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사계절문학상 수상작가 김지현 신작. 표정 뒤에 가려진 진심을 알고 싶은 열일곱을 위한 이야기. 2022년 제20회 사계절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지현 작가의 새 장편소설 『오늘의 기분은 사과』가 출간되었다. 친구들과의 다툼이 싫어 늘 자신의 감정을 검열하며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열일곱 살 소녀 이경이 상대를 향한 신의와 믿음으로 여러 관계 안의 갈등을 부드럽게 풀어내고, 더 용기를 내어 자신의 감정과 꿈에도 진심을 다하는 과정을 그려낸 성장소설이다.
전작들을 통해 ‘좋아하는 마음’으로 서로 연결되는 청소년의 세계에 깊은 애정을 보여 온 김지현 작가의 따뜻한 시선은, 이번 작품을 통해 사춘기 아이들의 그 순수하고 무해한 ‘좋아하는 마음’이 자기 자신의 마음과 하루, 꿈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확장되길 응원하는 선한 바람으로 가득하다.
출판사 리뷰
사소한 말 한마디에 움츠러들었다가
‘그냥’이라는 말로 덮어버린 열일곱의 감정들
표정 뒤에 가려진 서로의 진심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또래 집단에서 인정받고 소속감을 느끼고 싶은 욕구로 강한 시기인 만큼, 청소년들에게 친구 관계는 가장 큰 관심사이자 고민으로 꼽힌다. 김지현 작가가 청소년소설을 쓰게 된 계기도 친구 문제로 괴로워하는 아이들에게 “서로 완전히 같지 않아도, 서로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 『오늘의 기분은 사과』에서는 시시각각 변하는 친구들의 태도 앞에 쉽게 위축되고 마는 사춘기의 마음과, 자기 자신조차도 정확한 이름을 붙이기 어려운 복잡한 나의 감정을 순하고 선한 아이 김이경의 시선으로 깊숙이 들여다본다. 지금 우리가 서로에게 짓고 있는 표정은 과연 나의 진짜 기분과 일치하는지, 찰나의 표정이 빚어내는 오해와 편견으로 각자의 가장 여리고 선한 진심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생각하게 하는 청소년소설이다.
남들의 감정을 살피느라 머뭇거릴 때가 많은 이경은 까칠한 아이들 틈에서 무시당하고, 참고, 상처받기 일쑤지만 그럼에도 늘 상대방의 마음을 궁금해하는 소녀다. 영화를 좋아하고 시나리오를 쓰며 언젠가 자신의 시나리오가 영화로 완성되기를 꿈꾸지만 자신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를 아직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마음 한편에 늘 의문이 남는다.
‘영화 속 인물도 실제 사람을 본떠서 만든 것일 텐데 왜 현실 속 사람들은 어렵고 복잡하기만 할까?’
외로운 나날을 견디던 일상에 이경과는 아주 다른 세 친구가 스며든다. 매사에 당차고 정의로워 보이는 강유림, 살면서 상처 따윈 받아 본 적 없을 것 같은 전솔,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임규리까지. 감정을 드러내는 데 거침없는 이들을 바라보며 이경은 묘한 해방감을 느끼는 한편 부러움과 자괴감을 동시에 느낀다.
밝고 유쾌한 모습으로 주위에 늘 친구가 많은 솔이지만 이경 앞에서만큼은 종종 예민하고 냉소적인 모습을 보인다. 무례한 사람들과 위험한 환경에 유난히 날을 세우는 솔이 이경은 이해되지 않는다. 중학생 때부터 함께 어울렸던 규리는 직설적인 감정 표현에 서툰 이경을 답답해하고, 어느 날은 돌연 알 수 없는 대상을 향해 ‘손절할 결심’이라는 의미심장한 문구를 SNS에 올려 관계를 불안하게 만든다.
이들과 달리 유림은 이경이 말하지 않는 부분까지 세심히 알아보고 맞춰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유림이라면 나에게 상처를 준 아이들과 다르지 않을까? 이경은 서서히 유림에게 의지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경과 가까워질수록 유림은 이경을 함부로 대하기 시작하는데…….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들은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어.”
흘러가는 마음들의 이름을 불러주고픈
모든 이를 위한 성장소설
당혹감과 배신감, 분노…… 휘몰아치는 감정 속에서도 어떻게든 유림의 사정을 이해해 보려 하지만 오히려 뻔뻔한 태도 앞에 이경은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한다. 솔은 여전히 때때로 어두워지면서도 이경의 곁에 머물며 이경에게 미움도 다툼도 아닌, 이경 자신의 마음속 진심을 직면하고 표현하기를 제안한다.
“누가 너보고 싸우래? 그냥 알려주는 거야. 그건 잘못이라고. 그리고 해방되는 거지. 마음의 지옥에서. 그거 정말 괴롭잖아. 누구 미워하고 증오하는 거.”
이경은 또 한 번 궁금해진다. 평소 밝고 명랑한 솔의 모습과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감정의 이름들을 담담하게 읊는 저 아이의 마음은 어떻게 생겼을까? 웃는 표정 뒤에 어떤 아픔을 감추고 있을까?
이경만이 볼 수 있는 솔의 슬픈 표정과 솔이 위로하는 이경의 복잡한 기분은 이경의 고모가 건넨 응원의 메시지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감정은 전해지는 거고 저절로 느껴지는 거야. 겉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충분히 마음을 알 수 있고 통하는 사이 있잖아. 우리 이경이가 얼른 그런 소중한 친구를 만나게 되기를.”
애써 웃음 지어 보일 필요도, 지금 이 순간의 기분을 외면할 필요도 없이 이경은 용기를 가져보기로 한다. 다시 누군가를 기꺼이 믿어보기로, 그리고 자기 자신의 감정과 꿈을 세상에 정확히 보여주기로. 그럼에도 여전히 흐릿한 진심이 궁금할 땐 상상해 볼 것이다. 나의 머리 위와 너의 머리 위에, 어떤 이모티콘이 떠올라야 오늘의 기분을 가장 잘 표현해 줄 수 있을지를. 이토록 선하고 다정한 호기심을 잃지 않는 한 우리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서로의 진심을 알고, 더 눈부신 우정의 기쁨을 나눌 수 있게 되리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줄 『오늘의 기분은 사과』. 독자들도 타인의 마음과 자기 자신의 마음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모티콘을 찾게 해줄 성장소설이다.
나는 무심한 얼굴로 내 옆에서 걷는 전솔이 여전히 당당하게만 보였다. 시비를 걸어오는 상대방을 가뿐히 무시하는 것도 그만한 여유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설령 나의 무시가 싸움으로 번지더라도 얼마든지 맞서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여유. 나처럼 상대방의 공격이 두려워 갈등의 작은 씨앗에도 벌벌 떨면서 저 멀리 둘러 가는 인간들은 결코 가질 수 없는 여유.
“고모. 나는 친구들 기분이 한눈에 보였으면 좋겠어.”
“왜? 표정을 보면 알잖아. 또 다른 게 필요해?”
“표정은 헷갈린단 말이야. 얼굴만 보면 삐진 게 분명한데, 화났어? 물어보면 아니라고 하고.”
내 말을 듣던 고모는 종이 위에 여자아이를 한 명 그렸다. 그리고 그 머리 위에 작은 구름을 그려 넣었다. 그렇게 혼자 킥킥 즐거워하면서 옛날이야기를 했다. 고모가 어렸을 때 유행한 SNS에서는 기분에 따라 자기 캐릭터 위에 작은 아이콘을 띄울 수 있었다고. 해, 스마일, 해골 뭐 그런 것들이 머리 위에 둥둥 떠 있었다고.
“친구가 헷갈리게 할 때는 말이야. 그 친구 머리 위에 어떤 아이콘이 떠올라 있을지 상상해 봐. 널 속상하게 할 때도.”
“진짜 웃긴 게 뭔 줄 알아? 어떤 때는 내 기분이 뭔지도 모르겠어. 그냥 막 짜증만 나. 이유도 모르는데 짜증 나고 기분이 더러워. 지나가는 사람한테 시비 걸고 싶어.”
(…) “말로 표현하는 게 어려우면 그림은 어때?”
무슨 그림? 규리의 눈이 커졌다.
“폰에 있는 이모지 있잖아. 그때그때 내 기분에 어울리는 걸 톡 상태 메시지에 올려놓는 거야.”
“상메 계속 바꾸는 거 관종 같지 않아?”
“뭐 어때. 난 궁금해서 계속 볼 거야.”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지현
『우리의 정원』으로 제20회 사계절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브로콜리를 좋아해?』 『너의 꿈에도 내가 나오는지』가 있다.
목차
아는 꿈
전학생
머리 위 구름
타임캡슐
옐로카펫
빈 의자
지구의 모양
절교할 결심
오늘의 기분( )
마음의 지옥
너의 조각
비와 산책
낯설고도 다정한
장마가 지나고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