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1997년 출간된 소설집 <말을 찾아서>에 수록되었던 단편을 어린이들이 읽을 수 있게 고쳐 한 권으로 펴낸 책이다. 잘 씌어진 소설들을 어린이들이 읽을 수 있도록 발간하고 있는 '한빛문고' 시리즈의 17권.
주인공 수호가 초등학교 때의 친구 경주의 전화를 받는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경주는 초등학교 때 담임이었던 '이관모 선생님'의 죽음을 알려온다. 그러나 수호는 '관모'가 죽었다는 소식에도 그에 대한 미움이 앞서는 것을 느낀다. 죽음이 모든 걸 거두어 가는 건 아닐 거라는 생각과 함께.
이렇게 시작하는 수호, 은호 형제와 이관모 선생 사이에 있었던 옛 사연이 소설의 기둥 줄거리이다. 시골 학교에 부임한 첫 날 '이 반에서 누구네 집이 제일 부자냐'는 질문부터 던졌던 선생님과, 도시락 대신 장작 한 개비를 들고가 구호물자인 옥수수죽을 먹어야했던 이 형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삐걱거리기만 한다.
선생님과 아이들, 그로 인한 아이들과 아이들 사이의 갈등을 풀어냈다. 가장 공정해야 하지만, 오히려 약자에게 가혹하게 대했던 한 선생의 모습을 통해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들의 갈등에 슬프고 아프면서도, 이런 소설이 있기에 아직 희망이 있음을 발견하게 하는 좋은 소설이다.눈물은 나지 않지만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일 한 가지만 보면 우리가 잘못은 했지만 그런 욕을 먹기엔 왠지 모르게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이렇게까지 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주번 선생님을 제치고 관사로 올라오지도 않았을 것이다.속으로 그런 너는 왜 아이들을 속여 은호의 부반장 자리와 내 동시 대표를 빼앗아 석주에게 주고, 뒤로 석주 집으로부터 이것저것 받아먹으며, 때로는 혼자 학교에 남았다가 석주 집 머슴이 털을 벗겨 온 닭도 받아가고 교실에 칠할 기름도 왜 반은 자전거 뒤에 싣고 느 집으로 가져가고도 안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과 다른 선생님들을 속였느냐고 대들고 싶었다.내가 학교에 다니는 어린아이가 아니라 그런 말을 대놓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우리 아버지 같은 어른이 아니라, 니 같은 선생님도 혼낼 수 있는 어른이라면, 하는 생각에 굳게 어금니를 물며 이 다음 나는 어른이 되어도 저런 말대가리 같은 어른은 되지 말자고, 당장은 아이들 앞에 우세를 떨고 창피를 당하면서도 마음 속으로 한없이 그렇게 다짐했다.- 본문 90 쪽에서
작가 소개
저자 : 이순원
1957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1985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소」가 1988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낮달」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수색, 어머니 가슴속으로 흐르는 무늬」로 동인문학상, 『은비령』으로 현대문학상, 『그대 정동진에 가면』으로 한무숙문학상, 「아비의 잠」으로 이효석문학상, 『얘들아 단오가자』로 허균문학작가상, 「푸른 모래의 시간」으로 남촌문학상, 『나무』로 녹색문학상, 『삿포로의 여인』으로 동리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밖에도 『정본 소설 사임당』 『우리들의 석기시대』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말을 찾아서』 『순수』 『19세』 『첫사랑』 『그가 걸음을 멈추었을 때』 『첫눈』 『워낭』 『고래바위』 등 자연과 성찰이라는 치유의 화법으로 양심과 영혼을 일깨워 온 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로 많은 작품들이 초·중·고 전 과정 교과서에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