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문학동네 청소년 시리즈 19권. 신인작가 김재성의 첫 소설로, 은하고 축구부 삼인방이 승부 조작이라는 사건을 둘러싸고 제각기 고민하고 갈등하고 투쟁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꿈의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면서도 인간 내면에 잠재된 선함과 정의에 대한 믿음을 작품 전반에 품고 있다.
고교 챌린지 리그 마지막 경기의 하프타임. 은하고 축구부 코치 이영호가 1학년 골키퍼 안영배를 호출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실점을 지시하는 코치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대학이든 프로 팀이든 걱정하지 말라’는 마지막 말에 열일곱 소년 안영배는 자신이 지켜야 하는 골문을 상대팀에 허용했다.
사춘기 소년이 열망하는 것은 지역 신문의 기삿거리조차 되지 않는 황량한 고교 축구장을 떠나 더 너른 곳으로 뻗어나가는 것이지만, 그 열망이 마음속에서 채 영글기도 전에 그가 맞닥트린 것은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믿어 왔던 것들의 이면에 숨은 어른들의 추한 욕망뿐이다.
프로 진출에 대한 꿈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신념 사이에서 비틀거리는 건 골키퍼 안영배만이 아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코치들의 내기 경기의 말이 되어 온 미드필더 김경식, 승자만이 살아남는 세상에서 주목받는 스트라이커가 되기 위해 골 욕심을 내는 스트라이커 조용화도 마찬가지다.
김경식은 주목받지는 못해도 주어진 역할을 다하며, 조용화는 스타 스트라이커에 밀려 조용히 축구계를 떠났던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최고가 되기 위해 경기를 뛰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포지션에서 정정당당하게 플레이하는 것이 전부라고 믿었던 그들이었지만 그들의 신념은 어른들의 추한 욕망과 그릇된 판단으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는데….
출판사 리뷰
축구 경기 승부 조작의 이면을 보여 주면서 약육강식의 교묘한 구조와 진정한 정의가 무엇인지를 묻는 작품이다. 소설이라는 장르가 지닐 법한 문학적인 허세 없이 시종일관 인물과 상황을 객관화하려는 작가의 노력이 돋보인다. ―안도현(시인)
부당한 축구 코치의 명령을 끝내 받아들일 수 없어 자기 선수 인생을 걸고 어른들의 음모를 박살내 버리는 열여덟 소년의 모습은 가슴을 찡하게 했다. 짜임새 있는 구조, 능수능란하게 독자의 시선을 잡아끄는 능력을 보았을 때 머지않아 또 새로운 작가가 한 명 탄생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유영진(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위한 응원가『플레이 플레이, 은하고』
은하고 축구부 삼인방이 열여덟 인생 한복판에서 벌이는 한판 승부. 한때는 황선홍보다 더 멋진 공격수가 되겠다는 꿈을 꾸던 계약직 영어교사 김현수, 가슴에 축구 교육자의 길을 가겠다는 큰 꿈을 품었던 때도 있었지만 선수들에게 승부 조작을 지시하는 코치로 전락해 버린 이영호, 전교 1등을 놓쳐본 적 없는 엘리트로 대형 회계 법인의 회계사가 되었지만 돈 벌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도박에 모든 재능을 쏟아붓는 석지훈, 그리고 그들이 잃어버린 꿈을 간직한 은하고 축구부 삼인방. 이들은 승부 조작이라는 사건을 둘러싸고 제각기 고민하고 갈등하고 투쟁한다. 신인작가 김재성의 첫 소설 『플레이 플레이, 은하고』는 꿈의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면서도 인간 내면에 잠재된 선함과 정의에 대한 믿음을 작품 전반에 품고 있다.
그라운드의 열기와 선수들의 외침 속에 가려진 은밀한 속삭임
“후반에 두 골만 내줘. 넌 내 말만 잘 들으면 앞으로 대학이든 프로 팀이든 걱정 없어. 무슨 말인지 알지?”
고교 챌린지 리그 마지막 경기의 하프타임. 은하고 축구부 코치 이영호가 1학년 골키퍼 안영배를 호출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실점을 지시하는 코치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대학이든 프로 팀이든 걱정하지 말라’는 마지막 말에 열일곱 소년 안영배는 자신이 지켜야 하는 골문을 상대팀에 허용했다. 사춘기 소년이 열망하는 것은 지역 신문의 기삿거리조차 되지 않는 황량한 고교 축구장을 떠나 더 너른 곳으로 뻗어나가는 것이지만, 그 열망이 마음속에서 채 영글기도 전에 그가 맞닥트린 것은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믿어 왔던 것들의 이면에 숨은 어른들의 추한 욕망뿐이다.
실점하는 기분은 묘했다. 막기 위해 몸을 날리고 싶었지만 참고 버틴 순간, 도대체 내가 여기 이 골문 앞에 왜 서 있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코치가 다가와 안영배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잘했어. 내년에도 우승하자고, 안영배.” ―p.21
프로 진출에 대한 꿈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신념 사이에서 비틀거리는 건 골키퍼 안영배만이 아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코치들의 내기 경기의 말이 되어 온 미드필더 김경식, 승자만이 살아남는 세상에서 주목받는 스트라이커가 되기 위해 골 욕심을 내는 스트라이커 조용화도 마찬가지다. 김경식은 주목받지는 못해도 주어진 역할을 다하며, 조용화는 스타 스트라이커에 밀려 조용히 축구계를 떠났던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최고가 되기 위해 경기를 뛰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포지션에서 정정당당하게 플레이하는 것이 전부라고 믿었던 그들이었지만 그들의 신념은 어른들의 추한 욕망과 그릇된 판단으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경기장 안팎에 도사리고 있는 약육강식의 구조,
죄책감에 무뎌져 가는 기성세대와 죄책감을 뚫고 일어서는 아이들의 성장통
“너 그 골키퍼한테 얼마 줬냐? 작년 리그 마지막 경기, 나는 다 봤거든.” ―p.80
소설은 점점 깊숙하게 승부 조작 사건의 중심으로 파고들어간다. 그 이면에는 오랜 친구 사이인 은하고 코치 이영호와 유성고 코치 김민수가 있다. 그들은 두 학교의 왕중왕전 공동 진출을 위해 승부 조작을 벌였고, 그들이 주고받은 은밀한 눈빛은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석지훈의 눈에 포착되었다. 석지훈은 자신을 게임 회사의 대표라 속인 채 이영호에게 접근한다. 이영호는 고등학교 챌린지 리그를 게임으로 기획 중이라며 고교 리그의 분석 자료를 요구하는 석지훈을 의심하지만, 석지훈이 제시한 계약금에 자신이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된 듯한 기분에 젖어 그와의 만남을 이어 간다.
동상이몽 속에 이어가던 만남은 석지훈의 느닷없는 제안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석지훈이 이영호의 약점을 쥐고 그에게 직접적인 승부 조작을 요구한 것이다. 처음부터 석지훈에게 필요했던 것은 고교 리그 분석 자료 따위가 아니라 자신의 도박 사이트에 걸린 축구 경기의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동업자였다.
아끼던 선수가 로비에 밀려 원하던 대학에서 밀렸을 때, ‘스포츠 정신은 없고 오직 돈이 세상을 지배하는구나’ 좌절했던 이영호였다. 어차피 더러운 세상, 이왕 악마의 손아귀에서 놀아야 된다면 자신도 크게 한몫 챙겨야겠다고 이영호는 생각했다. 이영호는 김민수의 도움으로, 직접 경기에 베팅하고 베팅한 점수에 걸맞은 경기 결과를 만들어 돈도 따면서 석지훈의 뒤통수를 칠 계획을 세웠다. 연습 삼아 조작한 첫 경기에서 아이들은 예상보다 쉽게 그의 뜻대로 움직였고, 코치들은 고액의 배당금을 그러쥐었다. 돈이 주는 쾌락의 마법에 빠진 이영호와 김민수는 점점 죄책감에 무뎌져 간다.
이영호와 김민수가 룸살롱에서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비싼 양주를 마실 때 안영배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밤거리를 헤맸다. 실점할 때 느꼈던 자괴감이 온몸 구석구석을 떠나가질 않았다. 손끝이 조금씩 저렸다. ―p.25
한편, 어른들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사라진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깊은 고통과 불안감이 가득하다. 지시를 받고 그대로 실행해 버린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두려움 때문에 번번이 누군가와 그 고민을 공유할 기회마저 상실하고 사건에 대해 침묵한다. 그 침묵의 기저에는 부조리한 세상과 코치에 대한 원망 대신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 몸을 웅크리고 있다.
“아이들이 마음에 있는 말을 해 준다면 좋을 텐데. 그동안 표현하며 살기보다 묻으며 산 것은 아닐까.” ―p.128
소설은 독자의 시선을 틀어쥐고 경기장의 꽉 막힌 듯한 삶을 그려내다가도 어느 순간 유머와 따듯함을 지닌 아이들의 담임선생님 김현수로 시선을 돌린다. 그는 어딘가 어설픈 선생님이지만, 유일하게 아이들의 침묵에 성큼성큼 다가가 문을 두드리는 인물이기도 하다. 정작 김현수의 현실도 축구부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축구 선수가 되리라는 꿈은 공부를 강요하는 어머니에 의해 좌절됐다. 오 년을 임용고시에 올인했지만 세상은 그의 노력에 계약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나름 첫 직장에서 잘하려고 애쓰지만 그의 목소리는 학교가 세운 룰 안에서 잡음이 되어 버리기 일쑤다. 상처받은 축구부 아이들을 구원하는 영웅도, 사건을 해결하는 해결사도 아니지만 꿋꿋이 자신의 방식을 고수하며 아이들과 교류하기 위해 애쓰는 김현수의 모습은 나와 내 주변의 인물처럼 친근하다.
소설은 이영호에게 조종당하며 상처받는 아이들, 석지훈의 눈치를 보며 자기 잇속을 챙기려는 이영호, 그런 이영호를 손바닥 위에 놓고 내려다보는 석지훈, 그리고 김현수가 겪는 사회와 학교 내에서의 좌절을 면밀히 그려낸다. 작품의 표면에는 기성세대에 대한 저항이 드러나 있지만 어른이 되지도 아이를 벗어나지도 못한 김현수가 기성세대와 아이들의 중간에서 그들과 소통하고 성장해가는 모습, 그리고 아이들이 상처를 떨치고 불의에 맞서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주며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가만히 박혀 있는 별 같은 인생이라면, 빛나도 소용이 없다
작품의 클라이맥스는 이영호의 은하고와 김민수의 유성고가 만나는 챌린지 리그 12라운드이다. 언제나 등장인물의 가까이에서 이야기해 오던 작가는 결정적인 12라운드 경기만은 철저히 원경으로 묘사한다. 관중석에서 한껏 신이 난 아이들의 목소리를 빌려 경기 상황을 서술하기도 하고 이곳저곳에서 김현수의 유머러스한 면모를 어필한다. 경기장 가운데에는 경기 내내 부당한 요구와 양심 사이에서 사투를 벌이는 골키퍼 안영배, 미드필더 김경식, 스트라이커 조용화를 놓았다. 자신이 베팅한 스코어가 계획처럼 나와 줄지, 불안에 떠는 이영호와 눈에 빤히 보이는 이영호의 계략을 눈치채고 경기를 지켜보는 석지훈에게도 한구석에 자리를 내주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외려 태도를 바꿔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타인의 눈으로 사건을 전달함으로써 타인의 시선이 놓치는 아이들의 몸부림을 독자가 스스로 발견하도록 하는 것이다. 경기 종료 일 분을 앞둔 안영배가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골문 앞에서 내린 의외의 결정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과 여운을 전한다. 과연 세상은 끝까지 이영호의 편일까? 안영배가 버틴 팔십구 분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누구라도 진실하고 용감하게 자신의 신념을 지켜내기를 바라는 작가의 물음표가 『플레이 플레이, 은하고』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거짓말 속에서 열렬히 꿈틀거린다.
누구나 골키퍼의 숙명을 안고 산다고 생각한다. 절대 열어 주어선 안 되는 문이,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어린아이에게도, 학생에게도 그건 마찬가지다. 어떤 상황이든 그 문만은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게 이 사회의 분위기라면 좋겠다.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 소개
저자 : 김재성
1986년 대구 출생. 경북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몇 년 전에 이상한 뉴스를 봤다. 한 축구 경기에서 앞서 나가던 팀이 후반전 구 분을 남겨 두고 내리 다섯 골을 실점했다. 결국 그 사건은 승부 조작 사건이라 불렸고 가담한 선수들과 코치, 감독이 징계를 받았다. 그는 그 사건에 숨겨진 의미에 대해 곱씹으며 아이들이 절대 열어 주어선 안 되는 문을 지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긴 글을 썼다.『플레이 플레이, 은하고』는 이 세상에 대한 그의 믿음이자, 첫 번째 응답이다.
목차
제1부 보이지 않는 상대
제2부 이것이 이 땅의 룰
제3부 침묵하는 세상의 법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