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열혈 수탉 분투기》의 작가 창신강의 유쾌한 도발!
감성 충만한 열혈 돼지,
인간의 탐욕을 정면으로 까발리다!
돈과 고기에 대한 욕망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의 횡포에 맞서
가족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돼지 형제의 활약상을 읽다 보면,
탐욕스러운 ‘우리’의 본 모습에 등골이 서늘해진다.
가볍고 명랑한 풍자로 풀어낸, 우리 시대의 무거운 고민 많은 학부모들이 뉴스 보기가 두렵다고 한다. 날이면 날마다 전하는 소식이 근심 걱정을 유발하는 내용뿐이기 때문이다.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강력 범죄는 더욱더 기승을 부린다.
이렇게 불안하고 힘든 시기에 청소년들에게 어떤 가치관을 가지라고 이야기해야 할까? 올바른 가치관이 어떤 것인지 간접적으로나마 알려 주기 위해 학교 폭력이나 왕따 문제를 다룬 작품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조금 더 근본적으로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세상에 내재된 욕망이 예기치 않은 방법으로 마구 표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열혈 돼지 전설》은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무거운 고민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기대되는 작품이다. 그것도 아주 유쾌하고 명랑하게. 이 책은《열혈 수탉 분투기》로 이미 국내에 잘 알려진 중국 작가 창신강의 야심작으로, 인간의 탐욕에 의해 가족 전체가 위기를 겪게 되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행복을 찾아 나서는 주인공 돼지의 열정적인 모험담을 그리고 있는 풍자 소설이다.
이 책의 핵심은 ‘인간의 탐욕’에 대한 ‘고발’이다. 고기에 대한 탐욕, 돈에 대한 욕망이 돼지 가족에게 어떤 비극적인 결말을 불러오는지 적나라하게 보여 주면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탐욕스러운지 깨닫게 만든다. 하지만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대비되는 주인공 돼지의 열정과 긍정적인 자세 또한 우리 인간이 갖고 있는 본성이라는 점을 강조하여 스스로 행복을 찾아내는 방법을 함께 전해 준다.
책 속에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자살, 폭력, 가출, 납치, 정신병 등 무거운 소재들이 잔뜩 들어 있는 종합선물세트인 셈이다. 그러나 이같이 무거운 내용을 유쾌한 풍자로 풀어내고 있어, 내용 자체가 무겁거나 우울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돼지’와 ‘인간’의 대치 상황을 통해 호기심을 유발하여, 긴장감 넘치게 다음 내용을 기대하도록 만든다.
비극적인 소재로 ‘인간의 본성’이라는 무거운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쉽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음을 보여 주는《열혈 돼지 전설》을 통해, 청소년 독자들은 풍자 문학의 진수에 흠뻑 빠질 수 있을 것이다.
불행한 사건에 맞선 ‘감성 충만’ 돼지의 감동적인 여정 돼지들이 모여 사는 평화롭고 소박한 마을에서 태어난 돼지 칠 남매 중 여섯째인 ‘나’는 유년기의 행복한 추억을 뒤로하고, 점차 세상의 어두운 면들을 경험하게 된다. 마을에 들어온 인간들이 비싼 값으로 진귀한 물건을 싹쓸이하고, 순진한 돼지들을 살살 꼬드겨 마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등 여태 경험하지 못했던 낯선 사건들을 겪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 사건들이 돼지 가족에게 영향을 미쳐, ‘나’는 스스로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족의 가출, 자살, 죽음, 납치, 정신 이상 등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비극적인 사건들을 차례차례 겪게 된다. 독자마저도 소위 ‘멘붕’에 빠지게 만드는 불행한 상황의 연속에서도, ‘나’는 할머니가 유언처럼 남긴 “우리는 잘살아야 해, 그리고 잘살 거야.”라는 말에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인간의 횡포에 맞서 끝끝내 행복을 찾아 눈물겨운 여정에 나선다.
이야기에 연속해서 등장하는 불행한 사건들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풍족한 현대 사회의 부조리를 상징하는 비극들이기에, 가족의 붕괴를 지켜 내는 결말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의 울림은 다른 어떤 이야기보다도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돼지의 입을 빌려 폭로하는 인간 본모습의 ‘불편한 진실’돼지들이 사는 마을은 소박한 시골 같은 느낌을 준다. 여기에 사는 돼지들은 순진하다 못해 조금은 미련하고, 가끔 놀라운 식탐을 부리기는 하지만, 자신이 일한만큼 양식을 사 먹고, 채식을 하고, 모든 생물이 지구상에서 함께 살아가길 원한다. 심지어는 가장 두려운 종족인 사람에게 학교 선생님을 맡기고 사람의 지혜를 배우려는 노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반면에 인간들이 사는 도시는 거대하고 번화하며, 쉽게 다른 동물을 받아들이지 않는 오만한 곳이다. 여기에 사는 인간들은 육식을 탐하고, ‘짐승 출입구’를 따로 만들어 다른 동물을 무시하고, 닳고 닳은 행동으로 사기를 치고, 돈을 벌려고 달려드는 욕망의 화신이다. 이들은 이득을 위해서는 규칙이나 도덕에 어긋나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작품 속에서 흔히 ‘사람다운’이라고 이야기되는 특징은 돼지들이, ‘돼지 같은’이라고 불리는 모습은 사람들이 갖고 있어서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하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돼지와 사람의 경계는 희미해지고 ‘사람다운’과 ‘돼지 같은’으로 대비되는 두 가지 모습이 결국은 전부 인간의 본성임을 깨닫게 된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면서 육식을 즐기고, 이성적이면서 욕망에 충실하고, 겁이 많으면서 폭력적인 존재가 바로 우리들인 것이다.
돈에 눈이 멀어 다섯째 형을 납치하고, 도살장에서 탈출한 큰형을 뒤따라가 한 팔을 잘라 내는 잔인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이야기 속에만 등장하는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우리 ‘인간’의 본 모습임이 적나라하게 파헤쳐지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진다.
작가인 창신강은 ‘사람다운 돼지로 살래? 돼지 같은 사람으로 살래?’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우리에게 던지는 듯하다. 그래서 이야기를 통해 감동만 느끼는 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풍자 문학을 읽는 매력이자 즐거움이 아닐까?
‘평범한’ 돼지가 이 시대 청소년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창신강의 풍자 소설에는 항상 특별한 능력을 갖춘 동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닭( 《열혈 수탉 분투기》, 푸른숲주니어), 사람의 글을 읽는 쥐( 《파란 수염 생쥐 미라이》, 보림), 사람으로 변신하는 개( 《나는 개입니까》, 사계절) 등 특별한 능력이나 계기로 사건을 겪고 해결한다.
그러나 《열혈 돼지 전설》의 주인공인 ‘나’는 특별한 능력이 없는 평범한 돼지다. 다만 다른 돼지보다 조금 더 열정적이고, 조금 더 감성적일 뿐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와 별다를 바 없다. 불행한 사건들이 줄지어 일어나는 상황에 처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인생의 시작점이 우리보다 못한 셈이다.
그렇지만 주인공은 연이은 불행을 이겨 내고 행복한 삶을 찾아간다. 원동력이 된 것은 다름 아닌 현실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자세다. ‘나’는 ‘누군가 나타나면 누군가 떠나는 것’이고, ‘밤이 끝나면 반드시 새벽이 오게 되듯’이, ‘불행이 있는 만큼 행복도 나를 기다릴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납치된 다섯째 형을 찾아 인간들의 도시로 떠나는 불안한 상황 속에서 ‘나’를 지탱하는 가장 큰 마음의 자산이다.
어쩌면 어떤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긍정적 마음가짐으로 쟁취하는 행복한 결말이야말로, 현실이 너무나 불행해서 견디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청소년들, 나아가 현대인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희망의 메시지일 것이다.
할머니는 맨 앞에서 걸어가고 있었는데, 옷을 하도 여러 겹 겹쳐 입어서 우스꽝스러운 나비처럼 보였다. 할머니는 어렸을 적부터 울긋불긋한 옷을 좋아했다. 하지만 다탕으로 오기 전에는 사람들 눈에 띌까 봐 한 번도 입어 보지 못했다고 한다. 할머니가 젊었을 때에는 돼지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걸 몹시 두려워해서, 누군가 뚫어지게 쳐다보기만 해도 그길로 숨이 넘어가는 줄 알았단다.
……
나는 우리가 사는 다탕이 이렇게 큰 줄 몰랐다. 큰 도로 양쪽으로 집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고, 길에는 잘생긴 돼지들이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들은 주둥이가 나보다 더 길었고, 두 눈의 쌍꺼풀도 더 선명했으며, 눈빛도 더 강렬했다. 순간, 주눅이 들었다.
“나와 셋째 형 사이에 끼어들지 마. 너하고 무슨 상관이야? 넌 언제나 내 일에 끼어들어 망치는 녀석이야! 넌 내가 하는 일마다 왜 그렇게 못마땅한 거야?”
“넷째 형 일을 망치자는 게 아니라 셋째 형이 속을까 봐 걱정하는 거야.”
그때 넷째 형이 다섯째 형의 침대로 펄쩍 뛰어 올라왔다. 그러고는 다짜고짜 미친 듯이 주먹을 휘둘렀다. 이전의 앙금이 가라앉지 않은 데다 새로운 원망까지 실려 있는 주먹질이었다. 그 주먹에 된통 맞으니 정말로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