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너, 커서 뭐가 되고 싶은지 생각해 본 적 있냐?”
열일곱, 처음으로 맞닥뜨린 질문《드림 라운드》는 성실하게 복싱을 해 온 열일곱 살 김온해의 이야기이다. 온해는 복싱 체육관 관장인 아빠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훈련해 왔다. 일곱 살 때부터 매일 새벽 러닝을 해 왔고,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는 복싱장에서 새끼 코치 일을 도왔다. 꿈이나 장래 희망에 대해서 고민해 본 적도,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또래 친구들과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하자, 온해는 혼란에 빠진다. 함께 체육관에 다니던 친구들이 모두 공부를 해야 한다며 복싱을 관두는 것도 모자라 온해를 은근히 따돌리고, 학부모 모임에서는 온해가 아빠에게 학대당한다는 소문까지 돈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자문해 보지만 끝내 답을 찾을 수 없는 온해는 가출을 하고 마는데……. 그날 밤, 복싱에 한이 맺혀 밤새도록 섀도복싱을 하는 아저씨 유령을 만난다!
《드림 라운드》는 설재인 작가 특유의 유쾌한 문체로 꿈에 대해 막 고민하기 시작한 온해와 꿈을 이루지 못해 괴로워하는 유령의 만남과 성장을 그리고 있다. 청소년 독자들은 꿈 때문에 방황하고 헤매는 두 인물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자신의 꿈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또 마음껏 꿈꿀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정답 같은 삶의 궤도를 벗어나도
꿈의 라운드는 계속되니까온해는 ‘미원2동의 딸’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평판이 좋았지만, 자살을 시도한 목사(아저씨 유령)와 묘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저질 소문’의 주인공이 된다.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 ‘대학 안 가고 공부 안 하는’ 온해를 비난한다.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요. 학생이면 학생답게 공부를 시켜야지, 머리가 텅텅 비었으니 그런 짓을 저지른 거 아니겠어요?”
“그런 애들 때문에 자꾸만 다른 애들도 현실감 없이 이상한 생각을 가지잖아.” (74쪽)
보편적인 삶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현실감이 없는 사람, 이상한 사람이 되는 세상에서, 비난받는 사람은 온해만이 아니다.
목사는 서른 살이 되어서 복서라는 꿈을 깨달았지만, 목사의 가족들에게 그 꿈은 악마의 작당일 뿐이고, 평범한 사람들이 보아도 ‘목사’와 ‘복싱’은 물과 기름처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온해의 친구 윤아는 뮤지컬 배우라는 꿈이 있지만, 윤아의 부모에게 그 꿈은 철없고 터무니없는 반항일 뿐이다. 이미 늦었고, 실패할 확률이 너무 높다.
이런 환경 속에서 꿈을 찾고 이룬다는 것은 그 자체로 너무나도 어려운 일인데, 여기에 눈알 천사가 인간을 파멸시키겠다며 방해 공작까지 펼친다. 온해, 목사, 윤아는 저마다 역경과 좌절을 겪고, 순간순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삶은 한 번 지면 끝나는 경기가 아니기 때문에, 지고 난 다음에도 다음 라운드는 계속되기 때문에, 이들은 언제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목사님, 목사님 꿈만 대단한 것 같아요? 저에겐 열정이 없을까요? 제가 겨우 그따위 방해로 그만둘 것 같아요? 그만둔다고 쳐요. 언젠가는 다시 생각날걸요? 결국 목사님처럼 쭈글쭈글해져서 돌아올걸요? 그런데 그렇게 돌아와서는 슬퍼할까요? 아니지, 목사님처럼 겁나 열심히 훈련할걸요?” (143쪽)
자신의 삶과 꿈을 스스로 결정할 용기 《드림 라운드》는 진정한 꿈을 찾고 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훌륭한 삶의 모습을 정해 놓고, ‘장래 희망’이라는 단어를 십 대에게만 물으며, 십 대에 꾼 꿈을 빨리 이룰 것을 요구하는 우리 사회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설재인 작가는 스물네 살에 복싱을 시작하고 외고 수학 교사를 그만둔 뒤, 서른 살부터 전업 작가의 삶을 살고 있다. 빙빙 돌아 도착한 곳에서 건네는 응원과 공감의 메시지는 사회적 시선과 부모의 뜻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청소년에게 어떤 삶을 살고 어떤 꿈을 꾸고 싶은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 용기를 줄 것이다.

눈을 의심했다.
링 위에서 무언가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쉭, 쉬익, 쉬이익. 얼핏 들으면 뱀이 입맛이라도 다시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온해에게는 익숙한 소리였다. ‘쉭, 쉬익,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여.’ 그 오래된 유행어처럼 미원복싱의 회원들 중 섀도복싱을 할 때마다 정말로 그런 소리를 내는 이들이 꽤 있었으니까. 다만 지금 링 위에서 몸을 움직이고 있는 이는 회원이 아니었다.
“뭐 하세요, 아저씨?”
목사였다. 언제 여기로 몰래 들어온 건지는 몰라도, 예의 그 굽은 목을 한 채 혀를 빼물곤 무아지경의 상태로 쉭쉭거리는 중이었다. 온해는 팔짱을 끼고서 목사의 몸놀림을 응시했다.
“스승님은 원래부터 꿈이 복서였어요?”
온해는 뜨악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원래부터 꿈? 그런 게 어딨어요? 그냥 아빠랑 계속 운동하다 보니까 이 길로 오게 된 거지. 목사님이 목사 된 것처럼 자연스럽게요.”
“그래도 좋아하고 잘 맞는 거 아니에요? 전국 대회에서 은메달도 몇 번을 땄을 정도면.”
“에? 아아……. 뭐, 그래도 아직 우승은 못 했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매일 그렇게 훈련을 해요? 새벽에 로드워크 뛰고 오후에 아빠랑 세 시간 운동하고. 일요일밖에 안 쉬면서 그렇게.”
“습관이니까요, 그냥. 워낙 어렸을 때부터 해서 이젠 별로 힘들지도 않아요.”
작가 소개
지은이 : 설재인
청소년기에 시외버스를 아주 많이 탔던 사람, 내일 인류가 멸종해도 오늘 강아지 산책을 세 번 시킬 사람.2019년 소설집 《내가 만든 여자들》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내가 만든 여자들》, 《사뭇 강펀치》, 《월영시장》, 장편소설 《세 모양의 마음》, 《붉은 마스크》, 《너와 막걸리를 마신다면》, 《우리의 질량》, 《강한 견해》, 《내가 너에게 가면》, 《딜리트》, 《범람주의보》, 《캠프파이어》, 《소녀들은 참지 않아》, 《별빛 창창》, 《그 변기의 역학》,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찾아서》, 《정성다함 생기부 수정단》, 《우연이 아니었다》, 《뱅상 식탁》, 《열일곱의 사계》, 《드림 라운드》, 경장편소설 《레드불 스파》, 에세이 《어퍼컷 좀 날려도 되겠습니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