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1940년대 식민지시대 말기에서부터 1951, 52년 한국전쟁 와중에 이르기까지 짧은 기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청소년소설이다. 경기도 화성과 서울, 부산을 배경으로 독립운동을 하던 아버지로 말미암아 식구들이 겪게 되는 어려움, 동생의 죽음, 조혼 풍습, 시집살이, 서울로의 출분과 부산으로의 피난, 그곳에서의 노동운동 등 짧지만 파란만장한 기록을 담고 있다.
6, 70년 전의 이야기이기에 이 소설은 어쩌면 우리 할머니들의 이야기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네 할머니들의 삶을 그저 수난의 희생양으로 그리지 않고, 가파르게 펼쳐지는 역사 속에서 당당히 자신의 삶을 창조해 가는 단단한 주체로 그려내고 있다.
출판사 리뷰
청소년소설은 반드시 가벼워야만 하는가?
문학과 역사의 관계를 밝혀 보이는 청소년소설
2000년대 동화의 융성으로 우리 어린이들은 풍성한 읽을거리 속에서 자랐다. 이 어린이들이 청소년이 되었을 즈음 그에 맞추어 새로운 청소년소설이 대거 출판되었다. 동화와 소설을 이어주는 다리 구실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 청소년소설은 여전히 문제점이 적지 않다. 인물의 도식적인 설정, 신기한 소재 개발에 치중하는 소재주의적 경향, 문체의 가벼움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여기 새로운 청소년소설 이창숙의 <무옥이>가 나왔다. 소설과 다를 바 없는 깊이를 가졌으나, 소설과 다른 청소년소설만의 특성 또한 잘 품어 안고 있는 작품이다. <무옥이>는 어린아이에서 청소년으로, 마침내 성인으로 한 인물이 성장해 가는 전형적인 성장소설로 볼 수 있다.
<무옥이>는 1940년대 식민지시대 말기에서부터 1951, 52년 한국전쟁 와중에 이르기까지 짧은 기간을 다루고 있다. 이때 주인공 ‘무옥이’는 열넷에서 스물에 이르는 청소년기다. 경기도 화성과 서울, 부산을 배경으로 독립운동을 하던 아버지로 말미암아 식구들이 겪게 되는 어려움, 동생의 죽음, 조혼 풍습, 시집살이, 서울로의 출분과 부산으로의 피난, 그곳에서의 노동운동 등 짧지만 파란만장한 기록을 담고 있다.
6, 70년 전의 이야기이기에 이 소설은 어쩌면 우리 할머니들의 이야기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네 할머니들의 삶을 그저 수난의 희생양으로 그리지 않고, 가파르게 펼쳐지는 역사 속에서 당당히 자신의 삶을 창조해 가는 단단한 주체로 그려내고 있다.
우리 청소년소설은 이제 쉼 없이 자신을 내어주는 <몽실언니>와 그 속에서도 자신을 지켜나가는 <무옥이> 모두를 거느리게 되었다. 우리 청소년들이 오늘의 문제뿐만 아니라 <무옥이>와 함께 역사 속에서 자신의 삶의 이정표를 한번 비춰 보기를 기대해 본다.
“할머님. 저 성두댁이에요.”
“응. 웬일이여? 오늘 책 보는 날도 아닌데. 어여 들어와.”
차마 말이 떨어지지 않아 손가락으로 방바닥만 문지르고 있는 무옥이를 보고 할머니는 다가와 손을 잡았다.
“무슨 일이 있어?”
“…….”
“허긴. 그걸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지. 쯧쯧.”
“…….”
“나두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저기 탤재 밭 알지? 그 밭에 학교를 지으면 어떻겠니? 정식 학교가 어려우면 응, 그 뭐냐 그냥 야학이래두. 내가 땅을 빌려 주마.”
“…….”
“교실 하나 짓구 책상 걸상 살 돈두 내가 낼 테다. 거기서 니가 글두 가르치구 책두 보구. 응? 응?”
평상시 말이 많지 않은 할머니가 갑자기 허둥지둥 말을 쏟아냈다.
“…….”
무옥이 눈에서 눈물이 방바닥으로 똑 떨어졌다. 무옥이는 얼른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그 손가락 위로 눈물이 자꾸 떨어져 내렸다.
“가지 마라.”
“…….”
“가지 말어. 그깐 눔…… 잊어버리구 살어. 그런 변변찮은 눔.”
무옥이는 말없이 일어나서 큰절을 했다.
“……저에게 해주신 모든 거…… 잊지, 않을게요.”
“얘야.”
기와집 할머니는 옷고름으로 눈가를 닦았다.
“고맙다. 무옥아. 나 한숨 잘래. ‘서시’ 한 번만 더 읽어 줘.”
“그래. 한숨 자.”
병원 창문 밖으로 단풍잎이 우수수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시를 다 읽고 고개를 들어 순자를 봤다. 순자의 고개가 왼쪽으로 뚝 떨어져 있었다. 꼭 감은 두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천천히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무옥이는 멍하니 순자를 바라보다 천천히 책을 내려놓고 순자에게 다가갔다.
“수, 순자야.”
무옥이는 순자의 야윈 몸을 껴안았다. 따뜻했다. 하지만 목은 힘없이 뒤로 꺾였다. 무옥이는 얼른 손을 순자 목 뒤로 돌려 감싸 안았다. 가슴 한쪽이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온몸이 저려왔다.
“수, 순자야. 순자야.”
작가 소개
저자 : 이창숙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지금은 북한산 아래에 자리를 잡고,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2009년 우리교육 어린이책 작가상 창작 부문 대상을 받았습니다. 『매』 『개고생』 등의 동화를 썼고, 『무옥이』 『조선의 수학자 홍정하』 등의 청소년소설을 썼습니다. 동시마중으로 등단하고 동시를 쓰고 있습니다.
목차
제1부 책 보는 아이
제2부 모닥불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