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이신 30주기가 되는 2011년경부터 시작하여 2024년까지 이어진 여러 추모 행사와 책 출간을 계기로 쓰인 글들을 모았다. 이은선은 2018년 1년간 그가 남긴 그림들을 중심으로 생애와 연결해서 나름의 신학적 해석을 덧붙이는 기회를 얻었다. 이 당시 쓴 글들에 집중하여 이신의 예술과 신학(神學) 그리고 그 이후 전개된 나의 ‘신학’(信學) 이야기를 함께 드러내고자 한다.
출판사 리뷰
나는 왜 오늘도 여전히 이신(李信)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는가?
오늘날 ‘현실’이 요동치고 있다. 이는 모든 다름이 찾고자 하는 ‘참 다름’이 현현하는 또는 쌓이는 장(場)과 사실성(物)이라는 것을 알며, 이 장을 소중히 하면서도 거기에 붙어있지 않는다. 이신의 현실과의 관계도 아마 이러하지 않을까 싶다. 이전에는 없던 경험해 보지 못한 전혀 다른 현상들 앞에서 요동치는 현실 앞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새로운 살길을 찾아갈 수 있을까?” 고심한다.
이신(李信, 1927~1981)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초현실주의(le Surrealism) 선언」(1924)이 발표된 1920년대의 조선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8.15 광복과 6.25 한국전쟁을 겪었다. 이후 미국 유학을 다녀와 「한국 그리스도의 교회 선언」(1974) 등을 하며, 본인의 삶뿐 아닌 조국과 문명을 억누르는 겹겹의 삶의 고난적 현실을 돌파하고자 했다. 또한, 예술가의 명면한 의식과 더불어 가난한 민중과 함께하는 목회, 한국적 신학을 추구하는 기독교 신학자로서 그렇게 길지 않은 생을 살았다.
이 책은 이신 30주기가 되는 2011년경부터 시작하여 2024년까지 이어진 여러 추모 행사와 책 출간을 계기로 쓰인 글들을 모았다. 이은선은 2018년 1년간 그가 남긴 그림들을 중심으로 생애와 연결해서 나름의 신학적 해석을 덧붙이는 기회를 얻었다. 이 당시 쓴 글들에 집중하여 이신의 예술과 신학(神學) 그리고 그 이후 전개된 나의 ‘신학’(信學) 이야기를 함께 드러내고자 한다.
2017년 신학적·예술적 동료들과 더불어 『환상과 저항의 신학 ― 이신(李信)의 슐리얼리즘 연구』(동연)를 냈다. 이은선은 “왜 오늘도 나는 이신(李信)에 대해서 계속 말하려고 하는가? ― 이신의 믿음과 고독, 저항과 상상 그리로 오늘의 우리”라는 글을 실었다. 이신의 삶과 사유를 ‘고독’, ‘저항’, ‘상상’의 세 축으로 요약하며, 어떻게 그가 자신의 삶에서 마주했던 여러 중첩적인 각종 난제들 앞에서 ‘신’(信)이라는 화두를 잡고, 그 구원적·치유적 의미와 전혀 새로운 함의를 신학적·예술적 언어로 전환하여 드러내고자 했는가를 살폈다. 이 책에서도 ‘나는 왜 오늘도 여전히 이신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는가?’ 하는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신’(信)이라는 언어를 제안했고 ‘화해’(恕)를 역설했다. 그러한 그의 삶과 신학적·목회적 활동과 사유를 그의 회화적, 시적 산물과 더불어 동아시아의 오랜 언술인 ‘성’(誠), ‘성’(性), ‘성’(聖)의 세 언어와 연결하여 총체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오늘날 현실이 극도로 부패했고, 이를 넘어 왜곡되고 폭력적이며 온통 자아 절대주의적 관계로 전락했다. 이는 홀로 떨어진 섬으로 뿌리 뽑히고 외로워하며 사는 모습으로 묘사될 수 있다. 그래서 ‘믿음’(信)이란 바로 그 관계 맺는 일을 우리 사유와 상상, 친절하고 바르며 지혜로운 말과 용기로 새로 시작하자는 것이다. 이신은 인간의 조건을 왜곡되게 한계 짓고 인간의 삶을 여러 형태로 옥죄는 노예성을 뚫고 나가기를 원했다. 또한 ‘영의 신학’을 강조하며, 교회 공동체의 유지를 도모했다. 한국 신학(信學)도 현실과 초현실, 내재와 초월, 사실과 진실, 유(有)와 무(無), 리(理)와 기(氣) 등의 통섭과 묘합을 추구하는 길을 가고자 한다.
앞서 설명한 그런 생각들이 모여 씨앗이 되고, 그러한 씨앗들이 자라 이 책으로 꽃을 피게 되었다. 초현실주의 신학자이자 시인이며 화가였던 이신을 기리며, 그의 사상을 소비 자본주의 끝에 선 우리 사회에 소환하고, ‘우리 믿음의 새 길’을 찾아보자.
그에 따르면, 예술은 현대문명이 불러온 의식의 둔화와 이매지네이션의 부패를 지적해주지만 그 ‘치명적인 병’을 치료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종교다. 그래서 그는 기독교 신앙이 “진부하고 낡아빠진 회고주의”에 빠지는 것을 극히 경계하면서 “기독교가 갖는 본래의 역동성”을 회복할 것을 강조한다. 자신의 ‘슐리어리스트 신학’은 한마디로 ‘靈의 신학’과 ‘새 술에 취한 사람들의 말’이라고 하는데,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모든 현실의 감각을 뛰어넘으면서도 바로 또 그 안에서 그 너머를 보기 때문에 그의 신학과 예술은 참으로 ‘불이적’(不二的)이다.
1부 _ <이것과 그것> 중에서
그는 그 환상과 저항이 20세기 초 제1차 세계대전을 뚫고 나온 전위파 예술 운동가들의 초현실주의 의식과 닮았다고 보았다. 또한 이신은 그 논문에서 이미 19세기 중엽 한국 동학의 최제우를 같은 전위 묵시문학가로 보고 논문에 담았다. 귀국 후 몇 차례에 걸쳐 “전위예술과 신학”이라는 제목으로 『기독교사상』에 그러한 자신의 통찰을 담아냈다. 이신의 이 그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는 어쩌면 “보기는 보아도 보지 못하며, 듣기는 들어도 듣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그림과 더불어 소개하는 그의 시 “계시I”도 유사한 시기에 쓴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새 술에 취한 사람들’의 말처럼 쉽게 알아들을 수 없다. 다만 가늠할 수 있는 것은 이번 그림의 형상이 보여주는 대로 대지 위에 찬란한 태양이 떠오르듯이, 두 마리 물고기의 상징으로 전적 새로워짐의 세계가 희구되듯이 그는 참으로 새로운 신학과 세상의 탄생을 고대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 새로운 탄생이 바로 영적 소수자들의 창조적 비전과 저항에서 가능해진다고 보았다. 슐리어리스트는 바로 그러한 영적 비전을 가지고 기존의 체제와 틀에 반란을 일으키는 계시의 소유자들이다. 2천 년 전에 이 땅에 오신 예수도 그 환상과 저항으로 이 세상이 전적으로 새로워지는 길을 여셨고, 오늘 우리 시대도 다시 새로운 그리스도의 탄생을 고대한다.
1부 _ <계시 I> 중에서
이신은 인류 문명의 과학적 성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그러나 그것이 다가 아니라 과학으로 아직 들추어내지 못한 ‘인격’과 ‘영’과 ‘초현실’의 차원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죽음 이해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물학적인 죽음은 이제 생리적으로 허구이기 때문에 염려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인간에게 있어서 진정한 죽음인 인격의 죽음에 관심해야 하는 시대가 왔음을 밝히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의 믿음에 대한 강조와 고독을 받아들이는 입장, 인격의 죽음을 말하는 모든 이야기가 오늘 ‘인공지능’(AI)과 ‘초인간’(transhuman)을 말하는 시대에 더욱 의미 있게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여기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2부 _ <나는 왜 오늘도 여전히 이신(李信)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는가?>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은선
한국信연구소 소장, 세종대학교 명예 교수인류 문명의 전환에 관한 지속적인 관심으로 종교(聖)와 정치(性), 교육(誠)을 함께 엮어서 ‘믿음(信)을 위한 동서 페미니스트 통합학문(信學)’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세종대학교를 명예퇴직한 후 한국信연구소 Institute of Korean Feminist Integral Studies for Faith를 열어서 ‘신학(神學)에서 신학(信學)으로’의 모토 아래서 ‘한국 신학(信學)’과 ‘인학(仁學)’의 구성에 힘쓰고 있다. 오늘 문명 위기와 전환의 때에 우리 사회에서 여남의 구분을 떠나 ‘사유하는 집사람’이 많아지는 것이 긴요하다고 보며 강원도 횡성 산골 현장(顯張)아카데미에서 신학자 남편과 더불어 여러 활동을 함께하며 살고있다. 동서 인류 문명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들 중의 하나인 바젤대학과 성균관대학교에서 기독교 신학과 유교 철학을 공부했고, 세종대학교 교육학과에 재직하면서 동서 철학과 종교, 교육의 일들을 여러 학회들에서 회장과 부회장 등으로 역할하면서 연구해 왔다.주요 저서로 『통합학문으로서의 한국 교육철학』(2018), 『동북아평화와 聖·性·誠의 여성신학』(2020), 『사유하는 집사람의 논어 읽기』(2020), 『한국 페미니스트 신학자의 유교 읽기-神學에서 信學으로』(2023) 등이 있으며, 공저로는 변선환 아키브와 현장아카데미에서 펴낸 ‘이후(以後)’신학 시리즈가 있고, 선친 故 이신 박사 40주기 기념 『李信의 묵시의식과 토착화의 새 차원』(2021, 2022년도 세종도서 우수학술도서)과 백낙청 TV를 통해서 탄생한 『개벽사상과 종교공부』(2024) 등 다수가 있다. 『지혜를 찾아서-왕양명의 삶과 사상』(1998), 『한나 아렌트-삶은 하나의 이야기이다』(2022)를 번역했다.
목차
책을 내며
1부╻이신李信의 그림
고독한 유랑자
이것과 그것
자유로운 선善
새 그리스도로지
부활이 의미하는 것
주시는 자
영원을 향해서 열린 문
돌의 소리
불이 어디 있습니까
가난한 족속
계시 I
2부╻이신李信의 삶과 사유
나는 왜 오늘도 여전히 이신(李信)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는가?
Ⅰ. 이신을 기리는 일
Ⅱ. 이신의 ‘믿음’(信)에 대하여
Ⅲ. 믿음의 ‘고독’(性)에 대하여
Ⅳ. 믿음의 ‘저항’(誠)에 대하여
Ⅴ. 믿음의 ‘상상’(聖)에 대하여
Ⅵ. 믿음의 '지속'(成)에 대하여
한국의 문화신학자 이신(李信)을 말하다
『환상과 저항의 신학 ― 李信의 슐리얼리즘 연구』
출판을 기념하며
3부╻이신李信의 한국 信學
이신 서거 40주기
『李信의 묵시의식과 토착화의 새 차원』의 출간에 기하여
이신 서거 40주기 추모 예배 및 출판 기념
한국 유학과 信學 그리고 이신의 영의 신학
Ⅰ. 지구 위기 시대에 우리 안에 ‘신뢰의 그루터기’를 세운다는 것
Ⅱ. 한국 유학(儒學)과 신학(信學)
Ⅲ. 퇴계 신학(信學)과 이신의 영(靈)의 신학(神學)
Ⅳ. 한국 신학(信學)의 세 차원 ― ‘난간 없는 사유’에서 ‘사유하는 신앙’으로
Ⅴ. 새 시대를 위한 새 ‘경’(經) 쓰기
믿음의 새길을 찾아서
― 2024년 한국信연구소 출판기념회 및 李信상 시상식에 부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