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어느덧 10번째 시집을 상재하게 된 이달균 시인의 신작시집 『달아공원에 달아는 없고』가 가히 시인선 003으로 출간되었다. 독자적이자 독보적인 시와 시조로 세간의 관심과 문단의 주목을 받아온 이달균의 이번 시집은 치열한 자기 고민과 자아 성찰 그리고 시집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깊은 철학적 사유까지 담아내고 있다.
특히 30여 편에 이르는 「난중일기」 연작에서 볼 수 있듯 펜데믹이라는 전 세계적 재난 상황 속에서의 국가의 역할에 대한 대사회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이는 이순신이 겪은 과거의 전란과 현재의 재난을 교차시키며 과거-현재 간 간극, 세대 간 격차를 좁혀 보려는 이달균 특유의 화법이라 할 수 있다. 시력 37년을 넘긴 중진 시인이지만 이달균의 시는 여전히 호탕하고 호방하며 호기롭다.
출판사 리뷰
‘원숙의 지경’에 이르매, 이달균
어느덧 10번째 시집을 상재하게 된 이달균 시인의 신작시집 『달아공원에 달아는 없고』가 가히 시인선 003으로 출간되었다. 독자적이자 독보적인 시와 시조로 세간의 관심과 문단의 주목을 받아온 이달균의 이번 시집은 치열한 자기 고민과 자아 성찰 그리고 시집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깊은 철학적 사유까지 담아내고 있다. 특히 30여 편에 이르는 「난중일기」 연작에서 볼 수 있듯 펜데믹이라는 전 세계적 재난 상황 속에서의 국가의 역할에 대한 대사회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이는 이순신이 겪은 과거의 전란과 현재의 재난을 교차시키며 과거-현재 간 간극, 세대 간 격차를 좁혀 보려는 이달균 특유의 화법이라 할 수 있다. 시력 37년을 넘긴 중진 시인이지만 이달균의 시는 여전히 호탕하고 호방하며 호기롭다. 뿐만 아니라 대사회적 풍자로까지 인식이 확장하며 구사하는 재담은 우리에게서 가시 박힌 웃음을 이끌어낸다. 실로 ‘원숙의 지경’이라 아니할 수 없다.
■ 해설 엿보기
현실을 떠난 사람은 없듯이 시도 마찬가지다. 고통과 상흔이 삶의 내용을 이룰 때 시언어는 바로 그 상흔에 의해 씌어진다. 『달아공원에 달아는 없고』에 실린 많은 시편들은 팬데믹에 묶여 있었던 고통을 체화한 듯 보인다. 고통에 처한 자는 그것을 벗어나기 위한 말을 하고, 마찬가지로 시인도 자신의 육체와 다름없는 언어를 붙들고 그 언어를 벗어나 부단히 새로워지려고 몸부림친다.
시작詩作에 관한 치열한 고민, 자기 성찰, 대사회적 발언을 담아낸 이 시집에는 서정과 리얼리티 감각이 첨예하게 배합되어 있다. 관념어로는 아포리즘을 피워 올리고, 화자의 직·간접 경험이 녹아 있는 서정에는 가늠키 어렵고 변화무쌍한 인간사의 음영이 드리워 있다. 표제시에서 보듯이 없는 것으로부터 있음을 유추하는 이달균 시는 덧없는 삶의 내면을 천착하면서 시작된다.
악어라 불리는 사내가 있었다
눈빛은 달빛에 벼린 칼날처럼 차가워
냉철한 포식의 순간을 숨죽이며 기다린다
주파수는 언제나 낮은 곳을 향한다
모였다 흩어지는 개미들의 두런거림
이빨이 자라는 만큼 귀도 함께 자란다
모니터에 찾아온 악어새를 데불고
낮고 느린 음악에 생각을 데우며
고요한 늪의 시간을 묵상으로 이끈다
드디어 장이 선다 먼지가 밀려온다
지축을 흔드는 누 떼의 움직임
벼려온 칼을 던져라 과녁이 바로 여기다
― 「펀드매니저」 전문
이달균은 이전과 현재를 아우르는 감수성의 소지자로서 자신이 쓰는 글이 현대시조임을 잘 알고 있는 시인이다. 이전이 없다면 현재도 없는 이치를 순연하게 받아들여 시적 쇄신을 이어가는 그의 작업에서 돋보이는 점은 이전 것을 빌어 현재를 환기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언어의 경제적 운용에 적격인 시조 형식에다 이 시대에 편재한 갖가지 증상들을 압축해 넣는다. 백석의 마음이 되어 애인이 떠나간 통영을 배회하면서 인간의 감수성은 세대를 초월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든지, 충무공이 현신한 듯한 서른 편의 연작에서 이 인물의 영혼에 어린 고뇌를 현대 인물의 그것으로 치환하는 시적 전환에서 이런 점이 두드러진다.
― 김효숙(문학평론가)
작가 소개
지은이 : 이달균
1987년 시집 『남해행』과 무크 《지평》으로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열도의 등뼈』 『늙은 사자』 『문자의 파편』 『말뚝이 가라사대』 『장롱의 말』 『북행열차를 타고』 『南海行』, 시·사진집 『탑, 선 채로 천년을 살면 무엇이 보일까』, 현대가사시집 『열두공방 열두고개』, 창비 6인 시집 『갈잎 흔드는 여섯 악장 칸타타』, 평론집 『구심력과 원심력의 경계』, 시조선집 『퇴화론자의 고백』, 영화 에세이집 『영화, 포장마차에서의 즐거운 수다』 등이 있다. 중앙시조대상, 이호우·이영도시조문학상, 조운문학상, 오늘의시조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경상남도문화상, 마산시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목차
제1부
펀드매니저 13/정진精進 14/손편지 15/그러거나 말거나 16/풋눈 17/후투티가 오는 저녁 18/환여동 바다 19/봄 노래 20/2월 바람 21/달아공원에서 22/블라디보스토크에서 24/무학산 25/전설 26/예순의 숲 27/해바라기와 장마 28
제2부
친구를 위한 詩 31/낮달 32/차이 33/소월素月 생각 34/화석 35/돛 36/북극성 37/반달 38/구차한 변명 39/파초 40/섣달그믐 41/소녀, 봄을 찍다 42/백일홍 3 43/찔레꽃 44
제3부
역병 47/칙령勅令 48/해운대 49/어느 마지막 포수의 말 50/대꽃 52/빗방울 53/사궁두미 54/가장자리 55/질문 56/장송長松의 말 57/순교 58/잡목 59/개밥에 도토리 60/바람 61/박물관에서 62/합강정合江亭 귀거래사歸去來辭 63/버려진 역기力器 64
제4부
바람 노래 67/허언虛言, 강선덕님 왈 68/문답 69/의義 70/물거품 71/또랑광대의 노래 72/트집잡기 73/변립卞岦, 적석산에 마지막 말을 이르다 74/독거 76/나랏말싸미 77/토끼의 점령 78/흑룡강 하구 79/백석, 통영에 와서 80/인공지능 81/비빔밥 82/탑바위 83/우리들의 제국 84
제5부
밥무덤 87/못의 운명론 88/사람과 소 89/설중매 90/7월 91/밤 하나 떨어졌을 뿐인데 92/깜박이 93/능소화 94/함안 둑방 95/건초더미의 불꽃 96/쥐오줌풀꽃 97/어떤 부음 98/작별 인사 99/봄 100/이발소 최씨 101/의처증 102
해설 김효숙(문학평론가) 103