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수많은 청소년이 기다려온 김선미 작가의 귀환
『비스킷』 이후 더 강력해진 재미로 돌아온 새로운 판타지 소설!
“당신을 위한 저주 스티커, 구매하시겠습니까?”『스티커』는 『비스킷』으로 청소년 문학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김선미 작가의 신작이다.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청소년 부문 대상, 2024 신구문화상 수상, 9개국 수출, 전국 16개 도시 ‘올해의 책’ 선정이라는 눈부신 성과를 이뤄 낸 작가의 전작 『비스킷』은, 청소년의 자존감과 연대를 섬세하게 풀어내어 독자와 평단 모두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 김선미 작가가 이번에는 더 날카롭고, 더 대담한 이야기로 돌아왔다.
주인공 장시루는 평범한 고등학생처럼 보이지만 실은 다크웹에서 유명한 ‘마켓 스티커’ 운영자다. 민속학자인 엄마의 짐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저주 책을 통해 저주 스티커를 만드는 비밀을 알게 된 시루는, 이를 활용해 돈을 받고 타인의 저주를 스티커로 만들어 주는 사업을 시작한다. 자전거를 타다 넘어지게 하는가 하면 시험 답안을 밀려 쓰게 만들고 헛것을 보게 하기도 한다. 시루는 ‘나는 스티커를 팔 뿐’이라며 무심한 태도를 유지하지만, 스티커를 붙인 대상들이 무너지고 그로 인해 학교가 조금씩 변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점점 더 복잡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스티커』는 판타지적 설정을 기반으로 한 몰입감 있는 서사와 예측 불가능한 전개로 단숨에 독자를 끌어당긴다. 하지만 단순히 스릴 넘치는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는다. 이 작품은 ‘복수는 정당한가’라는 질문을 통해, 청소년 독자들이 자주 마주하는 미움, 질투, 억울함, 복수심 등의 감정을 깊고 날카롭게 응시하게 만든다. 시루의 사업이 번창할수록 세상은 점점 더 저주의 언어에 익숙해지고, 독자 역시 자신이 누군가를 미워했던 순간들을 돌아보게 된다. 저주가 현실이 될 수 있다면, 과연 당신은 그 스티커를 붙일 수 있을까? 『스티커』는 바로 그 물음을 통해 자신 안의 도덕과 윤리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는 소설이다.
저주를 파는 소녀와 저주를 지우는 소년
재앙을 막고 세상을 구하기 위한 운명적인 모험의 시작!
“스티커는 떨어져서 땅으로 스며들어.
땅이 품을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자연재해가 일어나는 거야.”장시루는 다크웹에서 ‘스티커’라는 저주 마켓을 운영하며 점점 더 많은 의뢰를 받고, 저주는 사람들의 일상에 본격적인 균열을 일으킨다. 그러던 어느 날, 시루는 스티커를 떼고 다니는 남학생 ‘소우주’를 만나게 된다. 소우주는 저주가 축적되면 자연재해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처음엔 믿지 않았던 시루도 자신이 일으킨 저주들이 상상 이상으로 강력하게 발현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결국 두 사람은 저주의 악순환을 멈추고 재앙을 막기 위한 싸움에 나선다. 스티커를 떼고, 저주를 되돌리고, 저주의 근원을 추적하는 여정 속에서 시루는 처음으로 자신의 선택과 감정을 돌아보게 된다.
『스티커』는 단순히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를 묻지 않는다. 오히려 이 소설은 선과 악의 경계를 뛰어넘어 작동하는 감정들과, 그 감정이 어떻게 ‘정의’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는지를 끈질기게 추적한다. 타인의 고통을 원하는 마음은 반드시 악일까? 내가 겪은 불의를 되갚고 싶은 감정은 과연 부정되어야만 할까? 작가는 이처럼 청소년기에 누구나 품을 수 있는 복잡한 감정을 ‘저주 스티커’라는 은유적 장치로 구현하며, 보이지 않는 감정 폭력이 현실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보여 준다.
특히 인물들이 저주를 통해 자신이 마주했던 불합리한 세계에 ‘되갚음’을 실행하는 과정은, 청소년 독자에게 강한 감정 이입과 동시에 도덕적 균열을 경험하게 만든다. 나의 고통은 누구에게도 전해지지 않았고, 세상은 그 고통을 설명할 언어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 세계에서 ‘저주’는 결국 말하지 못한 슬픔의 다른 언어로 작동한다. 그렇기에 『스티커』는 판타지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실은 청소년의 내면을 가장 현실적으로 포착한 이야기다.
복수가 유행이 되어 버린 시대 속에서
자신만의 정의를 찾는 판타지 성장소설
“마음이 부서지려고 할 때, 나쁜 마음이 날 잡아먹으려고 할 때, 내가 날 지켜 줘야 했구나.”김선미 작가의 문장은 결코 감정을 과장하지 않지만, 한 문장 한 문장이 날카로운 비늘처럼 마음을 긁고 지나간다. 『비스킷』에서 보여 주었던 섬세한 심리 묘사와 청소년기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깊은 통찰은 이번 작품에서도 더욱 단단해졌다. 특히 『스티커』에서는 고통과 냉소, 무감각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사춘기의 감정선을 능숙하게 조율하면서도, 이야기의 긴장감과 장르적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저주라는 설정을 기반으로 한 판타지 세계는 사실 너무나 현실에 가깝다. 책 속에서 벌어지는 저주 사건은 ‘무섭다’라기보다 ‘익숙하다’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이는 결국 『스티커』가 현실을 아주 정교하게 그려 낸 이야기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장시루라는 주인공 또한 특별하지 않기에 더욱 특별하다. 누군가를 저주할 만큼 상처받았고, 그런 자신을 받아들일 줄 아는 법을 배워 가는 소녀. 『스티커』는 괴물과 맞서는 영웅담이 아니라, 내 안의 어둠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나가는 모든 이들의 이야기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단순히 눈앞의 독자만을 향해 쓰인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의 감정을 서툴게 표현하던 ‘어제의 나’와,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내일의 나’를 위해 존재하는 이야기다.

6월 6일
닉네임: 아브라카다브라
접착력: 최상
가격: 3,000,000원
저주 내용: 학교 체육 쌤 때문에 친구가 의식 불명이 됐어요. 그런데 그
쌤은 오히려 뻔뻔하게 자기는 잘못 없다고, 내 친구는 그럴 만했다고
욕하고 다녀요. 염치도 없이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자기 때문에 내 친
구는 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려 그 지경이 됐는데. 체육 쌤이 저지른 일
의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어요. 사고가 크게 나서 다시는 학교에 나오
지 못하게 해 주세요.
메모:
온라인 장부를 작성하던 장시루는 눈살을 찌푸렸다. 저주 내용이 어쩐지 낯익었다. 시루가 다니는 학교의 2학년 학생이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사건이 발생했고 얼마 뒤 체육 선생이 그 사건에 얽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심각한 고민을 상담했는데 오히려 그 애 잘못으로 몰아갔다더라, 체육 선생의 비리를 알고 있어 협박당했다더라, 실은 체육 선생이 옥상에서 떠민 거라더라……. 출처 없는 다양한 버전의 소문이 점점 살이 붙으며 교내에 퍼져 나갔다.
정적을 뚫고 ‘히히히히’ 하고 웃는 소리가 들려온 건 시험 종료 10분 전이었다. 아이들이 고개를 들고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눈을 모았다. 전교 1등을 도맡아 해서 ‘공부 천재’로 불리는 한도윤이 OMR 카드에 마킹하며 웃고 있었다. 뭐야, 시험이 쉬워서 절로 웃음이 나오나? 아주 속을 긁는구나.
시험 감독 선생님이 주의를 줬는데도 한도윤은 웃음을 그치질 못했다. 아이들이 조용히 좀 하라며 짜증을 냈다. 감독 선생님이 분위기를 수습하며 그 애의 자리로 가서 책상을 두드렸다. 한도윤이 고개를 든 순간, 웅성거리던 아이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한도윤의 양쪽 동공이 다른 모양으로 풀려 있는 것을 보았으니까. 선생님마저 흠칫했다. 웬만한 ‘똘끼’에도 침착하게 대처하는 선생님이 저 정도 반응이니 한도윤이 어떤 상태로 보이는지 상상이 될 것이다. 선생님이 아무 말도 못 하고 서 있자 그 애는 다시 시험지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그러곤 눈이 풀린 채로 기괴한 웃음을 흘리며 OMR 카드 마킹을 마쳤다. 아이들이 한도윤을 힐끔거리는 동안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시험 종료 종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