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뉴욕 아트 마켓을 주름 잡는 한국인 아트 딜러“화가가 되겠다는 꿈은 접었으나, 그때 또 다른 세상이 운명처럼 눈에 들어왔다. 전 세계 아티스트와 관련 문화를 아우르고 잇는, 바로 거대한 아트 마켓 미술 시장이 그것이었다. 그 중심에 뉴욕의 아트 마켓이 우뚝 서 있는 게 눈에 보였다. 세계 미술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게 미국이라는 사실도 그때 알았다.”
2022년 5월,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값 기록이 경신된다.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작품 <샷 세이지 블루 마릴린>이 그것이다. 보통 사람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금액이 오고 가는 아트 마켓의 세계. 세상의 중심인 그곳을 주름 잡는 한국인 아트 딜러가 있다. 화가가 되고 싶어 대학까지 진학했지만 역사의 격랑 속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고 취업과 결혼을 하는 동안 꿈은 멀어져갔다. 그런데 인생을 바꾼 두 번째 꿈이 된 아트 딜러의 길을 무급 인턴으로 시작하면서 꾸준히 걷다 보니 이제는 자타공인 아트 딜러로 확고히 자리 잡은 그가 바로 준 리(June Lee)다.
고국을 떠난 지 반세기가 넘은 지금, 미국에서 아트 딜러로 성장하고 자리매김할 때까지 겪었던 좌절과 시행착오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아트 딜러, 멀고도 아름다운 여정》을 썼다. 한 사람의 자전적인 기록인 동시에 아트 딜러라는 예술세계를 안내하는 도슨트의 역할을 한다. 나날이 커지는 한국 예술 시장을 보며, 저자의 경험이 후학들의 성장과 성공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특히 큐레이터를 꿈꾸거나 미술 시장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기를 권한다.
끝끝내 버리지 못한 예술에 대한 미련“나는 생각해온 것을 실행에 옮길 생각이었다. 하와이에서 LA로 이주를 결심하며 꼭 하고 싶었던 것이 미술관 탐방이었다. 대도시답게 LA의 문화는 세계적이었고 이름난 박물관과 미술관도 많았다. 하와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규모였다. 그것뿐일까? 미술전시회도 많았고 각종 예술문화행사가 이어지고 있었다.”
부유하고 행복했던 유년 시절은 4·19혁명의 격변 속에서 결국 온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 가는 것으로 귀결된다. 하와이에서 다시 본토인 LA로 이주하면서 일하고 공부하기 바쁜 저자였지만 예술에 대한 꿈은 버릴 수 없었다. 대학에 등록하고 먹고살기도 어려운 때도 미술관을 찾아가겠다는 상상을 하는 것은 예술에 대한 미련이 얼마가 큰지 보여주는 일례다.
결혼과 출산으로 점점 꿈에서 멀어져가고 있을 때 꽃집 경영으로 다시 자신만의 삶을 시작한 저자에게 인생의 방향을 뒤바꿀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예술에 대한 미련, 아니 열정이 다시 활짝 필 계기가 생긴 것이다.
크리스티 이브닝 경매장에서 주목 받다“우리는 망설임 없이 패들을 번쩍 치켜세웠다. 순간 경쟁자가 우리를 쳐다보았다. 한 번 더 응찰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눈빛이 분명했다. 순간, 속으로 우리가 이겼다는 느낌이 왔다. 프로는 자신이 정해놓은 선을 넘지 않아야 한다. 그 최후의 선, 즉 그 액수를 산출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료와 전문가들 견해를 듣고 결정했는가? 평소 잘 알고 있는 저 경쟁자도 그랬을 것이다. 눈빛이 흔들린다는 건 졌다는 표시다.”
저자는 몇 달 동안 쫓아온 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그림 <언타이틀드(Untitled)>를 목표로 크리스티 이브닝 경매장에 들어갔다. 숨 막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치열한 경매 끝에 작품을 낙찰받자 관중들은 터질 듯한 박수를 쳤다. 업계 최고의 갤러리스트와 아트 딜러들이 모인 자리에서 당당한 승리자가 되는 모습을 보여준 순간이다.
MM 갤러리에서 무급인턴으로 시작한 아트 딜러로서의 삶이 이제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는 증거는 이 외에도 많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인생의 교훈을 하나 알려준다. 경매의 결과는 성공도 있지만 실패도 있다. 사람들은 실패에서 더 많은 걸 배운다. 다음번에는 좀 더 좋은 기회가 올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까지도 말이다.
그림을 산다는 것“그림을 사는 건 쉬운 것 같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다. 돈이 허공으로 날아가 버릴 수도 있으니까 그 당시 누군가가 충고해주었다. 작품을 사기 전, 아트 컨설턴트에게 조언을 받으라고. 아트(Art)와 컨설팅(Consulting)의 합성어로 만들어진 아트 컨설턴트, 그들에게 조언을 받으며 신중하게 컬렉션을 하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때 내게는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갤러리 인턴을 거치며 누구보다 현장공부를 열심히 했고, 쉬지 않고 아트스쿨을 다니며 지겹도록 이론 공부도 한 상황이었으니까.”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난 2022년에는 미술 시장이 최고 수준까지 이르렀다. 그렇다면 앞으로 세계 아트 마켓의 흐름은 어떠하며, 무엇이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 세계를 선도하는 미국 아트 마켓은 컨템포러리 아트를 꼽았다. 시장을 움직이는 건 결국 사람이고 미술 시장을 키우는 건 컬렉터들이다. 2023년 프리즈 서울로 한국이 세계미술계에 각인됐다는 점에 있어 한국 시장도 주목도가 올라가고 있다.
그런데 그림을 산다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아트 컨설던트나 아트 딜러가 필요하다. 심미적인 만족뿐만 아니라 투자적인 가치까지 챙기려면 이제는 아트 마켓에 대해 공부해야 하고 당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아트 컨설던트나 아트 딜러의 존재로 알아야만 한다. 《아트 딜러, 멀고도 아름다운 여정》는 미국에서 성공한 한국인 아트 딜러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예술품과 아트 마켓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유용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그림을 산다는 매력에 한번 빠져보자.

“준, 당신의 열정이 마음에 듭니다. 당신 조건대로 일을 진행합시다.”
듣고 있는데도 개고시안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 큰 금액의 외상 거래가 이렇게 쉽다니…. 거절을 하더라도 몇 번이고 더 찾아올 생각도 있었는데 이렇게 쉽게 결정이 났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개고시안의 OK 사인에 나는 심장이 마구 뛰었다.
“고맙습니다, 래리. 정말 감사합니다.”
개고시안은 나에게 다시 악수를 청하며 미소를 지었다.
“당신과 일을 함께하게 되어 기쁩니다, 준, 나는 언젠가는 당신이 뉴욕 미술계에서 크게 성공할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악수로 배웅하는 그의 두꺼운 손을 놓고 사무실을 나설 때 개고시안이 다시 말했다.
“우리 개고시안 클럽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어머니를 따라 사랑방에서 마주 앉은 이정재는 정말 키가 180cm쯤 되어 보이는 거한이었다. 어머니와 이정재가 나누는 인사에서 둘이 아는 사이라는 걸 나는 알 수 있었다. 천하의 정치깡패 이정재는 얼굴에 미소를 가득 띠고 있었다. 그와 마주 앉은 어머니 역시 겁을 먹은 기색이 아니었다. 큰 소리 없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겁이 났으나 조용한 분위기가 계속되며 나는 긴장이 풀렸다. 어릴 적이라 깊은 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했으나 아버님에 대한 이야기는 분명했다. 지리할 만큼 시간이 흐르고 이정재는 호탕하게 웃으며 우리를 배웅했다. 이정재는 기분이 좋았는지 대문 앞까지 우리를 따라 나왔다. 어머니 얼굴도 만족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정재를 방문하고 나자 그 후로 우리 집으로 찾아오는 깡패는 없었다. 어머니가 무슨 조건으로 이정재를 설득했는지 나는 지금도 그 내용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