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아르골리스 왕 에우리스테우스에게 쫓겨 방랑하는 헤라클레스의 자녀들과 그들을 보호하려는 이올라오스의 이야기다. 아테네는 이들을 받아들이고, 마카리아는 신탁에 따라 자발적으로 희생되어 전쟁에서 승리를 이끈다. 신화와 정치가 교차하는 비극이다.
출판사 리뷰
기원전 430년 무렵 상연된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헤라클레스의 자녀들〉은 신화 속 인물들의 이야기와 당대 아테네의 정치적 이상이 교차하는 작품이다. 무대는 아테네 국경. 헤라클레스의 죽음 이후, 그의 자녀들은 아르골리스의 왕 에우리스테우스에게 쫓겨 방랑한다. 에우리스테우스는 과거 헤라클레스에게 12가지 노역을 부과했던 인물로, 헤라클레스가 죽은 후에도 그 증오를 자녀들에게까지 이어 간다.
헤라클레스의 충직한 전우이자 조카인 이올라오스는 늙고 쇠약한 몸을 이끌고 아이들을 보호하며 아테네로 향한다. 아테네 왕 데모폰은 그들을 받아들이고 보호를 약속한다. 그러나 에우리스테우스는 군대를 이끌고 아테네를 침공하며, 갈등은 정점으로 치닫는다. 신탁은 적을 무찌르기 위해 귀족 가문의 처녀를 제물로 바치라 말하고, 이에 헤라클레스의 딸 마카리아가 스스로 희생을 자처한다. 이 희생을 통해 아테네는 승리를 거머쥐게 된다.
헤라클레스는 작품에 직접 등장하지 않지만, 끊임없이 언급되며 그 신화적 배경이 이야기의 기둥을 이룬다. 제우스와 인간 알크메네 사이에서 태어난 헤라클레스는 광기에 사로잡혀 가족을 살해한 후, 죗값을 치르기 위해 에우리스테우스의 하인이 되어 12년간의 고된 노역을 수행했다. 그 과정을 함께한 이올라오스는 이 비극의 실질적 주인공이다.
막강한 힘을 앞세워 아테네에 헤라클레스의 자녀들을 요구했던 에우리스테우스는 결국 전투에서 패배해 포로로 잡힌다. 하지만 아테네의 법과 정의는 그에 대한 처벌을 유보하려 한다. 그러나 헤라클레스의 어머니 알크메네는 끝내 그를 용서하지 못하고 죽인다. 죽기 전, 에우리스테우스는 자신을 아테나 신전 앞에 묻어 달라고 부탁하며 훗날 아테네를 보호하리라는 예언을 남긴다.
〈헤라클레스의 자녀들〉은 피압박자와 난민, 정의로운 공동체와 포용의 윤리를 다루는 정치 드라마다. 에우리피데스는 추방당한 자들의 고통, 자발적 희생의 숭고함, 전쟁과 복수의 딜레마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특히 아테네가 보여주는 도덕적 우위와 자비는 당대의 자부심을 반영하며, 극의 마지막에 이르러 관객은 "누가 진정한 영웅인가"라는 질문을 되새기게 된다.
티린스, 미케네, 아르고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신화적 서사는 헤라클레스의 복잡한 출생과 운명, 이올라오스의 헌신, 마카리아의 고결한 희생, 에우리스테우스의 집요한 악의와 비극적 최후까지, 한 인물의 영웅적 그림자 아래 얽힌 인물들의 다층적 내면을 담아낸다. 에우리피데스는 이를 통해 신화의 껍질을 벗겨 낸 인간의 운명과 책임, 공동체의 윤리를 성찰하게 한다.
신께서 허락하지 않으면
어떤 인간도 늘 축복받지도
늘 저주받지도 않으며,
어떤 집도 번영의 토대 위에만
서 있는 것은 아니라네!
우리 인간은 항상
이 운명에서 저 운명으로 쫓긴다네!
운명은 사람을 높은 자리에서
끌어내려 낮게 만들고, 마침내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만드네!
그게 아니면 운명은, 거지를
축복받은 인간으로 만들기도 해!
인간에겐 자신의 운명을 피할
방법이 없어. 아무리 현명해도
운명의 흐름을 막을 수 없으며,
아무리 간절히 노력해도 헛수고일 뿐!
<코로스의 합창> 중
작가 소개
지은이 : 에우리피데스
아이스킬로스(Aeschylos), 소포클레스(Sophocles)와 더불어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기원전 534년에 그리스에서 최초로 비극이 상연된 후, 기원전 5세기에 이르러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를 통해 그리스 연극은 전성기를 맞는다. 기원전 3세기까지의 그리스 고대극의 전통은 로마를 거쳐 유럽 전체에 퍼지며 서구 연극의 원류가 되었다. 에우리피데스는 이 과정에서 서구 연극 발전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극작가다. 생애에 관해서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고, 다만 부유한 지주 계급 출신이라는 점과 좋은 가문에서 상당한 교육을 받고 자랐다는 점 정도만 전해진다. 기원전 455년에 데뷔한 이후 92편에 이르는 작품을 집필했지만,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은 18편뿐이다. 기원전 408년경 아테네를 떠나 마케도니아에 머물렀고 2년 뒤에 사망했는데,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와 <바카이>는 이때 집필된 작품이다.
목차
나오는 사람들
서막
제1삽화
제2삽화
제3삽화
제4삽화
종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