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제10회 푸른문학상 「미래의 작가상」 수상작
스트레스를 받으면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잠들어 버리는 ‘기면증’ 환자 안용하와 그의 가족이 이모할머니가 물려준 ‘게스트하우스’를 사수하기 위해 펼치는 소동을 재기 발랄하게 그린 작품이다. 용하가 기면증을 극복하고 은새와 랄라랜드를 발견하는 과정은 해체된 가족이 건강하게 복원되고, 타인과의 연대가 삶의 숨통을 틔워 주는 기적과도 같은 순간이라는 이야기와 어우러져 밀도 있게 그려진다.
여기에 다양하고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주변인과 조력자에 머물지 않고 자기만의 드라마를 보여 주며 작품을 더욱 풍요롭게 해 주는 것 또한 이 작품의 미덕이라 할 수 있다. 독자들은 지금 자신이 보내는 매순간이 견디거나 피하거나 유보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느끼고 경험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열일곱 살 용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무 데서나 쓰러져 잠드는 기면증을 남몰래 앓고 있다. 가족들은 빚보증 문제로 뿔뿔이 흩어져 살다가 이모할머니가 물려준 게스트하우스에서 비로소 함께 살게 되었지만 어색한 기류를 숨길 수가 없다. 용하는 부모님도 모르는 자신의 병을 장기투숙객인 망할 고 할아버지에게 들킨 뒤부터 꼬박꼬박 일기까지 쓰게 된다.
전학 간 학교에서 마주친 재수탱 녀석들은 기면증을 빌미로 용하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엉겁결에 나온 ‘랄라랜드’ 이야기에 관심을 내비치며 주변을 서성이는 이상한 소녀 나은새와는 얽힐 때마다 사건이 터진다. 그러던 중 이모할머니의 친아들 피터 최가 등장해 게스트하우스의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데….
출판사 리뷰
제10회 푸른문학상 「미래의 작가상」 수상작
꿈이 고픈 청춘들에게 보내는 유쾌한 초대장, 『나는 랄라랜드로 간다』
아동청소년문학 전문 출판사 ‘푸른책들’이 아동청소년문학의 미래를 열어 갈 참신하고 개성적인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마련한 ‘푸른문학상’ 공모가 올해로 제10회를 맞이했다. 국내 아동청소년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가고 있는 문학상 공모제인 만큼, 그동안 『길 위의 책』, 『쥐를 잡자』, 『리남행 비행기』, 『외톨이』, 『불량한 주스 가게』 등 장편과 단편을 넘나들며 다양하고 완성도 높은 청소년문학을 발굴해 독자와 평단 모두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3년 만에 「미래의 작가상」 부문 수상작이 출간되어 더욱 눈길을 끈다. 수상의 영예를 안은 김영리 작가의 장편청소년소설 『나는 랄라랜드로 간다』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잠들어 버리는 ‘기면증’ 환자 안용하와 그의 가족이 이모할머니가 물려준 ‘게스트하우스’를 사수하기 위해 펼치는 소동을 재기 발랄하게 그린 작품이다. 톡톡 튀는 캐릭터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유머와 긍정의 힘을 발산하는 이야기가 청소년들의 눈길을 확실하게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는 랄라랜드로 간다』는 우선 주인공이 갖고 있는 ‘기면증’이라는 지병과 ‘게스트하우스’라는 작품의 배경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다양하며 입체적이고 다면적인 점이 현실적이었다. 특히 허점 많은 인간 군상들의 심리를 날것으로 생생하게 드러내는 작가의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였으며, 기면증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 또한 자연스러웠다. 다소 과장스러운 듯한 캐릭터들과 시트콤처럼 벌어지는 소동들이 이야기를 흥미 있고 활기차게 끌어주는 역할을 하는 점 또한 인상적이다. -이금이(작가, 제10회 「푸른문학상」 심사위원)
‘웃픈’ 현실과 절망의 릴레이 속에서 청춘을 보내는 방법
열일곱 청춘 안용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언제 어디서건 잠들어 버리는 ‘기면증’을 앓고 있다. 빚보증 때문에 하루아침에 풍비박산 난 집, 뿔뿔이 흩어져 사는 바람에 이젠 함께 있는 것이 어색해져 버린 가족, 기면증을 빌미로 툭 하면 시비를 걸어오는 재수탱 녀석들, 부담스럽기 짝이 없는 이상한 소녀 나은새, 비밀을 담보로 용하를 자신의 구직 전선에 동참시키는 장기투숙객 ‘망할 고’까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는 용하에게 탈출구라곤 무슨 이야기든 휘갈겨 쓸 수 있는 ‘비-트(비밀노트)’뿐이다. 이렇게 걸핏하면 쓰러질 수밖에 없는 일들로 연일 소란스러운 용하 앞에 새 보금자리인 ‘게스트하우스’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이모할머니의 아들 피터 최가 등장하면서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시쳇말로 ‘웃픈’ 상황이 릴레이를 하듯 이어진다고나 할까!
잠과 싸우랴, 집 지키랴, 기면증 감추랴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용하의 분투기는 눈물겨우면서도 어쩐지 유쾌하다. 스트레스와 긴장이 극에 달하면 어디에서건 쓰러져 버리는 용하의 과감한(?) 기면증은 스트레스 때문에 어딘가로 증발해 버리고픈, 때론 아무 데서나 쓰러져 버리고픈 청소년들의 마음을 짜릿하게 대변한다. 여기에 물질 만능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파산’이 가지는 의미와 그 앞에서 힘없이 해체되고 마는 가족이라는 집단의 무력함이 서글프게 도드라져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삶은 계속되고, 그 와중에도 청춘은 치밀하게 성장을 일구어 낸다는 것’을 또렷하게 보여 준다. 그리고 갈등을 극복하고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추진력이 웃음과 긍정에 있다는 것을 생동감 있게 형상화하고 있다. 독자들은 ‘웃픈’ 현실을 뛰어넘고,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 줄 아는 청소년들의 발칙한 에너지 앞에서 안도하고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여기, 손 닿는 곳에 있는 랄라랜드
『나는 랄라랜드로 간다』는 자기 안의 에어백을 채우기 위해 매일 숨을 크게 들이쉬고 있는 ‘꿈이 고픈 청춘들’에게 보내는 유쾌한 초대장이다. 작품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랄라랜드’라는 가상의 공간은 꿈과 현실의 사이에 있는 일종의 완충구역이다. 그것은 꿈이자 현실이고, 오늘이자 내일이며, 희망이면서 때론 좌절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이 늘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희망을 찾아 헤매는 우리에게 지금 여기, 손이 닿는 곳에 ‘랄라랜드’가 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는 데 있다. 꿈과 미래에 관심을 갖기도 전에 열패감과 자조를 먼저 배우는 청소년들의 암담한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지금 필요한 것은 섣부른 위로나 충고가 아니라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용기, 내일을 두려워하기보다 궁금해 하는 청춘의 에너지라는 것을 흥미롭게 보여 준다. 고로 이것은 청춘을 보내는 태도, 청춘을 책임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용하가 기면증을 극복하고 은새와 랄라랜드를 발견하는 과정은 해체된 가족이 건강하게 복원되고, 타인과의 연대가 삶의 숨통을 틔워 주는 기적과도 같은 순간이라는 이야기와 어우러져 밀도 있게 그려진다. 여기에 다양하고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주변인과 조력자에 머물지 않고 자기만의 드라마를 보여 주며 작품을 더욱 풍요롭게 해 주는 것 또한 이 작품의 미덕이라 할 수 있다. 독자들은 지금 자신이 보내는 매순간이 견디거나 피하거나 유보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느끼고 경험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대단한 성취를 이루지 않더라도 그것만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랄라랜드’를 찾아 즐기면서 절망과 싸울 줄 아는 청춘의 맨얼굴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게 될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랄라랜드’를 발견하게 된 독자들이 꿈과 현실이 부딪치며 내는 마찰음을 즐기면서 비트에 몸을 맡긴 채 청춘을 만끽하게 되기를. 삶이 선사하는 희로애락 앞에서 지레 겁먹지 말고 내부에서 들끓는 에너지를 느끼며 치밀하게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감정 폭풍에 휩싸이면 금방이라도 다시 발작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찰흙을 손바닥으로 문댄 것처럼 얼굴이 일그러지는 우스꽝스러운 표정까지 들키면 어떤 후폭풍이 닥칠지 안 봐도 비디오였다. 나는 또다시 얼굴 근육이 무너질까 봐 두려워 무작정 입을 열었다.
“난 쓰러질 때마다 랄라랜드로 가거든.”
거기 담긴 음악은 랄라랜드로 가기 위한 출입증 같은 거라고 녀석들에게 말했다. 랄라랜드는 소리 나는 모든 것이 리듬으로 움직이는 곳인데, 여태껏 들어 본 적 없는 음악이 나오는 곳이며,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비트로 죽은 사람이 벌떡 일어나 무덤 위에서 탭댄스를 추게 만드는 곳이라고. 그래서 상상을 넘어서는 그곳에 너무 가고 싶어서 나를 잠에 맡기는 거라고. 단언컨대 너희들은 죽었다 깨도 절대 못 가는 곳이라고.
(중략)
모두들 자야 할 시간에 난 이렇게 깨어 있고, 모두들 깨어 있을 때는 시도 때도 없이 잠들어 버린다. 나 혼자 시간도 공간도 어긋나 버린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든 이쪽 세계에 붙어 있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전기가 점점 닳아가는 홀로그램처럼 내 존재가 희미해지고 있다.
누구 잘못인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내 잘못인 것 같다. 애당초 이런 쪽팔리는 병에 걸린 내 잘못이다. 하루하루가 짜증 난다. 인생을 통째로 빨리감기 해서 그냥 결말만 보고 싶다.
마지막에 붙인 ‘플리즈’는 잘 굴려지지 않는 발음 때문에 외국인이 앵그리 코리안으로 오해할까 봐 나름대로 꼼수를 쓴 것이었다. 어쨌거나 난 이렇게 밑도 끝도 없는 영어를 구사하며 손님을 방으로 안내했다. 외국인들은 한옥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주인이 영어 울렁증인 데다가 그 아들이라고 내세운 사람 역시 오십보백보로 콩글리쉬를 한다는 사실에 무척 당황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다른 곳보다 월등히 싼 가격에 이곳으로 결정을 굳혔다. 하우 머치란 물음에 엄마가 어색하게 승리의 브이를 그렸던 것이다. 그 브이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게 아닌 것 같은데…….
작가 소개
저자 : 김영리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12년 첫 청소년 장편 소설 『나는 랄라랜드로 간다』로 제10회 푸른문학상 ‘미래의 작가상’을 수상했으며 소설 『시간을 담는 여자』, 청소년 장편 소설 『치타 소녀와 좀비 소년』, 동화 『표그가 달린다』를 펴냈다.
목차
1. 나만의 비-트
2. 우리 집에 왜 왔니
3. 랄라랜드로 고고씽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