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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아도, 체리
라임 | 청소년 | 2025.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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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라임 청소년 문학 68권권. 주니어 라이브러리 길드 우수 도서.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멸시받으며 배움의 기회를 빼앗긴 채 타임아웃 벽장에 몇 시간씩 갇혀 있어야 했던 열세 살 소녀가 자신의 한계를 딛고 세상을 향해 손 내미는 ‘인간 존중’ 이야기.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작가의 경험에서 길어 올린 ‘배울 권리’ 이야기이다.

두어 해 전 여름, ENA 채널에서 방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큰 인기를 끌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천재 변호사 우영우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인데, 가히 우영우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편견을 한 방에 날려 주었다. 그 전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자폐’라고 하면 막연하게 어두운 방 안에 홀로 웅크리고 있는, 그러니까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아이를 떠올리곤 했다. 하지만 이 드라마 덕분에 ‘자폐 스펙트럼’이란 말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또 그런 증상을 가진 아이들도 세상으로 나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서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일깨워 주었다.

《말하지 않아도, 체리》에 나오는 주인공 채러티도 자폐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감당하기 어려운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앞날을 건강하고 똑똑하게 헤쳐 나간다는 면에서 우영우와 꽤 많이 닮아 있다.

이 이야기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된다. "내 이름은 ‘채러티’, 열세 살 하고 87일을 더 살았다. 아무도 내가 새콤한 지렁이 젤리와 페퍼로니 피자를 좋아하는 줄 모른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 누구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문장도 말한 적이 없으니까. 사실 도무지 예측하기 어려운 내 몸 때문에 매일 아침 두려움에 떨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내 몸이 왜 그러는지도 역시 아무도 모른다."

  출판사 리뷰

“사람들은 내 삶을 내려다보면서
자신들의 삶이 더 낫다고 위로를 삼는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멸시받으며 배움의 기회를 빼앗긴 채
타임아웃 벽장에 몇 시간씩 갇혀 있어야 했던 열세 살 소녀가
자신의 한계를 딛고 세상을 향해 손 내미는 ‘인간 존중’ 이야기!

★★★주니어 라이브러리 길드 우수 도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작가의 경험에서 길어 올린 ‘배울 권리’ 이야기

두어 해 전 여름, ENA 채널에서 방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큰 인기를 끌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천재 변호사 우영우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인데, 가히 우영우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편견을 한 방에 날려 주었다.
그 전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자폐’라고 하면 막연하게 어두운 방 안에 홀로 웅크리고 있는, 그러니까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아이를 떠올리곤 했다. 하지만 이 드라마 덕분에 ‘자폐 스펙트럼’이란 말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또 그런 증상을 가진 아이들도 세상으로 나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서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일깨워 주었다.
《말하지 않아도, 체리》에 나오는 주인공 채러티도 자폐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감당하기 어려운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앞날을 건강하고 똑똑하게 헤쳐 나간다는 면에서 우영우와 꽤 많이 닮아 있다.
이 이야기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된다.

내 이름은 ‘채러티’, 열세 살 하고 87일을 더 살았다. 아무도 내가 새콤한 지렁이 젤리와 페퍼로니 피자를 좋아하는 줄 모른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 누구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문장도 말한 적이 없으니까.
사실 도무지 예측하기 어려운 내 몸 때문에 매일 아침 두려움에 떨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내 몸이 왜 그러는지도 역시 아무도 모른다. _7쪽에서

엄밀하게 말하면 채러티는 말도 못 하고 몸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하지만 뒷장으로 넘어가면 “음, 사람들이 내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으면 좋겠다. 아주 놀라운 곳이니까. 우선, 내 기억력은 무한하다. 과거의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고화질 아이맥스 영화처럼 생생하게 재생된다. 멜로디도 한번 들으면 절대로 잊지 않는다.”(9쪽)라고 하며, 자신의 실체를 모른 채 편협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한다.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고 있을 뿐, 사실 채러티는 앞서 말한 우영우처럼 천재적인 두뇌를 가지고 있어서, 한번 본 것은 절대로 잊지 않으며 고난도의 수학 문제도 눈으로 척척 풀어낸다. 하지만 전문가로 일컬어지는 사람들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 채러티를 함부로 진단해 ‘저능아’로 낙인찍은 뒤 배울 권리를 앗아 버린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이 이야기가 공동 작가 중 한 명인 페이턴 고다드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모든 것을 인지하고 느끼지만, 표현해 내지 못해서 답답해하는 자폐아의 좌절과 불안, 두려움, 외로움 등이 그 어떤 작품보다 섬세하고 절실하게 잘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그 가지 끝에는 우리 모두가 결코 놓칠 수 없는 꿈과 희망, 연대, 응원으로 버무려진 행복의 열매가 오롯이 자리하고 있다.

“나도 지능이 있어요.” _닫힌 세상을 향한 강렬하고 견고한 외침
채러티의 엄마와 아빠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채러티에게 책을 읽어 주고 스포츠를 가르치며 다른 아이들과 다름없이 키우려 노력한다. 그러나 채러티의 상태는 진전을 크게 보이지 않고, 급기야 이모의 결혼식에서 소동을 피워 난장판을 만든다.
채러티는 일반 초등학교 특수반 교실에서 3학년까지 다니다, 전문가의 권유로 사설 교육 기관인 ‘보든 아카데미’에 들어간다. 그곳은 치료라는 명목 아래 아이들을 가둬 두고서 부모 몰래 학대를 일삼는다. 몇 년이 지난 후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된 엄마와 아빠는 그곳에서 채러티를 빼낸 뒤, 갖은 노력 끝에 일반 학교인 링컨 중학교에 한 달 동안 시범 등교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링컨 중학교의 특수반 ‘에픽’ 교실에는 저마다 장애를 지니고 있지만 자신만의 장점을 찾아 밝고 건강하게 생활하는 친구들이 모여 있다. 채러티는 그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고, 또 보조 교사인 애나 선생님의 지극한 노력으로 조금씩 상태가 좋아진다.
그리하여 채러티가 오래도록 바라온 일이 현실로 다가온다. 바로 일반 교실에 들어가 보통의 아이들과 함께 진짜 수업을 듣게 된 것! 하지만 아이들의 키득거리는 소리에 자극을 받아 몸을 통제하지 못하고 폭발해 버린다. 그 서슬에 우등생 달시가 부상을 입었다는 민원이 접수되고, 교장 선생님은 이걸 빌미로 채러티를 학교에서 쫓아낼 궁리를 한다.
채러티는 실리아 선생님과 애나 선생님의 필사적인 도움으로 아이패드의 키보드를 눌러서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이후 과학과 수학, 영어 시간에 두각을 드러내면서 높은 성적을 기록한다. 급기야 어릴 때부터 아빠와 농구 연습을 한 덕분에 학교 농구팀에 들어가기까지 한다. 이렇듯 승승장구하는 채러티 때문에 일등 자리를 놓칠 위기에 처한 달시는 호시탐탐 채러티를 괴롭히려 든다.
한편, 채러티는 보든 아카데미에 두고 온 다운 증후군 친구 이사벨라가 계속 마음에 걸려서 괴로워한다. 결국 엄마와 함께 이사벨라를 링컨 중학교로 전학시키기 위한 작전을 세우고, 보든 아카데미의 비리를 적어 교육청에 민원을 넣는다.
그러던 어느 날, 학생들의 온라인 채팅방에 ‘세시걸72’가 채러티를 학교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선동하는 글을 올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보든 아카데미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작성한 영어 과제 연구 보고서가 표절 시비에 휘말리는데…….
말하자면 이 작품은 천재적인 지능을 가진 열세 살 아이가 ‘자페 스펙트럼’이라는 편견의 굴레에 갇힌 채 차별과 학대를 받다가, 주변 사람들의 응원과 지지에 힘입어 자신의 한계를 딛고 더 높은 세계로 도약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힘겹게 얻어낸 성취에 쉽사리 만족하지 않고 자신과 같은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용기 있게 발걸음을 내딛으며 부당함과 맞서는 채러티의 모습에서 큰 감동을 자아낸다.

모두가 평등하게 존중받는 세상을 꿈꾸며
“모든 사람은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이 보편적 권리를 얻기 위해 힘들게 싸워야만 했던 채러티의 모습은, 몇 년 전 장애인 특수 학교 설립 토론회에서 장애아들의 교육 받을 권리를 얻기 위해 무릎을 꿇었던 우리나라 학부모들을 떠올리게 한다. 자기 동네에 특수 학교가 건립되는 걸 반대하는 사람들을 향해 “우리 아이는 혐오 시설이 아닙니다.”라고 절규하던 그들의 목소리가 지금도 귓가에서 쟁쟁하게 울리는 듯하다.
아주 평범하고 당연한 것을 얻기 위해서 투쟁해야 하는 삶은 생각만으로도 참 고단하다. “사람들은 내 삶을 내려다보면서 자신들의 삶이 더 낫다고 위로를 삼는다.”(21쪽)는 채러티의 일갈은 절로 등골이 서늘해질 만큼 부끄러움을 끌어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보다 실리아 선생님과 애나 선생님, 그리고 에픽 교실의 친구들처럼 채러티 같은 아이들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 거다. 어떤 일이 닥쳐도 무너지지 않고 굳건하게 채러티를 지켜 내며 응원하는 가족들은 물론이고, 8년 만에 대면했을 때는 눈에서 뜨거운 레이저 광선을 쏘며 ‘나(채러티)를 쪼그라뜨려 아주 작은 구피로 만들었’던 메이슨이 점점 채러티의 편이 되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제법 즐겁다.
그래서 “이 대단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소녀의 이야기에 마음이 아팠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애쓰는 아이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고 한 미국 이녹 GPA 중학교 교사 앤절라 워커와 “이 책 덕분에 수많은 선생님이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교육 방식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되었다.”고 고백한 미국 세네카 중학교 캐시 오언스 무어의 리뷰가 더욱더 가슴에 절절하게 와닿는 건지도 모르겠다.
책 말미에서는 <생각 깨우기> 꼭지를 붙여 다 함께 생각해 볼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는 것들을 당연하게 누리지 못하는 이들에 대해 마음을 열고 다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열어 보는 건 어떨까? 이 책의 미덕 중 하나는 누구든 용기를 잃지 않고 끝까지 신념을 지켜 가다 보면 끝내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 준다는 거다. 다 같이 더 나은 세상을 향해 용기 있게 한 걸음 앞으로 내딛어 보자.

나는 종종 몸속에 외계인이 들어와 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별다른 이유 없이 껑충껑충 뛰거나, 팔을 사방으로 휘젓거나, 손뼉을 세게 치거나, 어깨를 쉴 새 없이 으쓱하거나, 오리 주둥이처럼 입을 삐죽 내밀었다. 내가 내 몸을 통제할 때도 있지만, 그러지 못할 때가 훨씬 더 많았다. 나조차도 내 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니까. 그것이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 일인지 아무도 알지 못할 거다.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는 아이들은 정말이지 몇 안 되는데, 무지무지 다행스럽게도 사촌 메이슨이 그중 하나였다. 왜냐하면, ‘사촌=친구’이기 때문이다. 이건 법칙이었다.
어른들은 아이들보다 더 심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ㅈ’으로 시작하는 역겨운 단어를 거침없이 내뱉었다. 그 사람들은 내가 말을 못 하니까 자신들이 나누는 대화도 알아듣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내 감각은 아무 이상이 없었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뛰어날지도 몰랐다. 내 다섯 가지 감각은 모든 것을 순식간에 알아차렸다.

마르시아 선생님은 교도관처럼 교실을 순찰하며 아이들에게 무시로 “조용히 해!” 혹은 “그만해!”라고 소리쳤다. 그러다 가끔씩 말을 듣지 않는 아이가 보이면 타임아웃 벽장에 가두겠다고 윽박질렀다.
‘오늘은 이곳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내 몸이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과 다리를 마구 흔들었다. 어쩌면 절망감을 떨쳐 내려는 몸부림일지도 몰랐다.
내 발이 레고 블록을 갖고 노는 제이콥에게로 향했다. 그 애는 말을 하지는 못했지만, 블록으로 아주 놀라운 구조물을 만들곤 했다. 심지어 플라스틱 빨래 바구니에 아무렇게나 담겨 있는, 짝도 맞지 않는 낡은 블록들로 말이다.
제이콥은 블록을 쌓아 높은 탑을 만들었다. 파란색 17개, 빨간색 19개, 초록색 23개, 노란색 29개……. 전부 홀수였다. 높이 치솟은 탑을 만지려고 손을 뻗자 제이콥이 소리를 냅다 내질렀다. 나도 덩달아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아아아!
“채러티, 괜찮아, 괜찮아.”
이사벨라가 다가와 내 뺨을 어루만졌다. 정말로 다행이었다. 이사벨라의 다정한 말 덕분에 내 입이 곧 다물어졌다. 내 몸이 서서히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내게 찾아온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마르시아 선생님이 내 팔을 홱 잡아당기더니 다짜고짜 의자에 앉혔다. 그러고는 내 앞의 테이블로 ‘잭 인 더 박스’를 툭 던졌다. 행동 보고서를 작성하려는 모양이었다. 그건 매일 제출해야 하는 것이었다. 내가 테스트에 실패할 시간이 다가온 셈이랄까.

서 있을 수 있는 책상 중 하나에, 두꺼운 안경을 쓰고 뽀글뽀글 아프로 머리 스타일을 한 키 큰 남자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 앞에는 키보드가, 그리고 그 옆에는 보조 교사가 서 있었다. 재즈민이 나를 그쪽으로 안내했다.
“줄리안, 여기는 채러티야.”
줄리안이 잠시 고개를 들었다. 줄리안은 나처럼 눈 맞춤을 할 수 없었다. 왜 사람들은 눈을 맞추지 못하면 그렇게 난리를 치는 걸까? 나는 누군가를 보고 그 사람의 소리도 듣는다. 굳이 그 사람의 눈동자까지 똑바로 바라봐야 할 필요는 없잖아.
재즈민이 내게 설명해 주었다.
“줄리안은 자신의 목소리로 이야기할 수 없어.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땐 타이핑으로 하지. 너도 곧 그렇게 할 수 있을 거야.”
‘미안해, 재즈민. 이번만은 네가 틀렸어.’
나는 엄마 아빠와 타이핑을 수백 번도 넘게 해 봤다. 그리고 할 때마다 실패로 끝났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잘 알았고, 그 단어들의 철자도 알았지만 뇌에서 보낸 신호가 손가락에 닿기 전에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나는 알파벳 ‘P’를 치려고 손을 스무 번이나 뻗었지만, 그중에서 열여덟 번은 다른 글자를 쳤다.
재즈민이 줄리안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혹시 채러티한테 해 주고 싶은 말 있어? 오늘 첫날인데.”
줄리안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손가락 하나로 타이핑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냥 조금 기다리기만 하면 돼.”
재즈민이 말했다. 나는 그사이에 피젯을 비틀었고, 줄리안은 키보드를 하나씩 콕콕 눌렀다. 잠시 후 줄리안이 마지막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스피커를 통해 줄리안의 말이 흘러나왔다.
“평화가 가득하길 빌어. 나는 너를 존경해. 너에겐 모두가 보아야 할 소중한 재능이 있으니까.”
나는 너를 존경해……. 줄리안의 말이 내 귓속으로 울려 퍼졌다. 너에겐 모두가 보아야 할 소중한 재능이 있으니까.

  작가 소개

지은이 : 캐럴 쿠예치
미국에서 태어났어요. 이십 년 넘게 작가이자 교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신경 다양성’에 대해 뛰어난 통찰력을 얻게 되었지요. 지금은 샌디에이고에서 남편과 세 아이, 그리고 장난이 엄청 심한 오렌지색 얼룩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답니다.

지은이 : 페이턴 고다드

  목차

이모 결혼식의 불청객
<세서미 스트리트>의 버트와 어니
곰팡이가 핀 빵처럼
아주 완벽한 타이밍
최악의 악몽
이상한 나라의 채러티
판도라의 상자
나에게는 임무가 있어
작전명 ‘이사벨라’
응원전의 프린세스
초대받지 못한 아이
다시 나무로 돌아간 피노키오
진짜 사람으로 산다는 것
영어 과제 연구 보고서 표절 사건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가는 도로시

작가의 말
생각 깨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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