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리타의 세계는 완벽하게 불행하다. 리타의 아버지는 무고하게 감옥에 갇혔다가 자살하고, 어머니는 생의 의지를 잃어버리고 세 자녀를 양육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은 듯하다. 학교에서는 범죄자 딸이라는 낙인이 찍혀 배제와 괴롭힘을 당하고, 이웃과 친척에게는 가차없이 손절을 당했으며, 사회의 안전장치는 리타의 가족에게 작동하지 않았다.
리타는 졸지에 무기력한 어머니와 쌍둥이 여동생을 돌보며 가장 역할을 하게 된다. 리타는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어른이 되어야 했다. 도무지 삶을 이어 갈 방법이 보이지 않던 어느 날, 리타는 열지 말았어야 할 문을 열게 되는데….
이 소설은 빈곤, 가족 붕괴, 젠더, 성폭력, 혐오와 차별 등의 주제를 깊이 있고 조심스레 다루면서, 독자들에게 수용과 연대의 본질, 진정한 관계 맺기와 돌봄, 자신이 믿는 가치 그대로 살아가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출판사 리뷰
완벽하게 불행했던 소녀의 강렬한 생존의 기록
지금 세계 문단이 가장 주목하는 이름, 마리 파블렌코의 신작!
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 김지은 강력 추천!
프랑스 문인협회(SGDL) 청소년 문학상, 생텍쥐페리상, 유토피알 유럽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한 마리 파블렌코의 신작 《리타》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충격적이고, 감동적이며, 잊을 수 없는 책” “날것의 진실과 시적 언어를 결합시키고, 어둠과 빛을 절묘하게 뒤섞어 빚어낸다”는 극찬과 함께 세계 문단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의 작품 속에는 ‘변화’ ‘타인과의 관계’ ‘자연과의 연결’이라는 주제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여성의 권리와 자연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사회의 가장자리에 선, 연약하지만 고집 있고 회복력 있는 인물들을 그려 내며 전 세계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해 주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이전보다 더욱 깊고 예리해진 시선으로, 중심에서 비껴난 청소년들의 삶과 분투를 다룬다.
아버지의 자살, 극심한 빈곤과 차별, 학폭과 가족 내 정서적 학대…. 리타의 세계는 완벽하게 불행하다. 리타의 아버지는 무고하게 감옥에 갇혔다가 자살하고, 어머니는 생의 의지를 잃어버리고 세 자녀를 양육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은 듯하다. 학교에서는 범죄자 딸이라는 낙인이 찍혀 배제와 괴롭힘을 당하고, 이웃과 친척에게는 가차없이 손절을 당했으며, 사회의 안전장치는 리타의 가족에게 작동하지 않았다. 리타는 졸지에 무기력한 어머니와 쌍둥이 여동생을 돌보며 가장 역할을 하게 된다. 리타는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어른이 되어야 했다. 도무지 삶을 이어 갈 방법이 보이지 않던 어느 날, 리타는 열지 말았어야 할 문을 열게 되는데….
리타의 아픔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한 건 알코올중독 아버지와 살아가는 소년 비고다. 두 사람은 무너져 가는 서로를 일으키고, 상처를 보듬으며 사랑과 연대를 쌓아 가고, 살아갈 힘을 낸다. 그리고 리타 곁에 있어 주었던 친구들과 유일하게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했던 파티아는 한 사람을 일으키는 것은 큰 힘이 아니라 사소한 다정함임을 보여 준다. 이 소설은 빈곤, 가족 붕괴, 사회적 낙인, 젠더, 성폭력, 혐오와 차별 등의 주제를 깊이 있고 조심스레 다루면서, 독자들에게 수용과 연대의 본질, 진정한 관계 맺기와 돌봄, 자신이 믿는 가치대로 살아가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듯한 몰입감!
인터뷰 형식으로 리타를 둘러싼 사건을 재구성하다
이 책은 리타가 과다출혈로 쓰러진 채 발견된 충격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한 작가가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리타의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하는 독특한 형식을 택해,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듯한 몰입감과 긴장감을 자아낸다.
리타는 사회가 외면한 존재이자, ‘있지만 없는 아이’다. 리타는 자신의 상황을 철저히 감춰 왔지만, 사건 발생 이후 친구들의 증언이 하나씩 쌓이며 그의 삶이 조금씩 또렷하게 드러난다. 그 삶은 빈곤, 차별, 배제, 폭력이 응축된 지옥이었다. 작가는 리타가 경험한 지옥을 폭로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친구들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은 리타들을 외면해 왔는지를 직면하게 한다. 《리타》는 한 개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외면하고 무시해 온 수많은 리타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복원하는 슬프고도 선명한 기록이다.
리타 곁에 있었던 친구들 또한 이야기의 한 축을 이룬다. 리타의 상처를 오롯이 수용하며 있는 그대로의 리타를 사랑하는 비고, 성정체성을 고민하며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티무르, 스스럼없이 자신의 삶을 열어 보여 주고 리타에게 손을 내밀어 준 로만, 친절의 가치를 믿으며 리타를 묵묵히 지지하는 레나…. 이들의 증언은 리타의 삶을 비추는 동시에, 청소년 문학에서 잘 다루지 않던 ‘다양성과 수용’의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낸다.
사회의 무능과 추락을 드러내는 명확한 서사
리타와 비고는 작가의 머릿속 한구석에서 서로 딱 달라붙은 채 성장했다. 무료 급식소에 줄을 서는 가난한 학생들, 기차에서 희롱당하는 청소부들, 2020년 팬데믹으로 인한 첫 번째 봉쇄 당시 집단 괴혈병에 걸렸던 중학생들의 충격적 이미지와 함께 이들의 이야기에 점점 살이 붙었다. 그리고 세계 7위의 부자 나라인 프랑스에서조차 수천 명의 아이들이 돈이 없어 굶은 채 등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 이야기는 더욱 단단해졌다. 작가는 이 소설을 오랫동안 구상하던 끝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을 공유하면서 말로써 돌봄과 공감을 이야기하는, 아름다우면서도 끔찍한 합창을 써 보기로 했고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작품이 탄생했다.
리타가 겪어 낸 아픈 시간들은 너무나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그래서 그 안에서 피어나는 작은 유대와 희망이 명확한 진실로 다가온다. 이 책은 일종의 추락에 대한 기록이며 사회가 얼마나 아이들을 보호하지 못하는지 그 무능을 드러내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가슴 뛰면서도 연약한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청소년 소설’이라는 장르에 새로운 문학성과 밀도를 부여하며, 슬픔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삶의 아이러니 앞에서 우리가 어떻게 삶을 긍정하며 살아야 할지에 대해 곱씹게 만든다.
리타가 나타났을 때 그건 정말 ‘등장’이라고 할 만했어요. 곱슬거리는 빨간 머리, 커다란 초록색 눈, 찰랑찰랑 소리를 내는 팔찌를 하고선 홀연히 나타났거든요. 리타는 꽉 찬 교실을 눈으로 훑다가 마침 비어 있던 제 옆자리를 발견했죠. 전 속으로 생각했어요. ‘오, 완전 좋은데?’
우리 학교엔 괜찮은 친구들이 정말 많아요. 비고, 티무르, 소프, 레나, 에메마리…. 제 사회생활은 나름 잘 굴러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리타가 나타났을 때, 세상이 파리떼로 가득한 줄도 모르고 살다가 그 한가운데에 나비가 있었다는 사실을 갑자기 깨달은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그 나비는 바로 리타였어요.
그날 저녁 저는 꾀죄죄한 몰골로 티무르네 집에 도착했어요. 가을이 원래 그렇잖아요. 낮이 짧아지고 여름은 싫증 난 연인처럼 우리 곁을 떠나가지요. 사람들은 청바지, 긴팔 셔츠, 자켓을 입기 시작하고요. 사람들이 뚜렷이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저는 일조 시간, 하늘의 높이, 긴 여행을 떠나기 전에 양식을 비축하는 철새들이 우리가 세상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우리 인간들은 새 학기를 준비하고 시간표에 적응하느라 바빠요. 엄격한 일과표가 수면으로 다시 떠오르죠. 태양의 에너지는 오래 꾸물거려요. 우리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겨울을 준비하고 싶은 욕구를 차츰 뼛속 깊이 느껴요. 몸을 웅크리고 포근함, 어쩌면 느림을 누리고 싶은 거죠. 그래요, 저에게 가을은 움츠리기의 계절이에요.
우리는 한참을 어둠 속에서 눈과 귀를 활짝 연 채 서로 몸을 꼭 붙이고 있었어요. 우리는 세상의 중심에 있었고 어떤 동물들이 우리 옆으로 지나갔는지는 알 수 없었어요. 그것들은 사라졌고 또 다른 것들이 접근했다가 더 멀리 가 버렸어요. 우리는 그들을 알아내려 하지 않았어요. 보려고도 하지 않았어요. 그저 우리 둘이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에 감사했어요. 우리는 조심스러운 손님이었고, 이 아름다운 순간의 특권을 아는, 그런 손님이었어요. 어둠 속에서는 가볍게 스치거나 밟히는 나뭇잎이 어쩜 그렇게 큰 소리를 내고 강렬하게 다가오는지 몰라요. 상상력이 들끓고, 진정한 소리가 들려요. 드물고 귀한 현재의 순간이 우리를 빨아들이죠. 달이 자신을 괴롭히던 구름에서 이따금 벗어나면 휘영청 은빛이 우리 망막에 밀려들었어요. 그럴 때면 어떤 궁둥이, 주둥이, 귀, 웅크리고 있는 날렵한 실루엣, 여우의 털을 알아볼 수 있었어요. 그러다가 구름이 다시 달을 삼키면 어둠이 우리도 함께 삼켜 버렸지요. 우리는 하나의 시(詩)를 관통하고 있었어요. 아니, 그 시를 직접 살아냈어요. 그리고 저는 리타와 함께 이 마법 같은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요. 우리가 어떤 비밀스러운 원 안으로 초대받은 것만 같았어요. 거기까지 들어온 인간은 아마 없었을 거예요.
작가 소개
지은이 : 마리 파블렌코
오랫동안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펼쳐 온 작가. 그의 작품 속에는 ‘변화’ ‘타인과의 관계’ ‘자연과의 연결’이라는 주제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시적 문체와 현실 문제를 함께 담아내는 능력으로 평단의 극찬을 받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여성의 권리와 자연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사회의 가장자리에 선, 연약하지만 고집 있고 회복력 있는 인물들을 그려 내며 전 세계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해 주고 있다.프랑스 문단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프랑스 문인협회 대상과 생텍쥐페리상을 비롯한 여러 권위 있는 문학상을 수상했고, 그의 작품들은 15개국 이상에 번역 출간되었다. 한국에는 《사마아》가 번역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