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오가와 미메이의 동화는 한자로 ‘미명(未明)’이라고 읽을 수 있는 그의 필명처럼 이야기에 어슴푸레한 새벽녘과 같은 애잔함이 서려 있다. 주인공이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는 해피엔딩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고 오히려 읽고 나면 헛헛함과 쓸쓸함이 차오르는 가슴 아픈 결말이 더 많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부정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 삶도 행복도 유한하기에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것임을 그의 동화를 읽으며 깨닫게 된다. 이 책에는 오가와 미메이의 동화 세 편이 담겨 있다. 첫 번째 이야기 “금빛 굴렁쇠”는 오랫동안 병으로 이부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던 소년 다로와 굴렁쇠를 굴리며 힘차게 뛰어가는 정체 모를 어느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다. 두 번째 이야기 “어느 공의 일생”은 항상 아이들에게 시달리던 축구공의 입장에서 전개되는 독특한 설정이 독자를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세 번째 이야기“빨간 초와 인어”는 인간의 삶을 동경하던 인어 여인이 아이를 인간에게 맡기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인간의 사랑과 욕심에 운명이 바뀔 수밖에 없는 착하고 가련한 인어 소녀의 이야기가 신비로움과 슬픔 그리고 깊은 감동을 준다.

어떤 슬픔은 기쁨이 아닌 다른 슬픔으로 상쇄되기도 합니다. 느닷없는 슬픔과 무기력함에 침잠해 있던 시기에 우연히 오가와 미메이의 동화를 만났습니다. 한자로 ‘미명(未明)’이라고 읽을 수 있는 필명처럼, 그의 이야기에는 어슴푸레한 새벽녘과 같은 애잔함이 서려 있습니다.
저편을 바라보자, 길 위에서 한 명의 소년이 굴렁쇠를 굴리며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그 굴렁쇠는 금빛으로 반짝였습니다. 다로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여태껏 이토록 아름답게 빛나는 굴렁쇠를 한 번도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오가와 미메이
본명은 오가와 겐사쿠. 1882년 니가타현에서 태어났다. 1910년에 출간한 첫 동화집 『빨간 배』를 시작으로 1961년 79살에 숨을 거둘 때까지 1,200여 편의 동화를 발표해 일본의 안데르센이자 근대 아동문학의 아버지라 불린다. 지금의 와세다대학교인 도쿄전문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을 공부했으며, 졸업 후 와세다문학사에서 잡지 『소년 문고』 편집자로 일하며 소설과 동화를 집필했다. 1925년 아동문학을 연구하는 와세다동화모임을 설립했고, 이듬해 동화에만 전념하기로 선언했다. 1946년 설립한 일본아동문학자협회의 초대 회장을 지냈다. 1951년 일본 아동문학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일본예술원상을 받고, 2년 뒤 일본예술원 회원이 되었다. 인생의 허무와 비극을 숨기지 않는 그의 이야기는 한때 동화답지 않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을 수 있는 작품으로 다시금 주목받았다. 오가와 미메이가 세상을 떠난 지 30주년이 되던 1991년, 아동 문학을 향한 그의 애정을 기리는 오가와 미메이 문학상이 만들어져, 지금도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동화 작가를 매해 발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