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명작동화 보물창고 시리즈 1권. ‘한국 단편의 완성자’이자 ‘단편 미학의 대가’라고 일컬어지는 이태준의 동화 중 일곱 편을 골라 한데 묶었다. 현재,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는 「슬퍼하는 나무」를 비롯하여 그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동화들만 가려 뽑았다. 한편으로는 유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 먹먹한 감동을 선사하는 이태준의 동화들은 되풀이해 읽을 때마다 새로운 울림으로 당대뿐 아니라 먼 미래에도 우리들의 삶에 생명력을 불어 넣을 것이다.
젖도 떼지 못한 채 어느 날 갑자기 낯선 곳에서 ‘수문장’으로 임명된 가엾은 강아지의 사연을 들려주는 「어린 수문장」, 세상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이 많은 아이가 자신의 물음에 “몰라.”라고 답하는 엄마와 나누는 대화를 유쾌하게 담은 「몰라쟁이 엄마」, 모두가 기쁘고 즐거운 명절에 오히려 더 큰 외로움을 느끼는 고아 남매의 이야기가 안타까운 「슬픈 명일 추석」, 오지 않는 엄마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아이의 모습을 그린 「엄마 마중」 등이 실려 있다.
출판사 리뷰
‘한국 단편의 완성자’ 이태준, 그가 우리말로 빚은 보물은 ‘동화’- '명작동화 보물창고'의 첫 번째 책, 『몰라쟁이 엄마』출간!
‘을씨년스럽다’라는 말이 있다. 몹시 스산하고 쓸쓸한 날씨나 분위기 따위를 일컫는 이 말의 어원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일본에게 강탈당했던 1905년 을사년에서 찾을 수 있다. 실질적으로 일본의 속국이 되어버린 조국에 대한 안타까움과 비통함은 온 국민이 느끼는 바였고, 그 결과 ‘을사년스럽다’라는 말은 오늘날 ‘을씨년스럽다’로 변형되어 사용되고 있다. 여기, 태어나자마자 강점의 슬픔과 허탈함과 울분이 들끓었던 을사년을 맞이하게 된 비운의 문학가가 있다.
깔끔하고 운치 있는 문장과 짜임새 있는 구성, 그리고 무엇보다 개성 있는 인물 묘사로 서사문학의 진수를 보여 준 이태준은 명실상부 오늘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학인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가슴 저미는 찡한 감동을 자아내는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긴 이태준의 성장기에는 남모를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읜 이태준은 어머니와 누이동생과 함께 잠시나마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지만, 이내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며 머물 곳을 찾아 친척집을 전전하게 된다. 그러나 외롭고 궁핍한 생활환경 속에서도 공부와 문학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지녔던 이태준은 결핍으로 점철되었던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들을 깊은 울림을 주는 동화들로 바꿔 놓았다.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누이동생과 함께 오붓이 살았던 경험은 「어린 수문장」으로, 어머니마저 숨을 거둔 후 친척집에서 더부살이로 지냈던 기억은 「슬픈 명일 추석」으로 다시 태어났다. 비참했던 삶이 그 바탕이 된 까닭에 바로 옆에서 이야기를 읽어주는 것 같은 이태준의 동화들은 더욱 절절하게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세월의 뒤안길에서 점점 잊히고 있는 동화들을 오래오래 간직할 수 있는 보물로 새롭게 단장시키는 '명작동화 보물창고' 시리즈가 그 첫 번째 책으로 ‘한국 단편의 완성자’이자 ‘단편 미학의 대가’ 이태준의 동화들을 선택한 까닭 역시 여기에 있다. 동화뿐 아니라 시, 수필, 희곡 등 다양한 문학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이태준은 분단 이후 소위 ‘월북 작가’로 분류되었고, 그의 작품들은 금서 아닌 금서가 되어 대중에게서 멀어져 갔다.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이념에 가려 잊힌 문학가들을 재조명하는 시대적인 기류가 형성됨에 따라 2000년대 초부터 이태준의 동화들 역시 재평가될 수 있었으며, 그중「슬퍼하는 나무」는 현재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어 모든 아이들에게 읽히고 있다. '명작동화 보물창고'의 『몰라쟁이 엄마』는 그중에서도 오래되었지만 전혀 낡지 않았을 뿐더러 읽을수록 새롭게 다가오는 일곱 편의 동화들을 골라 한데 묶었다. 한편으로는 유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 먹먹한 감동을 선사하는 이태준의 동화들은 되풀이해 읽을 때마다 새로운 울림으로 당대뿐 아니라 먼 미래에도 우리들의 삶에 생명력을 불어 넣을 것이다.
오래되었지만 오히려 새로운 이야기들이 다시 다가온다!'명작동화 보물창고'의 『몰라쟁이 엄마』에는 모두 일곱 편의 단편동화가 실려 있다.
1930년대 전후로 발표된 일곱 편의 동화에는 하나같이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지닌 아이들과 생태계를 든든히 지탱하고 있는 자연이 등장하며 이야기를 끌어 나간다. 독자들은 표제작 「몰라쟁이 엄마」를 읽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를 만나 빙그레 웃음 짓는가 하면, 「엄마 마중」에서는 언제 올지 모르는 엄마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아이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또한 모두가 기쁘고 즐거운 명절에 오히려 더 큰 외로움을 느끼는 고아 남매의 이야기를 담은 「슬픈 명일 추석」를 읽다 붉어진 눈시울을 어루만질지도 모른다. 이외에도 귀여운 강아지를 기르고 싶었던 소박한 아이의 마음이 뜻하지 않게 여린 생명의 목숨을 앗은 「어린 수문장」, 지나친 관심이 욕심으로 변하여 좋은 친구를 잃게 만든「슬퍼하는 나무」는 모든 생명이 좀 더 깊은 배려로 서로 좋은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함을 일깨운다. 마지막으로 「물고기 이야기」에서는 우리에게 친숙한 청어와 가자미 그리고 대구가 어찌하여 그런 모습이 되었는지 그 유래를 맛깔스럽게 전달하며 자연과 독자와의 거리를 한 뼘 더 가깝게 만든다.
이처럼 이야기의 장면 장면이 살아 숨 쉬는 듯 생생한 『몰라쟁이 엄마』에 담긴 일곱 편의 단편들은 비록 ‘동화’라는 장르로 규정되어 있지만, 예상독자층을 어린이만으로 한정짓고 있지는 않다.
천진난만한 아이의 눈동자로 바라본 세상이 담겨 있는 이야기에 어린이 독자들이 공감하며 친근함을 느낀다면, 성인 독자들은 바쁜 일상에 밀려난 동심을 되살리는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또한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동화 『우리는 한편이야』(푸른책들, 2008)의 그림을 그린 원유미 화가의 유쾌하고 생동감 넘치는 그림들은 독자의 ‘상상 스펙트럼’을 더욱 확장시키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오빠, 눈을 감겨야 한다우. 길을 보면 도루 온다는데.”
“뭘 이까짓 게 징검다리나 건느겠니.”
새로 취임하는 우리 집 수문장은 울지도 않고 안겨 왔습니다. 그리고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살펴보더니 이만한 집은 넉넉히 수비할 수 있다는 듯이 꼬리를 흔들며 좋아하였습니다.
왜 남이 다 즐거워하는 추석을 을손이와 정손이는 슬프게 맞을까요? 그들은 추석만이 아니라 어느 때든지 명일이 오는 것을 무섭게 근심하였습니다. 명일이면 다른 아이들이 모조리 비단옷을 입는 것이 무서웠습니다. 무슨 명일이든지 자기 남매와 같이, 다 떨어진 누더기를 그대로 입고 나오는 아이는 없었습니다.
작가 소개
저자 : 이태준
호는 상허尙虛.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의고 친척집을 전전하며 성장했다. 휘문고보 4학년 때 동맹 휴교 주모자로 퇴학당하고 일본으로 떠났다. 1925년 도쿄에서 단편 <오몽녀>를 <조선문단>에 투고해 입선했다. 1927년 도쿄 조치대 예과를 중퇴한 후 귀국했다. 1929년 개벽사에 입사, 조선중앙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33년 구인회에 참가했으며, 이후 1930년대 말까지 주로 남녀 간의 사랑과 심리를 다룬 작품을 발표했다. 1940년경 일제의 압력으로 친일 활동에 동원되었고, 1941년 모던 일본사가 주관하는 제2회 조선예술상을 수상했다. 1943년 절필 후 낙향했다가 해방을 맞아 서울로 올라왔다. 해방 공간에서 좌익 작가 단체에 가입해 주도적으로 활동, 1946년 <해방 전후>로 제1회 해방문학상을 수상하고 그해 여름에 월북했다. 6·25 전쟁 중엔 낙동강 전선까지 내려와 종군 활동을 했다. 1956년 구인회 활동과 사상성을 이유로 숙청당한 이후 정확한 행적은 알려진 바 없으며 사망 연도도 불확실하다. 1934년 첫 단편집 《달밤》 발간을 시작으로 한국 전쟁 이전까지 《까마귀》《이태준 단편선집》《이태준 단편집》《해방 전후》 등 단편집 7권과 《구원의 여상》《화관》《청춘 무성》《사상의 월야》 등 장편 13권을 출간했다.
목차
1. 어린 수문장
2. 몰라쟁이 엄마
3. 슬픈 명일 추석
4. 엄마 마중
5. 꽃 장수
6. 슬퍼하는 나무
7. 물고기 이야기
작품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