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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소모형 - 밀크북
홈 > 부모님 > 부모님 > 소설,일반 > 소설
축소모형 이미지

축소모형
문학과지성사 | 부모님 | 202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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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2023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신원경의 첫 시집 『축소모형』이 문학과지성 시인선 628번으로 출간되었다. “생활에 기반한 모티프를 확장하고 변주하며 세계의 겹을 더해가는”(시인 신해욱) 특유의 상상력으로 써 내려간 시 59편을 총 5부로 나눠 묶었다.

어떤 시인의 작품과 지향을 논할 때 ‘시 세계’라는 표현이 자주 사용되는 데서 알 수 있듯, 한 권의 시집에는 하나의 세계가 있다. 신원경은 “너무나도 사소해서 미처 인지할 수 없는 기척과 기미 들을 잘 포착해내어 그것들만의 이름과 자리를 마련해주는 섬세한 감정과 감각”(시인 이제니)으로 자신이 꾸려온 세계에 ‘축소모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글자로 빚은 해와 구름이 오르내리는 이 작고 담백한 세상에서 그는 시인으로서 “이해하기 어려”울지라도 “수많은 생물을 구현해”(「동족포식」)가며 “무엇에라도 이름 붙일 수 있는 능력으로 생존”(「전도와 대류」)한다.

  출판사 리뷰

“마음은 입체라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어”

자그마한 세계를 품은 입체구조 안에서
부드럽게 돌올하는 우연한 포용의 순간

다각 다면의 심장을 고요히 소묘하는 시인
신원경의 첫번째 시집


2023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신원경의 첫 시집 『축소모형』이 문학과지성 시인선 628번으로 출간되었다. “생활에 기반한 모티프를 확장하고 변주하며 세계의 겹을 더해가는”(시인 신해욱) 특유의 상상력으로 써 내려간 시 59편을 총 5부로 나눠 묶었다.

이곳에서만은 캄캄한 어둠이라고 설정하면 해가 뜨지 않고, 눈이 쌓이고 있다고 적으면 그치지 않는 눈이 내린다는 게 여전히 즐겁다. 그러나 분명 지켜보고 있는데도 쏜살같이 불길 속으로 흘러갈 때가 있어서 언제나 그것이 가장 어렵다. 내가 만든 세계를 내가 제어할 수 없다는 것.
―‘2023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어떤 시인의 작품과 지향을 논할 때 ‘시 세계’라는 표현이 자주 사용되는 데서 알 수 있듯, 한 권의 시집에는 하나의 세계가 있다. 신원경은 “너무나도 사소해서 미처 인지할 수 없는 기척과 기미 들을 잘 포착해내어 그것들만의 이름과 자리를 마련해주는 섬세한 감정과 감각”(시인 이제니)으로 자신이 꾸려온 세계에 ‘축소모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글자로 빚은 해와 구름이 오르내리는 이 작고 담백한 세상에서 그는 시인으로서 “이해하기 어려”울지라도 “수많은 생물을 구현해”(「동족포식」)가며 “무엇에라도 이름 붙일 수 있는 능력으로 생존”(「전도와 대류」)한다.
‘모형’이라는 단어가 건축물의 콘크리트 벽이나 미니어처의 스티로폼 골조를 연상시킴에도 『축소모형』의 빛깔이 마냥 창백하지만은 않은 것은 시인의 축소모형이 햇볕과 빗물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제 손으로 지어 올린 세계의 자생력과 독립성을 존중하며 그 안에서 “제어할 수 없는 일들이 이리저리 일어나”(「사샤―해인과 사샤에게」)도록 둔 채, “소묘하는 마음”(「소묘하는 마음」)으로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행과 운행을 스케치할 뿐이다. 신원경의 시가 간직한 미덕은 자신의 내면을 응축하여 조성했음에도 “언제쯤 완공되는지 알 수 없는”(「포포 만들기」) 축소모형의 세계를 가만히 지켜보는 시선, 그곳에 외인의 개입을 선선히 허용하는 도량이다. 이것이 “하트 모양 영토에” 세워져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신비의 문」)는 마음의 기하를 이해하는 시인만의 방식이다. 그의 축소모형이 “체념과 슬픔의 정서보다는 어쩐지 다정한 온기를 더 많이”(문학평론가 조연정) 안고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잠결의 네가 쳐다보는 얼굴의 구성은
침묵과 응시로 범벅된 첫 만남의 모형”
과거를 전시하고 미래를 부감하는 박물관에서
영영 초면으로 남는 익숙한 얼굴들

스위치를 눌러

당신이 살던 지형에 불을 붙인다

모형은 마을의 연대기를 끌어안고 있다 첫번째 버튼을 누르면 기원전의 세계가 켜진다 마지막 버튼을 누르면 우리가 오랫동안 사랑한 얼굴들이 잠든 땅이 밝아지고

[……]

버튼을 눌러 확인해봐
네가 살았던 마을의 지형도를
나의 마을은 어느 날에는 식민지였으며
어느 날에는 잘 다듬어진 공원이 된다

당신은 박물관에서
모형과 연결된 스위치 여러 개를 한꺼번에 누른다
[……]

빛이 들어오지 않는 모형 중앙에는
비석 하나가 놓여 있다 해가 뜨지 않던 시절에 태어난 아이들의 이름과 개들의 이름이 이리저리 뒤섞여 있다

내핵 속에서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얼굴 하나 둘 셋……

홀로그램 모형 안
떠도는 영혼 하나
―「축소모형」(p. 100) 부분

신원경의 축소모형은 오래된 건조물의 형태를 본떠 축조된 입체 모델의 성격과 훗날 지어질 설계물을 검토하고 조망하기 위해 만들어진 디오라마의 성격을 모두 띠고 있다. 과거와 미래 양쪽에 충실하게 걸쳐 있는 이 모형은 시점에 공간감을 부여하여 그 내력을 켜켜이 재구성한, 가장 무궁에 가까운 구조물인 셈이다. 박물관이란 시간의 흐름과 유리됨으로써 영겁의 감각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라고 표현한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Isamu Noguchi, イサム・ノグチ)의 말을 빌리자면, 그의 축소모형은 전시실 한가운데 놓여 관람객으로 하여금 “영원 속에 들어온 것처럼 느”(「진공」)끼도록 하는 중층의 조형물이다.
“역사 없는 곳에 사는 사람은 커서 재미없는 어른이 된다”(「축소모형」, p. 81)는 마음으로 “마을의 연대기를 끌어안고”(「축소모형」, p. 100) 사람들을 기다리는 축소모형은 “시간이 흘러”도 과거의 얼굴들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을”(「유실물들」), 또 그 잔여가 다시금 미래와 맞닿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땅은 언제나 땅이고 이곳에 심어지고 생존하는 생물만 달라질 뿐”(「축소모형」, p. 85)이며 시공간의 모습이 변화할지언정 그 위에서 “너와 보냈던 시간과 사랑이 사라지는 건 아”(「축소모형」, p. 100)니다. “집이었던 것과 영혼이었던 것”이 “언제든 들어올 수 있”(「발파 해체」)도록 틈을 열어놓는 축소모형은 과거로 하여금 “심겨진 자리에서” 미래가 되어 “처음부터 다시 자라나”[「아침 ( )」]도록 하고, 이 구조물의 스위치를 눌러 작게 불을 당기는 “우리는 서로에게 머무”(「약속 시간」)르며 “서로의 눈동자에 담긴/얼굴을 처음 발견”(「정면 반사」)하는 “첫번째 발견자”(「재앙과 복됨」)가 된다. 어제와 내일을 교차시키며 오늘의 영원을 만들어내는 축소모형이 세워진 땅, “죽은 것으로 가득한 이 들판”(「성묘」)은 이제 “일어나지 않은 일로 가득 찬 들판”(「청혼」)이다.

“정말 좋은 그림자들이었어
잘 모르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낸”
너를 이해하기 위해 빛의 방향마저 꺾어내는 나
불투명한 온기로 도모하는 우리의 조우

잠시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필요 없는 말을
몸에서
덜어낸 채로
되고 싶은 것을 발음해본다
세 번 되뇌면
내 몸은
유리가 된다
유리가 되는 것은
참 쉽구나
세 번만 되뇌면
될 수 있다니
정수리 위로 빛이 들면
다른 곳으로
빛을
옮길 수 있는
그런 유리가
그러나 정말 옮길 수 있나?
원하는 곳으로?

[……]

지나가던 새가 남긴
새똥 자국
내 몸에 닿고

점차
불투명해지는 과정이

따뜻하다
따뜻하다
따뜻하다
―「굴절률」 부분

『축소모형』의 세계에서 어둠은 파괴적인 장악력을 행사하는 빛의 영향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생성과 창조의 자리로, 이번 시집의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전승민은 시 속 화자들이 “빛을 아예 옮겨버리거나 빛이 없는 ‘어둠’을 창안하기를 거듭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나’와 ‘너’는 서로 “다른 상태의 물질적 존재이므로 빛이라는 층위에서 서로 만날 수 없”기에 빛살이 들지 않는 그림자 안에서 비로소 “서로를 만질 수 있”다. 시인의 눈이 “빛이 드는 방향을 유독 잘 발견하”(「넘어간 공」)며 기민하게 움직이는 것은 빛의 행로와 궤도를 옮겨내고자 하기 때문이고, 그의 화자들이 “빛을/옮길 수 있는/그런 유리가”(「굴절률」) 되고자 하는 것은 “붙잡는 손길을 통해서만 알아볼 수 있”(「축소모형」, p. 91)는 ‘너’에게 닿아 “어둠 속에서 손을 잡고 나아가”(「축소모형」, p. 97)기 위함이다.
“캄캄하고 아늑한”(「동족포식」) 그림자의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같이 손을 잡은 채로 이어져보자고 제안하”(「넘어간 공」)는 신원경의 시에서 화자들은 제 몸의 (불)투명도를 조정하여 빛의 투과를 저지하고 밝음으로부터 비켜난다. 이때 그들은 온기 어린 침범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불투명해진다. 서로에게 손을 뻗느라 묻은 얼룩을 부러 닦지 않아 “지문 자국이 남은 카메라” 렌즈처럼, “지나가는 새가 남긴/새똥 자국”을 그대로 두는 “유리문”(「굴절률」)처럼, “만지면 만질수록 불투명해”지는 “돌”(「투명한 돌」)처럼. 상대를 선명하게 파악하는 일은 가능하지 않으리라는 진실에 다가서며 “서로의 존재론적 한계와 그로 인한 만남의 불가능성을 오롯이 감당하는” 신원경의 세계에서 “따뜻한 촉각의 서정이 최후로 탄생”(문학평론가 전승민)한다.

네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자
낯선 사람 여러 명이 생성된다

서약했으므로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까지 사랑해보기로

오늘 내가 되어볼 것은
가본 적 없는 공원에 있는 너
전혀 닮지 않은 가족들과 함께 누워 있다

[……]

내가 선택하지 않은 너와
선택한 너는
이제 완전히 나누어져 다른 곳에 몸을 누이고 잠들어 있다

초대된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손을 흔든다 잘 모르는 사이라도 손을 들어 호응한다 뺨과 뺨을 맞대며 인사할 때의 나는
너조차도 사랑할 수 없을 정도로 흉측하지

새롭게 설계된 너와 사랑에 빠지려는 순간
한참을 기다려도 나를 발견하지 못하는 너

꿈에서는 자꾸 너와 모르고 지낸 날짜로 돌아간다
무엇이 달라졌는지 몰라 고개를 갸웃하며

아직 정해지지 않은 저녁
네 신발 없이 비어 있는 현관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셔츠

나는 당신이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걸 첫눈에 알아봤어

사랑은 햇빛이 드는 곳이면
어디서든 자라날 수 있다

비어 있는 공원에 간다

택시 기사는 되묻지 않고 나를 그곳에 데려다준다
―「청혼」 부분

핀셋으로
눈송이를 하나씩 들어 올려
날려 보내는 날이다

전철에서 읽는 책은
행간이 넓어
안쪽에 들어가 누울 수 있다
조금 더 얇은 스크린에서
눈이 내리도록
책장을 문지르며
그러나 이곳은
평평하고 탁한
재생지로 이뤄져 있다

그 위에서
팔을 움직여 날개를 만들고
온점을 훔쳐 떠날 채비를 한다

[……]

오늘 나는 이곳의 주인공을 찾아가
머리맡에 사탕을 두고 올 수 있다
점심 식사 후 아무런 생각 없이
사탕을 꺼내 먹고
평소와 조금 다른 맛에
고개를 갸웃하는 그를 지켜보며
소리 없이 웃을 수도 있다

그가 숨어 있는 나를
영영 알아채지 못해
혼란스러워하는 내용으로
줄거리는 바뀌어가고

당신의 오늘 별자리 운세는 12등은 아니지만
적당히 기쁠 수도 있었을 5등

그는 적당한 단맛과 짠맛 속에서
회복될 수 있는 만큼의 불운을 겪는다
―「결정체」 부분

어제 네가 빌려 온 책은
우리가 늘 함께 아침을 먹는 식탁 위에 놓여 있다

그 책은 강아지를 돌보는 일과 지구를 돌보는 일이 얼마나 가까운지 속삭인다

이곳과 계절이 반대인 남반구에는 모래사장 깊숙이 몸을 넣고 강아지와 함께 햇볕을 쬐러 온 두 사람이 있다 해가 지면 그들은 그들이 갈 수 있는 모든 곳에 발자국을 남기며 집으로 돌아간다 죽기 직전까지 우리와 함께 살았던 이곳을 기억할 거야 하지만 그들은 우리를 모르고 우리도 그들을 만나지 못할 테니 소용없는 일이었다

정말 소용없는 일일까?
너는 중얼거린다 신문을 펼쳐 들었을 때 온몸을 마비시키는 사건이 한 장을 넘기자 형체 없이 사라지는 것처럼

소용없는 일?

[……]

무언가를 태어나게 하잖아 개가 될 강아지를 돌보고 언젠가 사라질 햇빛을 지켜보는 건
빙하가 녹아내리는 중에도
공평히 내리쬐는 햇볕의 온도를 나누기 위해 손바닥을 섞는다

한밤중 잠이 오지 않아
펼친 책에는 남반구의 사람들이 담겨 있다 그들은 우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우리 쪽으로 손을 흔들고 있어

낮이 되어 불을 끄면
모르는 개가 집 안에 들어와 비어 있는 유리창을 향해 달려간다
―「소등」 부분

  작가 소개

지은이 : 신원경
2023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생성되기
작은 불길 | 바늘 꿰기 | 후숙 | 아침 ( ) | 청혼 | 포포 만들기 | 재앙과 복됨 | 포포 기르기 | 넘어간 공 | 가풍 | 전도와 대류 | 밝은 곳에서 만나 | 탐조 | 성묘 | 코끼리의 코 | 결정체 | 발파 해체 | 실비와 제롬 | 배영과 잠영 | 가드닝 | 투명한 돌 | 명환과 나 | 소등 | 추분

2부 축소모형
축소모형 | 축소모형 | 축소모형 | 축소모형 | 축소모형 | 축소모형 | 축소모형

3부 동족포식
정육각체의 눈 | 동족포식 | 포옹 해체

4부 재생지
예정 밖 외출 | 공터의 탄생 | 축 | 사워 캔디 | 해변 피아노 | 유실물들 | 아마추어의 선율에 의함 | 하농이거나 체르니 | 신비의 문 | 천장 생각 | 정면 반사 | 휴일 | 소묘하는 마음

5부 진동을 느끼는 사람
육교 | 조각하는 손 | 봄 | 정전 | 날개 아래 어두운 면 | 사샤 | 실종된 숲 | 약속 시간 | 진공 | 쇠오리인 오리 | 기도 배우기 | 굴절률

해설
2-인용 자화상의 삼중 구조(The Triadic Structure of the Doubly Quoted Self Portrait) · 전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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