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의 새로운 도전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화책으로 만나다 2011년 7월에 개봉한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은 220만 관객 동원이라는 최고의 흥행 성적을 기록하며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 장을 열었다. 또한 대한민국 콘텐츠 어워드 애니메이션 부문 대통령상, 아시아태평양영화상 최우수애니메이션상, 시체스 국제판타스틱영화제 베스트 시체스 패밀리 필름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영화 제작부터 기획, 홍보까지 자체적으로 해내는 명필름과 오성윤 감독이 이끄는 창작 애니메이션 제작사 오돌또기가 힘을 합쳐 6년여 동안 공들여 만든 가족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은 우리에게도 미국이나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능가하는 작품과 캐릭터가 있다는 자부심을 안겨줬다. 극장에서 느꼈던 감동을, 머릿속에서 휘리릭 지나가 아쉬웠던 장면을, 맛깔나면서도 때로는 시적인 대사들을 이제 오래오래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잎싹의 용감한 모험』『다르면 뭐 어때』『초록이, 하늘을 날다』이렇게 세 권으로 구성한 애니 코믹스『마당을 나온 암탉』이 나온 것이다. 이는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이 애니메이션 그림책, 앱북 등 다양하게 변환되는 또 하나의 과정이다.
만화로 즐기는 ‘마당을 나온 암탉’
원작자 황선미는 「추천의 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만화를 그저 가벼운 읽을거리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만화가 단순한 것만 있는 건 아니지요. 만화는 즐거운 시간을 선물합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꿈을 갖는 기회를 주고 세상 이야기를 더 선명하게 이해하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 나 역시도 어린 시절에 만화책을 참 많이 읽었어요. 그렇게 순수하게 빠져들던 시간을 지금 또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만화『마당을 나온 암탉』을 통해 누군가는 원작『마당을 나온 암탉』의 숨은 뜻을 이해하고,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느꼈던 것과는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찾아낼 것이다. 또 동화나 애니메이션을 접하지 않은 독자들은 그들대로 또 다른 매력을 느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 황선미의 말대로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과 조금 다르고,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과도” 다르지만, 결국엔 “잎싹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잎싹과 친구들의 이야기는 이 땅에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우리 가족, 부모, 자식의 이야기이다.
황선미 원작 『마당을 나온 암탉』의 고공행진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이 획득한 작품성과 대중적 성공은 황선미 원작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이 있기에 가능했다. 알을 품어 병아리의 탄생을 보겠다는 소망을 간직하고 양계장을 나온 암탉 ‘잎싹’이 자기와 다르게 생긴 아기 오리를 지극한 사랑으로 키운 뒤 더 넓은 세상을 보게 하고 제 목숨을 족제비에게 내어 주기까지의 시련과 고통, 소망과 자유, 그리고 사랑을 실현해 나가는 삶을 아름답게 그린 장편동화『마당을 나온 암탉』은 2000년에 출간되어 온 국민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으며, 2011년 한국아동문학에서는 이례적으로 100만부를 돌파했다. 또한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 이전에도 ‘원소스 멀티유즈’의 성공적 사례로 꼽혀 왔다. 원작이 가지고 있는 다채로운 이야기는 연극 ? 국악 ? 인형극 ? 테이블 연극 등 장르를 넘나들며 책을 넘어 또 다른 진화를 꾀해 왔다. 이 공연들 역시 재미와 작품성으로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관객들은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장면들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지는 동안 또 다른 감동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또 일반 대중이 즐길 수 있는 대형 뮤지컬 제작이 진행중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은『마당을 나온 암탉』은 일본, 중국, 폴란드, 프랑스에서 번역 출간되었고, 미국, 이탈리아, 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 레바논 등에서도 출간될 예정이다. 작가는 2012년에 한국인 최초로 어린이책의 노벨문학상이라고 불리는 ‘한스 크리스찬 안데르센 상’ 후보로 선정되어 세계 최고의 아동문학가로 인정받았다.
명불허전 토종 동물 캐릭터들의 명대사 명연기의지충만 가출 암탉 잎싹, 모전자전 반항오리 초록이, 카리스마 과묵오리 나그네, 수다쟁이 야생수달 달수는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이끌고 가는 주요 캐릭터들이다.
꽁지에 꽃을 단 암탉 ‘잎싹’은 ‘이름 짓기’가 특기인 만큼 자기 이름도 스스로 지어 붙이고, 마당 식구들에게도 문지기, 아침, 도, 미, 솔, 도 등 하나하나 이름을 붙여준다. 또 달수, 나그네, 초록이도 다 잎싹이 지어준 이름이다. 그만큼 잎싹은 관찰력이 뛰어나고 호기심이 강하다. 자신의 알을 품어 보겠다는 꿈을 안고 양계장을 탈출한 겁 없는 주인공 잎싹은 엉뚱하면서도 발랄하다. 또한 비록 자신의 새끼는 아니지만 대자연에서 초록이를 키우며, 당당하게 시련과 고난에 맞서 나가는 모습은 비장하기까지 하다. 자신의 생태와는 맞지 않는 오랜 늪 생활로 털도 푸석푸석해지고, 몸도 야위었지만 초록이 앞에서는 언제나 당당한 잎싹의 모습은 바로 우리들의 영원한 ‘어머니’이기도 하다. “왜 좀 다른 게 어때서? 서로 달라도 사랑할 수 있는 거야”라고 외치며 청둥오리 초록을 키우며 가슴속 뜨거운 모성으로 세상에 맞서는 잎싹의 활약은 전권에 걸쳐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나그네와 뽀얀오리의 아들, 청둥오리계의 아이돌 스타 ‘초록’은 잎싹의 지극한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나지만 점차 자신과 엄마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잎싹에게 격렬하게 반항하며 성장통을 겪는다. 알에서 깨어난 새끼오리부터 늪에서 잎싹과 보내는 행복한 유년시절, 어느덧 나그네와 닮은 모습으로 성장해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의 모습, 그리고 파수꾼이 되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우리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가장 높이 날고 가장 용감한 청둥오리가 될게”라고 다짐하며 걱정스러운 눈으로 엄마를 지켜보다 떠나가는 모습은 독자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과묵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근육 오리 ‘나그네’는 잎싹의 모성애에 감동 받고, 잎싹을 보호한다. 말은 없지만 진심으로 아들을 사랑하고, 잎싹과 순수한 우정을 나누는 나그네는 한때 무리에서 가장 높이, 가장 멀리 나는 파수꾼 청둥오리였다. 무리를 위해 족제비와 싸우다 한쪽 날개를 잃어 비록 날 수는 없지만 애꾸눈 족제비에게서 잎싹과 초록이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다 죽는다.
원작에는 없지만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감초 역할이 바로 달수다. “난 이 숲의 공인중개사, 한마디로 리빙 컨설턴트라고 할 수 있지.” 하면서 자신이 없으면 늪이 하루라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믿는, 말 많고 참견하기 좋아하는 수다쟁이 수달. 수달계의 꽃중년 달수는 잎싹의 유일한 친구이자 초록이의 든든한 삼촌이다. 이 밖에도 악역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애꾸눈 족제비, 사료 뺏어먹기가 취미인 참새 짹, 누가 쓰다듬어 주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침이 줄줄 흐르고, 꼬리가 제멋대로 춤추는 문지기 개 등 소소한 캐릭터들도 개성 있는 표정과 대사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자연을 담다인물과 대사뿐만 아니라 애니 코믹스『마당을 나온 암탉』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풍경이 아름답게 깔려 있다. 우리나라의 봄, 여름, 가을, 겨울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장면들을 찬찬히 살피다 보면 우리가 사는 곳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새삼 감탄할 것이다. 특히나 우포늪 생태계의 빼어난 자연이 한국적 회화 기법에 실려 때로는 운치 있게, 때로는 섬세하고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다. 눈 밝은 독자라면 책에 나오는 풀이며, 꽃, 나무, 곤충, 동물 들이 무엇인지 쉽게 알아맞힐 수 있을 것이다. 우포늪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산과 들, 호수를 여러 차례 답사하며 컴퓨터 그래픽을 되도록 쓰지 않고, 연필로 직접 스케치하고 수채화로 채색한 공간 배경들은 작품이 주는 또다른 매력이다. 가령 작품 후반부에서 늙고 병약해진 잎싹이 쌓인 눈 틈에서 복수초를 발견하고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 듯한 표정을 짓는 장면은 오돌또기의 세심한 연출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겨울이 다 가기 전에 가장 먼저 봄을 알리며 피는 꽃, 복수초는 희망의 상징이자 강인함의 상징으로 바로 잎싹의 또다른 이미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