴 책으로 《내일의 무게》, 《세븐틴 세븐틴》 등이 있다.

  목차

가방에
최후 진술
구토
추락하는 것은 복근이 없다
표류
붉은 브래지어
을지로 순환선을 타고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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