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푸른도서관 시리즈 56권. 암에 걸려 1년 4개월 동안 정해진 길에서 잠시 비껴나 있던 열일곱 살 소녀, 서현이 일상으로 돌아온 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너무나 마땅히 주어져 살아 있음에 대한 별다른 인식 없이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삶과 죽음이라는 화두에 대해 다시금 성찰해 볼 여백을 남긴다.
뇌종양에 걸렸던 나, 이서현은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으며 1년 4개월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학교에 복학한다. 가발을 쓰고 눈썹을 그린 뒤 설레는 마음으로 등교하지만 아는 얼굴 하나 없는 학교는 낯설게만 느껴진다. 자신이 겪은 고통과 생경한 상황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누구도 이해해 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서현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생채기를 내며 홀로 아파한다.
하지만 함께 투병 생활을 했던 진아 언니의 죽음과 비슷한 아픔을 가진 짝 선주의 배려를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도 각자의 삶이 있고, 그 삶 안에서 자신을 배려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 왔음을 점차 깨닫게 되는데….
출판사 리뷰
1년 4개월의 공백, 그리고 갑작스럽게 다가온 낯선 일상, 과연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
2013년 새해부터 한 유명인의 자살 소식이 전해졌다.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했지만 사실 충격의 강도는 전만 같지 않았다. 지난 몇 년 동안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들려오는 끔찍한 소식에 우리의 뇌는 이미 조금씩 무뎌져 있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국가 평균 자살률의 2배에 달하며, 세계적으로도 1,2위를 다툴 만큼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자살의 징후를 숙지하고 평소 주변을 잘 살펴보라는 당부가 연일 뉴스에 보도되는 모습을 보노라면 죽음이 삶을 압도하는 지경에 이른 것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그런데 여기에 정반대의 이야기가 있다. ‘힘들어서 죽고 싶다는 이야기보다 살아가려고 애쓰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다.’는 작가의 말처럼 도처에 깔린 죽음의 한가운데에서 삶이라는 가능성을 조용하지만 묵직한 목소리로 읊조리는 의미 있는 성장소설이 등장한 것이다.
『눈썹』은 암에 걸려 1년 4개월 동안 정해진 길에서 잠시 비껴나 있던 열일곱 살 소녀, 서현이 일상으로 돌아온 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생의 전반부가 빡빡한 계획표대로 돌아가는 우리네 청소년들에게 1년 4개월이라는 시간은 쉽게 메워지지 않는 공백이다. 서현은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를 마친 뒤 그토록 그리던 학교로 돌아오지만 마주한 현실은 병마와 싸우며 기대했던 것과 사뭇 다르다. 친구는커녕 아는 얼굴 하나 없고, 성적은 뒤쳐졌으며, 희미해진 눈썹 위로 그려 넣은 눈썹과 제자리를 벗어날까 노심초사하게 만드는 가발은 다른 아이들과의 간극을 벌일 뿐이다. 어쩌다 만난 단짝 친구들은 고등학교라는 새로운 세계에 몰두해 있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는 연민과 동정만이 가득하다.
암 투병이라는 힘든 시간을 이겨 내고 가까스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지만 이렇듯 일상은 꿈과 희망이 가득한 헤피엔딩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보다는 오히려 낙오되었다는 막막함과 뒤쳐질지 모른다는 조급함, 존재하지 않는 자신의 자리를 바라보는 절망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 작가는 여리고 감수성 예민한 시기의 아이들이 절망에 빠졌을 때, 혹은 무리에서 떨어졌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총체를 절제된 언어 속에서 따스하고 섬세하게 짚어낸다. 동시에 누구도 다른 이의 삶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함께 아파하고 있기에 살아볼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가만가만 속삭여 준다.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절망과 고통을 맞닥뜨리는 순간이 온다. 『눈썹』은 이처럼 삶의 악천후에 휘청거리는 아이들에게 소중한 진실 한 가지를 깨우쳐 준다. 그것은 바로 죽지 않고 살아야 한다는 것, 살아서 그 가능성을 놓지 않는다면 삶은 이내 새로운 장을 열어 준다는 것이다. 뿌리가 깊지 않아 더욱 크게 흔들리는 젊은 청춘들에게 삶이라는 토양으로 깊이 뿌리 내리는 법을 알려주는 특별한 성장기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삶과 죽음이라는 화두 앞에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우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평생 동안 암에 걸릴 확률은 자그마치 36%에 달한다. 3명 중 1명은 좋든 싫든 사는 동안 한번쯤 암을 경험하게 된다는 소리다. 그 때문인지 암에 걸렸다는 이야기나 투병기, 혹은 암으로 목숨을 잃게 된 소식은 주변에서 비교적 흔하게 접할 수 있다. 이야기는 대개 여기에서 끝이 난다. 우리는 자극적인 한 순간을 나눌 뿐이다. 하지만 암에 걸린 뒤 생존할 확률은 지속적으로 높아져 암에 걸린 사람 중 남자 55.4%, 여자 73.3%가 암 재발 위험 시기인 5년을 넘어서 삶을 지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렇게 암에 걸렸다가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 걸까?
뇌종양에 걸렸던 서현이는 암을 이겨냈지만 그와 동시에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한다. 항암치료로 희미해진 눈썹과 숱이 적은 짧은 머리카락은 한창 외모에 신경 쓸 나이의 서현에게 아픈 상처가 되고, 가슴 언저리에 불룩 튀어나온 케모포트(항암제 주입 및 수혈, 채혈을 위해 삽입된 관)는 마치 암환자라는 주홍글씨처럼 느껴진다. 건강한 주변의 친구들을 보며 ‘왜 나만 아팠어야 해? 다른 애들은 저렇게 건강한데!’ 하고 피해의식을 느끼기도 하고, ‘병에 걸린 건 죄도 아니고 남에게 해를 끼친 것도 아니다. 정말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돌아왔는데 왜 부끄러운지 모르겠다.’며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는 감정에 힘겨워하기도 한다. 이렇듯 암 환자들은 암이라는 힘든 산을 넘고도 일상이라는 또 다른 산을 넘어야만 한다.
태어난 이상 아프지 않을 수는 없다. 어쩌면 산다는 것 자체가 아픔의 마디를 넘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혼자 살아가지 않는다. 자신들의 일상을 뒤로 하고 함께해 줄 가족이 있고, 안부를 물어 줄 친구가 있으며, 비슷한 아픔을 지닌 채 배려하고 보듬어 줄 사람들이 있다. 『눈썹』의 서현이가 그랬듯이 고통에 겨워 주변을 잊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맑아진 눈으로 주위를 살펴보면 묵묵히 참고 기다려 준 사람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들의 응원으로 다시 일어서느냐, 상처에 함몰되어 주저앉느냐는 이제 자신의 선택에 달린 문제이다.
『눈썹』은 너무나 마땅히 주어져 살아 있음에 대한 별다른 인식 없이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삶과 죽음이라는 화두에 대해 다시금 성찰해 볼 여백을 남긴다. 동시에 가족과 친구 그리고 일상이라는 삶의 평범한 요소들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를 새삼 깨우쳐 준다. 한 번 더 쪄서 나오는 무균 병실의 음식처럼 짜지도 맵지도 않지만 자신의 자리와 일상과 주변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돌아보게 만드는 삶의 필수영양소가 가득 들어 차 있다.
왜 나만 아팠어야 해? 다른 애들은 저렇게 건강한데!
눈물이 핑 돌았다. 울지 않으려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억울했다. 내가 병에 걸린 게 저 아이들 탓이 아닌 걸 아는데도 뛰고 있는 아이들을 볼수록 화가 났다. 가슴속에서 뭔지 모를 경계심이 생겼다. 저 아이들과 나는…… 다르다.
치료가 끝났을 때 나는 내 자리로 돌아가면 희망찬 미래만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돌아갈 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내가 제자리를 찾으려고 하면 할수록 모든 것이 조금씩 어긋났다. 예전의 나로 돌아가고 싶은데 도대체 방법을 모르겠다. 오직 병을 이기는 것에만 매달렸더니 평범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날 간호할 때 우리 엄마는 내가 남긴 그 맛없는 밥을 끼니때마다 먹었다. 그런데도 그때 나는 엄마한테 음식 냄새가 싫다며 내 옆에서 편히 먹지도 못하게 했다. 서둘러 밥을 먹는 선주 모습에 자꾸 엄마 모습이 겹쳐졌다. 목이 메어 밥이 넘어가지 않았다.
작가 소개
저자 : 천주하
1977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아동복지학을 전공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다 뒤늦게 책 읽는 즐거움에 빠져 글공부를 시작했다. 『눈썹』은 암에 걸려 1년 4개월 동안 일상에서 비켜나 있던 열일곱 살 소녀가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섬세하고 따스하게 그려 낸 그의 첫 성장소설이다.
목차
1. 1년 4개월
2. 불쌍한 인간
3. 이방인
4. 과거에 머물다
5. 패배자
6. 나는 중학생, 너희는 고등학생
7. 평범하게 사는 법
8. 나는 살고 싶다
9. 공통점
10. 졸업 여행
11. 나를 찾아서
12. 눈썹과 선주
13. 그리고 1년
14. 졸업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