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세기를 지배한 이데올로기였던 자유주의와 파시즘, 공산주의 가운데 최후의 승자로 살아남은 것이 자유주의다. 파시즘은 오른편에서, 공산주의는 왼편에서 자유주의를 공격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반세기 가까이 더 분투한 공산주의는 20세기 말에 이르러 판정패를 당한 뒤 자본주의 아류가 되어 변신을 시도 중이다. 파시즘은 일찌감치 KO패를 당한 뒤에도 제3세계에서 명맥을 이어오다 21세기 들어 재도전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형제당이 제1당이 되고, 독일대안당은 제2당이 되었으며 프랑스에서도 극우 정당이 약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극우와 중도우파의 지지를 등에 업고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 21세기에 인류는 다시금 파시즘의 도전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유주의의 성공을 자축하는 이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 성공의 이면을 들추는 작업은 더욱 필요해 보인다. 이 책에서 드닌은 자유주의는 성공할수록 실패할 운명을 안고 있다고 말한다. 개인의 자율성을 추구할수록 국가주의 또한 강화되는 본질적 모순을 안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파시즘의 부활은 자유주의의 성공이 가져온 필연적인 결과일지 모른다.미국에서 트럼프 2기 정부가 시작되던 날 정부효율부를 맡은 일론 머스크가 연단에서 나치식 경례를 해서 세계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파시즘에 동조해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려 들어갔던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깨인 시민들이 파시즘의 부활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경제가 어려워지고 이민자들로 인한 사회불안이 가중되면서 극우 세력이 점점 득세하고 있다.서론_자유주의의 종말자유주의를 넘어선다는 것은 자유주의의 주된 약속들 — 특히 서구의 가장 뿌리 깊은 갈망인 정치적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 — 중 일부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릇된 인간학의 이미지대로 세계를 재형성하려던 자유주의의 잘못된 이데올로기적 전환 시도를 거부하는 것이다.세계 최초의 이데올로기이자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이데올로기를 거부한다고 해서 자유주의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게 뻔한 새로운 이데올로기로 대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혁명적 질서를 뒤집으려는 또 다른 정치혁명은 무질서와 비탄만을 가져올 것이다. 더 나은 길은 지역에 기초하는 더 작은 형태의 저항에 있다. 이론보다는 실천에, 자유주의의 반문화에 맞서 회복력 있는 새로운 문화를 건설하는 활동에 더 나은 길이 있을 것이다.
1장 지속 불가능한 자유주의물질적·경제적 영역에서 자유주의는 자연을 정복하기 위해 오래된 자원의 저수지를 고갈시켜왔다. 오늘날 지도자들의 정치 프로그램은 그게 무엇이든 명백히 자원을 요구한다. 자유주의가 기능하려면 이용하고 소비할 수 있는 물질적 재화를 끊임없이 늘려야만 하고, 따라서 자연 정복과 지배를 끊임없이 확대해야만 한다. 제한과 자제력을 요청하는 사람은 정치 지도자 자리를 넘볼 수 없다.요컨대 자유주의는 오래된 행동 규범을 새로운 형태의 해방이라는 명목으로 철폐할 수 있고, 자연을 정복해 거의 무한한 선택에 필요한 연료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거대한 도박이었다. 이 노력이 낳은 한 쌍의 결과 — 도덕적 자제력의 고갈과 물질적 자원의 고갈 — 를 마주한 우리는 자유주의 다음에 무엇이 올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2장 개인주의와 국가주의 통합하기개인주의와 국가주의는 나란히 전진하고, 언제나 서로를 지탱한다. 그리고 자율적 개인의 삭막함과 국가 안에서 추상화되는 구성원, 둘 모두와 대비되는 생생하고 필수적인 관계를 항상 훼손시킨다. 우파와 좌파는 서로 시각이 다르고 상이한 수단을 사용하고 상이한 의제를 주장하긴 하지만, 서로 구별되면서도 연관되는 방식으로 국가주의와 개인주의를 함께 확대한다. 깊은 수준의 이런 협력은 유럽이나 미국 등 현대 자유주의 국가들이 더 국가주의적인 동시에 더 개인주의적인 성격으로 변해온 이유를 설명해준다. 즉 권한과 활동이 중앙정부에 점점 더 집중되는 동시에 사람들이 자발적 결사, 정당, 교회, 공동체, 심지어 가족 같은 중재 단체들에 점점 덜 의존하게 된 이유 말이다. 자유주의자들에게나 보수주의자들에게나 국가는 개인주의의 주된 동력이 되어가고, 개인주의는 국가의 권력과 권한을 확대하는 주된 원천이 되어가고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패트릭 J. 드닌
프린스턴대학 조교수와 조지타운대학 부교수를 거쳐 노터데임대학 정치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로 헌법및 정치 이론을 연구하고 있으며, 1995년 미국정치학회에서 정치 이론에 관한 최우수 박사논문에 주는 레오스트라우스상을 받았다. 고대 정치 사상, 미국의 정치 사상, 그리고 정치와 종교, 문화 간의 관계에 관심을 두고 집필 및 편집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저서로 『정치 이론의 오디세이The Odyssey of Political Theory』, 『민주적 신앙Democratic Faith』, 『미국 보존하기?Conserving America?』 등이 있고, 켄터키대학 출판부의 『위대한 미국 저자들에 대한 정치적 안내서Political Companions to Great American Authors』 시리즈와 펜실베이니아대학 출판부의 『급진적 보수주의Radical Conservatism』 시리즈 총괄 편집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