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낮은산 너른들 시리즈 13권. 자동차 부품 만드는 일에서부터 바지락조개 양식 일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형권의 첫 장편동화이다. 이 작품은 돼지 오월의 목숨을 건 모험을 통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져서라도 지키고자 하는 관계의 소중함에 대해 감동적으로 전하고 있다.
동물을 주요 등장인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인간을 비판하고 풍자하는 우화의 성격을 뛰어넘어 ‘지금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던지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관계, 우정, 자유 등과 같은 가치를 새롭게 곱씹어보고 스스로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져보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출판사 리뷰
지금보다 풍족하지 못한 시절에도 사람들은 적으나마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고 이해(利害)에 의한 관계가 아닌 내면의 관계를 맺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고, 성공이 행복의 동의어라는 근거 없는 맹신이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득이 되지 않는 관계는 가차 없이 잘라내 버리고 마음보다는 조건에 따라 관계를 맺고 있다.
낮은산 출판사에서 출간한 신간 『돼지 오월이』는 자동차 부품 만드는 일에서부터 바지락조개 양식 일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형권 씨의 첫 장편동화이다. 이 작품은 돼지 오월의 목숨을 건 모험을 통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져서라도 지키고자 하는 관계의 소중함에 대해 감동적으로 전하고 있다. 동물을 주요 등장인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인간을 비판하고 풍자하는 우화의 성격을 뛰어넘어 ‘지금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던지게 만드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꼬리 없는 검정 돼지 ‘오월’이 만난 세상
“저 녀석 저러다가 사람이 되어 버리는 거 아냐?”
오월은 하늘농장 축사에서 태어난 열 마리 새끼 중 두 번째로 태어난 돼지다. 축사를 관리하는 농장지기의 아이들인 민이와 송이는 꼬리가 없는 이 특별한 돼지에게 ‘오월’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오월은 태어나자마자 죽을 위기를 맞지만, 도와달라는 절박한 외침이 송이에게 전해져 다행히 목숨을 건진다.
-도와줘.
또 그 소리가 송이의 마음속으로 파고들어 왔다. 송이는 자기도 모르게 다급하게 소리쳤다.
“안 돼요! 절대 안 돼요! 꼭 살려 내야 해요!”
“너무 늦은 것 같다. 고통이라도 줄여 줘야 해.”
송이의 눈에서 어느새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살리지 못하면 아빠라고도 안 할 거야.”
아버지는 한참 동안 송이를 멍하니 보고 서 있었다.
“알았다. 하는 만큼 해 보자. 하지만 장담은 못한다…….” - 본문 중에서
아이들과 친구가 된 오월은 아이들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함께한다. 산굽이를 네 번 돌아 전교생이 여덟 명 뿐인 학교도 같이 가고, 방과 후에 아이들과 함께 축구를 하기도 한다.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오월의 세계는 농장에서 마을로 크게 확장되고, 오월의 상상은 마을 너머에 또 다른 세상이 있을 거라는 데까지 미친다. 축사의 우두머리 돼지는 ‘돼지들과 함께 사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라며 오월에게 사람과 너무 가까이 지내지 말라고 충고하고, 몇몇 돼지들은 학교에 가는 오월을 비웃지만, 더 넓은 세상에 대한 오월의 호기심은 커져만 간다.
‘약속’은 온 마음을 나눈 사이에만 할 수 있는 것
“약속해. 곧 돌아온다고 약속해.”
그러던 어느 날, 오월은 강물이 불어난 줄 모르고 강에 들어갔다가 거센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송이를 구하게 되고 이 일로 인해 둘은 서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오월이 말을 한다는 사실을 아무도 믿어 주지 않았지만, 그 때문에 둘의 교감은 더 깊어간다. 그러나 농장 주인이 농장을 팔아버려 송이네 가족은 갑작스레 하늘농장을 떠나 도시로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처음으로 이별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된 오월도 외롭고 힘겨운 시간을 맞게 된다. 송이는 반드시 하늘농장으로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하며 오월에게 몇 번이고 그곳을 떠나지 말라고 당부한다. 하지만 그조차도 오월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축사의 돼지들이 트럭에 실려 도축장으로 팔려 가게 된 것. 오월은 도시에서 만난 집비둘기 나래의 경고를 받아들여 트럭에서 뛰어내려 모험을 감행한다.
“저는 확신할 수 없는 것을 향해 무작정 따라갈 수 없습니다. 여기서 뛰어내리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건강하세요.”
한 돼지가 말했다.
“잘 가, 오월. 아마 넌 나중에 너의 선택을 후회할 거야.”
“그래요.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지금은 제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오월은 그렇게 말하고 트럭에서 뛰어내렸다. -본문 중에서
트럭에 올라탄 것은 오월의 의지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였지만, 하늘농장으로 향하는 길은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었다. 오월이 앞으로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르는 위험한 길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적어도 그 길 끝에는 단 하나의 흔들리지 않는 확신, 자신과 온 마음을 나누었던 송이와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던져서라도 지키고 싶은 그 무엇…
당신에게는 있습니까?
송이와 오월이 특별한 능력의 소유자들이어서 서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들이 종을 넘어 소통이 가능했던 것은 서로가 진심으로 마음을 나누었기 때문이다. 상대의 눈빛에 담긴 온도를 느끼고, 표정에 실린 감정을 헤아리려 노력하면, 언어가 통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소통할 수 있는 것이다. 몇 마디 말만으로도 곧장 서로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오월과 송이의 단순하고도 깊은 교감은, 서로가 앞 다퉈 많은 말들을 쏟아내지만 정작 불통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 하느님은 누구야?
“온 우주를 만드신 분.”
- 온 우주를 만드셨다면 손이 엄청 크겠구나.
“응, 너무 크셔서 보이지 않는 거야.”
- 볼 수 없다니 정말 안타깝다.
“실망할 건 없어. 밤하늘과 별들과 그리고 너와 나, 모두 하느님의 일부이니까.” -본문 중에서
오월은 하늘농장으로 가는 여정에서 왕초, 자유, 영구 들과 같은 동물들을 만나면서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절절하게 깨닫는다. ‘생명이 있다’는 것은 ‘자유가 있다’는 것과 다름없는 말인지도 모른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생각하고, 움직이고, 살아간다. 자유가 없다면 죽어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오월이 미래를 알 수 없는 모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하늘농장으로 돌아가려는 것도, 왕초 일행이 힘들여 찾아낸 아지트를 버리고 오월을 따라나선 것도 자신의 생명을, 곧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오월과 친구들은 온갖 역경 속에서도 하늘농장을 향한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하늘농장은 자유의 다른 이름이며, 이들에게 자유란 약속이며 목숨이기 때문이다.
“나도 데려가!”
아프리카가 소리쳤다.
왕초는 가다가 우뚝 멈추었다.
“배고파도 괜찮아?”
“괜찮아.”
“위험해도 괜찮아?”
“괜찮아.”
“죽어도 좋아?”
“그래, 다 좋아.”
“그럼 따라와. 사람들이 만들어 준 그 옷은 벗어 버려.”
아프리카는 옷을 찢어 던지고 왕초의 뒤를 따랐다. -본문 중에서
이 작품에서는 시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작가의 이력을 보여주듯 은근하게 빛나는 아포리즘들도 만날 수 있다. ‘어쩌면 자유란 자기의 상처를 자신의 혀로 쓰다듬는 것일지도 모른다.’, ‘상처받은 마음과 상처를 살피는 마음은 어쩌면 같은 것이다.’와 같은 문장들을 음미해보는 것은 이 작품을 읽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동화 한 편에서 존재의 내면을 훑는 섬세한 시선과 세상을 보는 날카로운 통찰까지 느끼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주인공 오월이를 비롯해 작품에 등장하는 동물들을 보고 있으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자신을 송두리째 던져서라도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면, 가는 길이 온통 가시밭길이고 그 길 끝이 설령 죽음일지라도 행복한 삶이 아닐까. 우리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작은 노력이라도 기울여 보았는가. 『돼지 오월이』를 통해 진부하게 느껴질 만큼 귀가 따갑게 들어온 관계, 우정, 자유 등과 같은 가치를 새롭게 곱씹어보고 스스로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져보는 시간을 갖게 되길 바란다.
작가 소개
저자 : 박형권
1961년 부산에서 태어나 가덕도에서 유년을 보냈다. 경남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지방직 농업주사보로 1년 근무하다 그만두었다. 이후 미술학원을 운영하다가 성공하지 못하고 라디에이터공장 애자공장 바지락양식장을 다녔다. 2006년 『현대시학』에 시 ?봄, 봄?이, 2013년 「한국안데르센상」에 장편동화 『메타세쿼이아 숲으로』가 당선되면서 글쓰기에만 전념하고 있다. 시집 『우두커니』(실천문학) 『전당포는 항구다』(창비) 『도축사 수첩』(시산맥), 장편동화 『돼지 오월이』(낮은산) 『웃음공장』(현북스) 『메타세쿼이아 숲으로』(현북스) 『나무삼촌을 위하여』(현북스), 청소년소설 『아버지의 알통』(푸른책들)을 펴냈다.
목차
도와줘 / 꼬리가 없어요 / 이름을 얻다 / 나중에 알게 되겠지 / 꼬리가 없어도 / 숲으로의 초대 / 우린 약속했어 / 오월의 선택 / 희망과 절망의 힘겨루기 / 새로운 인연 / 친구가 위험에 빠졌을 때 / 가장 나약한 동물 / 꿈을 향하여 / 염원이라는 날개 / 그리움이 낳은 병 / 구출 작전 / 실바람이 전한 소식 / 융숭한 대접 / 야비한 사람들 / 언제든지 기회는 온다 / TV에 나온 오월이 / 사람들의 마음에도 / 원피스를 입은 아프리카 / 밀어닥친 위기 / 강으로 / 신의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