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현실과 비현실을 굳이 구별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가 반가웠다”는 심완선 평론가의 심사평을 받으며 「우주 순례」로 제1회 림 문학상을 수상한 고하나 작가의 첫 장편소설 『최후의 리얼리티』가 열림원에서 출간되었다. 고하나 작가에게는 비현실적인 존재를 끌고 와 도리어 눈앞의 현실에 집중하게 만드는 신비한 능력이 있다. 치열한 방송 제작 현장과 두 여자의 극적인 모험담을 다루고 있는 이 장편소설은 SF 장르의 경외감과 로맨스 장르의 서정성까지 다양한 장르적 재미를 담고 있다.방송국 최고 권력자의 딸이자 피디인 주인공 ‘소랑’은 지구 17호의 멸망을 영상 촬영으로 담아내고자 당찬 걸음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거대 종교 순례자의 딸이자 음악 방송 피디인 ‘카이’를 만나고, 다른 듯 닮은 두 사람은 서로에게 묘한 기류를 느끼며 동행한다. 이후 함께 멸망을 쫓던 둘은 배후에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되고, 멸망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고하나는 이토록 씩씩하고 호방한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그 사이에 가려진 인물의 아픔과 상처를 슬쩍 내비친다. 『최후의 리얼리티』는 ‘최후의 리얼리티’를 쫓던 방송국 피디가 정작 외면한 채 살아왔던 자기 내면의 리얼리티를 발견하게 되는 소설이다. 광활한 우주와 웅대한 종교를 담고 있는 SF 소설은, 결국에는 한 사람의 소박하고도 아름다운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다. 과연 소랑과 카이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멸망하기엔 너무 아름다운 지구 17호를 지켜 낼 수 있을까?오묘한 무지갯빛이 휘몰아치며 수많은 물방울과 기포들이 터졌다. 텔레비전에서 본 마법 소녀의 변신 장면이 떠올랐다. 30초가 지나고 바깥으로 나왔다. 푸우―하. 들어갈 때와는 전혀 다른, ‘진짜로’ 밝고 환한 파스텔 톤의 하늘색 수영장에서 더운 숨을 내쉬었다. 한여름의 공기가 뜨겁고 습했다. 하얗게 부서지는 햇살 세례를 받으며 다른 지구로의 도착을 실감했다.수영장. 내가 지구 1호에서 지구 17호로 이동한 방법이다.
무지개 방울은 건드리면 물방울이 톡 터지면서 비처럼 내렸다가 금세 다시 부풀어 올랐다. 오로라티아가 머금고 있는 무지갯빛은 방울마다 색의 비율도 모양도 달랐고, 햇살을 받으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예품처럼 반짝거렸다.
하니 사제가 숨을 들이켜더니 또박또박 말했다. ―소랑. 소중한 사랑이라는 뜻이야.
작가 소개
지은이 : 고하나
‘낮에는 영상 연출을, 밤에는 글을 쓴다’는 느낌으로 적고 싶었지만…… 공교롭게도 두 가지 모두 낮과 밤과 주말이 따로 없다. 낮과 밤이 허물어질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러브 앤 피스」로 제3회 문윤성 SF 문학상을, 「우주 순례」로 제1회 림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