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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바게트
문학과지성사 | 청소년 | 201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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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문지 푸른 문학 시리즈.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수상 작가 이은용의 청소년 소설로, 거칠고 단단하지만 속은 솜털처럼 부드러운 빵 바게트와 싱크로율 99퍼센트인 소녀 가장 미나가 펼치는 고소하고 담백한 고군분투 성장담이다.

  출판사 리뷰

“저는…… 이제 겨우 십구 년을 살고 있지만,
너무 어려운걸요. 인생이요.”

거칠고 단단하지만 속은 솜털처럼 부드러운 빵. 바게트와 싱크로율 99퍼세트인
소녀 가장 미나가 펼치는 고소하고 담백한 고군분투 성장담!


막대기 모양의 기다란 프랑스빵. 먹음직스럽게 칼집이 벌어져 고소하고 은은한 풍미를 풍기는, 봉투 위로 삐죽 고개를 내민 모습이 저절로 연상되는 빵. 바로 ‘바게트’ 이야기다. 문학과지성사에서 ‘문지 푸른 문학’ 시리즈로 출간된 『내일은 바게트』는 겉은 거칠고 단단하지만, 속은 솜털처럼 부드러운 바게트와 싱크로율 99퍼세트인 소녀 가장 미나의 고군분투 성장기를 담고 있다.
2008년 평화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하고 장편동화 『열세 번째 아이』로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을 수상한 이은용 작가의 첫 청소년소설이기도 한 이 책은, 불우한 환경에 처한 한 평범한 소녀가 좌충우돌 시련을 겪으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신을, 그리고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리고 있다. 여기에 변두리에 위치한 작은 동네 빵집을 운영하는 구자혁 아저씨와 나이도 다르고 제각기 꿈도 다른 제일검정고시학원 대검 3반 사람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주인공 미나를 중심으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가슴 뭉클하게.

주인공 미나는 소녀 가장이다. 공부를 썩 잘하는, 연년생 남동생 경환이를 돌보는 미나의 삶은 고단하고 퍽퍽하다. 철이 들기도 전, 느닷없이 엄마를 잃고 의지하던 아빠까지 세상을 떠난다. 잠시 얹혀살던 고모네 집에서도 형편이 여의치 않아 나와 살게 된다. 고등학교 졸업장이라도 따고자 힘들게 버텼던 학교마저 자퇴하고, 이런저런 알바로 근근이 하루하루를 버틸 뿐이다. 아무리 파란 하늘을 올려다봐도 미나의 삶은 우중충한 잿빛이다. 이런 미나에게 ‘꿈’이라는 건 언감생심이다.

“나도 언젠가는 이십 대가 되고 삼십 대, 사십 대가 되겠지만 나는 내 미래를 그려본 적이 없었다. 뭔가를 하고 싶다,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나에게는 당장 먹을 쌀과 밀린 방값이 필요했고 지금은 경환이의 합의금을 해결하는 게 최대의 목표고 꿈이다.” (133쪽)

아무런 준비도 없이 세상에 무작정 내던져졌지만, 그렇다고 미나는 함부로 살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지만, 늘 제자리걸음이다. 여느 아이들처럼 교복을 입고 학교에 등교하고 입시 경쟁에 치여 스트레스를 받는 ‘평범한’ 여고생이고 싶건만, 그 ‘평범한’ 삶은 너무 멀리 있다. “책임만 있을 뿐 내가 누리고 가질 수 있는 것은 없는 잉여 인간”처럼 느껴질 따름이다.

“그나마 비행 청소년이라도 됐더라면 세상의 관심이나 좀 받았을 텐데,라고도 생각해본다. 세상 모든 청소년이 모범생과 비행 청소년으로 양분되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의 관심은 항상 양쪽으로만 치우쳐 있었다. 가진 건 없지만 열심히 살려고 하는 나 같은 인간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나 여기 있어요!’ 소리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161쪽)

하얀 밀가루 반죽이 노릇하고 바삭한, 그 누군가의 입안에서 고소하게 머물다가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든든한 바게트가 되기까지에는, 사람의 손길과 정성과 관심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 된 것 마냥 절망스러운 미나의 존재를 어루만지는 것도 사람의 따뜻한 손길과 관심이다. 바로 구자혁 빵집의 구자혁 아저씨와 제일검정고시학원 대검 3반 사람들.
빵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늘 외계어를 쓰는, 빵과 소통하고 빵을 이해하는 구자혁 아저씨. 성형을 하거나 쿠프를 넣을 때는 빵을 예술이라고 했다가, 건포도나 과일로 액종을 만들 때는 빵이 과학이라고 했다가, 또 최종 반죽을 발효시킬 때는 빵을 기다림이라고 하는 사람. 처음에 미나는 천연 발효종을 이용해 일주일씩이나 걸리는 빵을 만들고 모든 걸 빵과 연관시켜 생각하는 구자혁 아저씨가 심각한 직업병에 걸린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구자혁 아저씨와 함께 일하며 그의 등 뒤에서 빵 만드는 모습을 힐끔거리다, 어느덧 미나는 “정답 없는 문제지”처럼 자기 앞에 부려진 힘든 세상을 성숙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 이른다.

“쉬운 방법을 선택하면 빠르게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겠지. 하지만 천천히 숙성을 시킨 것과는 달라. 천연 발효종을 쓴다는 건 빵에게 필요한 것뿐 아니라 필요하지 않은 것까지 주고, 스스로 그걸 걸러내고 선택하는 시간을 주는 거야. 오래 걸려도 그건 분명 다른 빵이야. 잘 숙성된 사람만이 온전히 자기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처럼. 그게 빵과 인생에 대한 내 철학이다.” (189~90쪽)

“아저씨의 말대로라면 나는 지금 숙성 과정을 거치는 중인지도 모른다.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가기 전에 천천히 저온 숙성 중인 반죽. 내가 아직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생각이 드는 건 제대로 발효가 되지 않았기 때문일까. 내 몸에는 쉽게 부풀어 오르는 가공 이스트가 아닌 천연 발효종이 들어 있는 게 분명하다.” (190쪽)

그리고 너무 다른 빛깔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나이도 다르고 불협화음 같은 소리를 낸다고만 생각했던 대검 3반 사람들. 최고령 학생이자 자칭 빵 셔틀 왕언니 아줌마, 사사건건 참견인 오지랖 대마왕 애순 아줌마, 눈치 제로인 장씨 아저씨, 귀엽고 똑똑한 막내 아인이, 듬직한 반장 오빠, 예쁜 베프 지수, 순박한 시골 청년 같은 담임, 교만한 수위 아저씨까지…… 이제 미나에게 대검 3반은 그저 학교를 대신하는 곳이 아닌, 서로를 보듬어주고 감싸주는 따뜻한 공간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이리저리 잘도 버무려지는, 동네 빵집에 진열된 빵들처럼 소박한 사람들.

이은용의 성장소설 『내일은 바게트』는 ‘바게트’라는 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 누구보다 평범한 한 소녀가 뜻하지 않은 불행에 부닥치며 아프게 겪어내는 성장통을 생생하고도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채 철들기도 전인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벅찬 현실이지만, 이 소설은 무작정 씩씩함을 내세우지도, 대책 없는 긍정의 힘으로 고난을 극복하는 방법도 택하지 않는다. 다만, 곳곳에 들어서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의 기세 앞에서도 묵묵하게 반죽을 하고 자기만의 방식대로 빵을 굽는 구자혁 아저씨처럼 담담하게, 그리고 담백하게 미나 앞에 놓인 고된 현실을 풀어나간다.
당장 닥친 현실을 헤쳐 나가는 것이 아닌, 미나에게도 소중하게 키워가고 싶은 ‘꿈’이 생긴다. 그 꿈은 망해가던 동네 빵집을 운영하던 구자혁 아저씨에게도, 그리고 대검 3반 사람들에게도 찾아온다. 우리 인생은 드라마 속 이야기처럼 드라마틱하지도, 어느 날 불쑥 큰 행운이 찾아오는 일도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관심과 보살핌을 통해 아무것도 아닌 반죽이 맛있고 고소한 바게트로 변하듯 드라마틱한 과정으로 바뀌어갈 수 있음을 작가는 시종일관 따뜻한 시선으로 써내려간다. 따라서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독자들은 “씹을수록 고소함이 올라오고, 느끼하지 않으면서 부드럽고,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바게트처럼, 읽을수록 고소함이 가득 퍼지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너무나 다른 빛깔의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각자가 정한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한 공간에 어우러져 있었다. 서로 다르면서도 누구보다 비슷한 사람들. 나이도 다르고 불협화음 같은 소리를 내지만, 모두들 자기만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잘 구워진 바게트가 세상에 나올 때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저마다 부르는 자기만의 노래. 그 안에서 나는 입만 벙긋거렸다. 어느 부분에서 소리를 내야 할지 나는 아직 알지 못했다.

“반죽은 굉장히 민감해. 같은 재료를 동일한 비율로 섞었어도 조건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거든. 날씨에 따라 다르고 누가 어떻게 만지는지 사람 손에 따라 다르고. 손이 차가운지 따뜻한지 심지어 어떤 마음으로 하는지까지 다 읽는다니까. 반죽에 내 체온을 더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면서 소통을 해야 해, 소통을.”
반죽과의 소통이라…… 역시 외계어였다.
“특히 네가 지금 만들고 있는 바게트는 환경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빵이야. 주변 요인을 그대로 흡수하고 표현하지. 어제 만든 바게트와 오늘 만든 바게트가 다르다면 믿겠니?”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모습이 환상처럼 멀게 느껴졌다. 나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아이들. 그 아이들은 꽃과 같았다. 이제 막 봉오리가 맺힌 꽃. 정원사는 매일 꽃에 물을 주고 흙을 다듬어준다. 잘 자랄 수 있게 음악을 틀고 말을 걸어준다. 나는 바닥에서 꽃을 올려다보며 꽃들의 이파리에 가려진 조각난 햇빛만을 볼 수 있었다. 누구도 여기 있는 나를 보지 못했다. 나는 꽃들 사이에 가려져 그렇게 시들어가고 있었다.

  작가 소개

저자 : 이은용
2008년 『평화신문』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었고, 『열세 번째 아이』로 제12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받았다. 쓴 책으로 청소년소설 『내일은 바게트』와 『그 여름의 크리스마스』가 있다.

  목차

프롤로그
불협화음
바게트의 노래
시급 5,210원
구자혁 빵집
어느 맑은 날
자기만의 노래
잉여 인간
머피의 법칙
꽃과 잡초
자유이용권
겨울 바다
벤치 타임
마들렌
잘 가, 양양수
99%의 바게트
다큐, 그곳
다시 하늘을 보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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