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시리즈 35권. 스코틀랜드 예술원 올해의 도서상 수상작. 뜻하지 않게 ‘길 위의 아이들’로 전락한 아프리카 소년, 마모와 다니의 이야기를 담은 청소년 소설이다. 부모를 잃거나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차디찬 길바닥으로 내몰렸지만 서로 의지하며 씩씩하게 살아나가는 아프리카 아이들의 이야기를 따듯하게 그려냈다.
아디스아바바의 빈민촌에서 학교도 못 가고 어렵게 살아가던 마모는 엄마가 죽은 후 누나 티기스트와도 헤어지게 된다. 외삼촌을 자처한 유괴범에 속아 먼 시골의 농가에 팔렸기 때문이다. 소들을 돌보며 노예처럼 살아가던 어느 날 간신히 도망쳐 아디스아바바로 돌아오지만, 마모는 누나를 만나지 못하고 거리를 떠돈다.
한편, 부잣집 아들인 다니는 공부도 운동도 못한다는 이유로 아빠의 구박을 받으며 산다. 유일한 버팀목인 엄마가 심장병 수술을 받으러 영국으로 떠난 아침, 다니는 가출을 한다. 그리고 그날 밤 숨을 곳을 찾아 헤매던 중 공동묘지에서 마모와 만난다.
먹고살 길이 막막했던 마모는 동네 친구의 도움으로 다니를 데리고 갱단에 들어간다. 그 갱단은 돌봐줄 가족이 없어 길거리에서 사는 거지 아이들의 집단으로, 대장인 밀리언이 정한 규칙에 따라 살고 있다. 규칙의 내용은 절대 도둑질과 싸움질을 하지 않는다, 구걸을 해서 얻은 돈은 함께 나눠 쓴다, 대장에게 복종한다.
부잣집 아들인 다니에게 쓰레기통을 뒤지고 다니는 거지 생활은 너무도 낯설고 힘들다. 마모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며 서서히 사춘기의 그늘을 통과해나가는데….
출판사 리뷰
길 위에서 사는 아프리카 밑바닥 아이들의
가슴 아픈 집 찾기 여행
스코틀랜드 예술원 올해의 도서상 수상작, 카네기 메달 후보
뜻하지 않게 ‘길 위의 아이들’(street children)로 전락한 아프리카 소년, 마모와 다니의 이야기. 부모를 잃거나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차디찬 길바닥으로 내몰렸지만 서로 의지하며 씩씩하게 살아나가는 아프리카 아이들의 이야기를 따듯하게 그려냈다. 제3세계 어린이들의 기아, 빈곤, 인권 문제를 천착해온 엘리자베스 레어드의 대표작으로, 영미권은 물론 일본 등에서도 청소년 권장도서로 널리 읽히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아디스아바바의 빈민촌에서 학교도 못 가고 어렵게 살아가던 마모는 엄마가 죽은 후 누나 티기스트와도 헤어지게 된다. 외삼촌을 자처한 유괴범에 속아 먼 시골의 농가에 팔렸기 때문이다. 소들을 돌보며 노예처럼 살아가던 어느 날 간신히 도망쳐 아디스아바바로 돌아오지만, 마모는 누나를 만나지 못하고 거리를 떠돈다.
한편, 부잣집 아들인 다니는 공부도 운동도 못한다는 이유로 아빠의 구박을 받으며 산다. 유일한 버팀목인 엄마가 심장병 수술을 받으러 영국으로 떠난 아침, 다니는 가출을 한다. 그리고 그날 밤 숨을 곳을 찾아 헤매던 중 공동묘지에서 마모와 만난다.
먹고살 길이 막막했던 마모는 동네 친구의 도움으로 다니를 데리고 갱단에 들어간다. 그 갱단은 돌봐줄 가족이 없어 길거리에서 사는 거지 아이들의 집단으로, 대장인 밀리언이 정한 규칙에 따라 살고 있다. 규칙의 내용은 절대 도둑질과 싸움질을 하지 않는다, 구걸을 해서 얻은 돈은 함께 나눠 쓴다, 대장에게 복종한다.
부잣집 아들인 다니에게 쓰레기통을 뒤지고 다니는 거지 생활은 너무도 낯설고 힘들다. 마모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며 서서히 사춘기의 그늘을 통과해나가는데…….
아프리카 아이들이 처한 가혹한 현실을 고발하고 동정심을 호소하는 작품은 많다. 어디 책뿐인가. 각종 구호 프로그램 및 모금 방송을 보면 삐쩍 마르고 병들어 간신히 숨만 쉴 뿐인 아이들이 단골처럼 등장한다. 우리의 관심과 지원 없이는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말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아프리카 하면 흔히 떠오르는 진부한 스토리텔링의 틀을 벗어났다는 점이다. 작가는 빈민굴 소년과 부잣집 소년의 삶을 교차시킴으로써 현실 고발보다는 소년들의 성장기에 방점을 찍는다. 구걸해 얻은 돈 몇 푼과 음식 쓰레기로 간신히 연명하는 가혹한 환경 속에서도 삶의 의지는 계속된다. 밀리언 갱의 아이들은 자신들이 정한 공동체 규칙을 충실히 따르며 더 나은 삶을 위해 한발 한발 나아간다. 비록 소설 속에서는 그들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지 못하지만, 그들도 언젠가는 직업을 얻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을 낳아 키우게 될 것이다. 소소하고 미약하나마 인생은 그렇게 전진하는 것이다.
따듯한 곳에서 재워주고 맛있는 걸 먹여주는 부모님이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의 마음이 들게 하는 책이다.
“이래봬도 힘은 세다네. 보게나! 이제 갓 열네 살이야.”
메르가가 여전히 잡고 있는 마모 팔을 들어 보이자 농부가 이리저리 훑어봤다.
“음, 일은 해본 적 있냐?”
농부는 얼굴을 찌푸렸지만 몰인정해 보이지는 않았다.
“아, 안 해본 게 없는 놈이야. 심부름이며, 경비 일이며, 가축시장에선 조수도…….”
마모가 입을 떼기도 전에 메르가가 먼저 나서서 말했다.
“아니에요, 전…….”
마모가 반박하려 하자, 메르가의 손가락이 마모 팔을 세게 비틀었다. 마모 입이 저절로 닫혔다.
“그려. 그럼 됐지 뭐.”
농부는 헐렁한 샴마 속으로 손을 넣더니 얇은 돈뭉치를 꺼내 메르가에게 건넸다.
마모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메르가는 지금 나를 팔고 있는 거다! 나를 유괴한 저 인신매매범이 지금 나를 팔아 돈을 벌려 하고 있다! 마모는 충격으로 아무 반응도 할 수 없었다.
곧 파울로스가 응접실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다니는 간신히 몸을 돌려 파울로스를 바라봤다. 파울로스는 올라오는 분노를 누르며 다니를 다그쳤다.
“교장선생님이 너에 대해 뭐라고 썼는지 알아?”
“아뇨, 아빠.” 다니는 쥐죽은 듯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학교생활이 죄다 꽝이야. 시험도 꽝, 수업 참여도 꽝. 게다가 신체 불량에 운동 부족까지. 도대체 할 줄 아는 게 뭐냐?”
다니는 그저 고개를 숙인 채 바닥에 깔린 갈색 양탄자만 내려다볼 따름이었다.
“할 말 없어?”
파울로스는 응접실을 가로질러 온몸을 떨고 있는 아들 옆에 섰다.
“저도 나름대로 노력은…….”
“너, 내 말을 알아듣기나 한 거냐?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이해나 하고 나불대는 거야?”
“네, 아빠.”
“넌 생각하겠지. 이 아빠가 출세해서 그럴듯하게 사니까, 넌 평생 아빠 등쳐먹고 살면 된다고 말이야.”
“솔직히, 그건 아니…….”
파울로스는 손이 올라가려는 걸 간신히 참고 있었다. 그래서 다니는 아빠 심기를 자극하지 않도록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이번 기말고사에서 무조건 점수를 올려야 한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안 그러면…….”
다니는 간신히 침을 삼키며 눈을 질끈 감았다.
농부는 마모를 땅에 때려눕혔다.
“이 새끼! 쓰레기 같은 새끼! 오늘 내가 아주 죽여버릴 거구먼!”
농부는 미친 듯이 소리 지르며 막대기를 휘둘러댔다. 팔과 다리는 물론이고 등, 머리, 얼굴을 인정사정없이 마구 강타했다. 순간, 막대기가 총소리처럼 큰 소리로 쩍하고 갈라졌다. 그 소리가 농부를 더욱 자극했다. 농부는 두 동강이 난 막대기를 집어던지더니 마모 어깨를 움켜쥐고 시냇물로 끌고 가서 물속에 머리를 처박았다.
나를 물에 빠뜨려 죽이려는구나. 신이시여, 도와주세요! 제발, 저를 죽게 그냥 내버려두지 마세요! 마모는 기도하며 죽을힘을 다해 숨을 참았다.
물을 계속 내뿜다가 포기하고 폐 속으로 물이 들어와 숨이 넘어가려는 찰나, 머리가 물 밖으로 해방되었다. 마모는 숨을 캑캑거리며 질질 끌려가 둑에 내팽개쳐졌다. 숨을 헐떡이자 온몸이 욱신거리며 아팠고 정신이 몽롱해졌다. 주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한참 후, 마모는 고개를 들었다. 어깨가 고통으로 움찔거렸다.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도 없었다. 혼자였다.
끔찍할 정도로 비참했다.
난 살 수 없어.
작가 소개
저자 : 엘리자베스 레어드
1943년 뉴질랜드에서 태어나 영국 런던에서 자랐으며, 브리스틀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공부했다. 열여덟 살 때 말레이시아로 건너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모험가의 삶을 살기로 결심했고, 에티오피아에 이어 인도를 여행하던 중 미래의 남편인 데이비드 맥도월을 만났다. 영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이라크, 레바논, 팔레스타인 등을 여행하면서 모험가의 삶을 이어나갔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제3세계 어린이들의 기아, 빈곤, 인권 유린 문제를 다룬 작품들을 많이 썼다. 『쓰레기왕』, 『제이크의 탑』, 『비밀 친구』로 세 차례나 카네기 메달 후보에 올랐으며 스마티스 도서상, 스코틀랜드 예술원 올해의 도서상 등을 받았다. 작가의 에티오피아 사랑은 각별하다. 작가는 1967년 처음으로 에티오피아에 갔다. 마지막 황제인 하일레 셀라시에가 통치하고, 내전과 기근으로 힘겨운 시대는 아직 오지 않은 시절이었다. 작가는 수도인 아디스아바바에서 2년 동안 영어 교사로 일했는데, 틈만 나면 대형 트럭, 버스, 말 또는 도보로 에티오피아 전역을 여행하며 수많은 사람들과 친구가 되었다. 작가가 영국으로 돌아간 이후,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30년 동안이나 지긋지긋한 내전과 대기근으로 고통의 세월을 보냈다. 마침내 에티오피아에 평화가 찾아왔을 때 작가는 다시 에티오피아를 찾았다. 옛 친구들을 찾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에티오피아를 떠난 친구도 있었고 세상을 떠난 친구도 있었다. 간신히 몇 명을 찾았는데, 그중에는 한때 길에서 작가에게 구걸을 했지만 지금은 성공한 두 남자도 있었다. 그후로도 작가는 에티오피아를 자주 찾아 곳곳을 여행했고 더 많은 친구들을 갖게 되었다. 그중에는 아디스아바바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길 위의 아이들’도 있었다. 아이들은 작가에게 자기들의 삶을 이야기해주고 자기들이 사는 곳을 보여주었다. 이 아이들의 이야기가 『쓰레기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