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VivaVivo 시리즈 24권. 풋풋하고 웃긴 십대의 사랑 이야기 속에서 아빠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는 성장소설이다. 주인공 나는 5년 전에 떠난 아빠를 미워하는 것으로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고, 엄마의 간섭을 묵묵히 견뎌 낸다. 그런 나에게 찾아온 연주. 나는 외톨이인 듯 외톨이가 아닌, 소문은 많지만 확실한 건 하나도 없는 연주에게 빠져든다. 가난한 것 같고, 아빠도 없지만 나와 다르게 어른스럽고 생각이 깊은 연주에게 나는 내 환경과 상처를 서서히 털어놓으며 회피했던 아빠와 엄마를 생각한다.
자퇴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17년 만에 아빠를 만난 연주는 아빠가 정말 이상한 어른이었다며, 아빠를 모르는 아저씨에서 이상한 아저씨로 만들어 버린 뒤 스스로 어른이 되기로 결심한다. 얼떨결에 나도 연주처럼 17살, 생일 선물로 나에게 아빠를 선물하기로 하고 인터넷을 검색해 쉽게 아빠의 거처를 찾아낸다. 아빠를 만나면 나는 무슨 진실을 알게 될까? 아빠는 어떤 사람일까? 아빠와 나는 무슨 대화를 나누게 될까?
출판사 리뷰
순수문학의 위상을 높이는 청소년 소설
2000년대 중반부터 발전하기 시작한 국내 청소년문학은 그동안 소재주의, 대중적, 장르문학이라는 말들을 들으며 오늘까지 왔다. 다양한 책들이 출간되는 요즘에는 문학성이 부족하고 읽을 만한 순수문학이 없다는 말들을 한다.
심리묘사가 탁월하다는 평을 들으며 자기만의 색깔로 청소년소설의 영역을 확장해 온 이경화 작가. 작가의 신작『안녕히 계세요, 아빠』는 유머러스한 분위기로 진중한 주제를 건네며 또 한 번 성장소설의 진가를 발휘한다. 장르문학과 대중성으로 덧칠해진 요즘의 작품들 속에서 십 대의 삶에 초점을 둔『안녕히 계세요, 아빠』는 순수문학의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편안한 독서, 위로가 되는 독서를 제공하며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마련해 줄 것이다.
십 대들이 느끼는 아빠에 대한 이야기
위선적으로 살지 않기 위해 집을 떠난 나(호세)의 아빠, 17년 만에 만난 딸에게 신세 한탄을 하는 연주의 아빠, 필요할 때 서로의 알리바이가 되어 주는 진호의 아빠, 자식에게 독립심과 자유를 주려는 노랑머리(연주 친구)의 아빠 등 작품 속 청소년들의 아빠는 우리의 아빠들과 다른 듯 같은 모습으로 나온다. 물론 부부가 된 후에 아빠가 되는 것이니, 아빠가 취하는 행동은 엄마가 미친 영향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작품 속에서 알듯 말듯 복잡한 부모들의 속내를 보면서 현실에서처럼 어른이 항상 옳지는 않으며, 모든 어른들이 다 어른답지는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때 아이들은 부모와 마찰을 빚고, 혼란을 겪으며 성장한다. 연주가 자기 고민을 17년 만에 보는 아빠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것처럼, 내가 어린 날의 상처와 맞서며 아빠를 만나러 가는 것처럼, 노랑머리가 부모의 삶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처럼. 아이들은 조금씩 성장하고 점차 부모에게 작별 인사를 하며 어른이 되어 가는 중일 테다.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아빠를 생각하게 되는 이 소설은 같이 살지만, 정작 아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은 아빠라는 사람을 아이들이 곰곰 들여다보게 하며 부모와 자식 사이의 거리를 한층 가깝게 만든다.
17살, 사랑에 빠진 남자아이를 해부하다
이 작품이 술술 읽히고 때로 웃음이 나오는 것은 사랑에 대한 17살, 남자아이 호세의 반응이 너무 재미있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의 남자라서 그런지 호세는 연주와의 대화 중에, 심각한 상황에서, 분위기가 잡혔다 싶으면, 뜬금없고 눈치 없이 반응을 하는 몸 때문에 당황하면서도 야한 생각을 하며 남자로서 여자를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하지만 연주 눈치를 보다가 때를 놓치고, 제대로 상황 파악을 못해 의기소침해지기 일쑤다. 그래도 연주를 사랑하는 호세는 연주의 듬직한 남자친구가 되기 위해 자신이 두려워했던 일과도 맞서게 되고, 질투심에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도 연주만 보면 모든 스트레스를 잊는 황홀함에 빠지기도 한다.
호세와 연주의 사랑은 나사 하나가 빠진 것처럼 뭔가 허술하다. 그러나 허술함 속에 사랑에 대한 십 대의 진심이 서툴지만 진지하게 드러나 더 예쁘고 소중하게 전해진다.『안녕히 계세요, 아빠』는 남자아이들에게는 깊은 공감을, 여자아이들에는 남자친구들을 이해할 수 있는 재미있으면서도 십 대의 사랑을 지켜 주고, 보호해 주는 것 같은 따뜻한 소설이다.
우리는 점점 부모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설명해야 할 귀찮은 것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귀찮은 것을 감수하고 설명해 봤자 이해할 수도 없다. 나도 이해지 못하는 우리 가족을 누가 이해하겠는가? 가족이 줄어드는 공간에 다른 사람이 들어온다. 예컨대, 여자 친구 같은 것.
역시 내가 리드를 해야 하겠지? 근데 어떻게 하는 거지? 일단 연주를 눕혀야 할 텐데, 방 안에 침대가 없는 것이 문제였다. 첫 경험은 여자를 안아 들고 침대에 눕힌 뒤 아기처럼 소중하게 다루며 하고 싶었다. 현실을 따르기로 했다. 그나마 탁자가 있으니 다행이다. 다행이라고? 좁은 탁자 위에서 어떻게 하지? 다리를 굽히면 가능할까? 그러다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연주는 경험이 있을까? 어쩌면 많을까? “섹스?” 연주의 말에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그 말이 여기서 왜 나와?” 연주의 목소리는 그대로 뿅망치가 되어 내 뒤통수를 쉬지 않고 가격했다. “바람이나 쐬러 가자.” 나는 잠시 움직이지 못했다. 축축해진 손바닥을 바지에 문질러 닦고 헛기침을 몇 번 한 뒤 조용히 연주 뒤를 따랐다.
“너도 후회하지 않을 거야.” 연주의 목소리가 내 눈을 뜨게 했다. “아빠, 만나 봐.” “나는 아직 어른 되기 싫은데.” 나는 내 목소리를 들었다. “거 봐.” 연주는 생긋, 웃으며 말했다. “마마보이 맞잖아.” “아니라니까!” “그럼, 뭐야?” “어떤 진실을 알게 되는 것?” 그건 내 마음이 하는 소리였다. 역시 나는 진실을 아는 것이 두려웠던 걸까? 어떤 진실이 나를 두렵게 하는 걸까?
작가 소개
저자 : 이경화
오랫동안 청소년 소설을 쓰다 보니 청소년스러워졌나 보다. 청소년처럼 옷을 입고 머리 모양을 하고 생각하고 말하고 노는 게 가장 편하고 즐겁다. 간혹 어른 같은 청소년이나, 어른 같은 어른들을 만나면 주눅이 들고 때로는 화도 난다. 지금까지 펴낸 청소년 소설로는 《나의 그녀》, 《나》, 《지독한 장난》, 《저스트 어 모멘트》, 《죽음과 소녀》, 《안녕히 계세요, 아빠》, 《환상비행》, 《성스러운 17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